지난해 10월 3일 수원KT위즈파크. 한화 김경문 감독은 경기 전 어렵게 입을 뗐다. 이틀 전 인천 경기 결과로 정규시즌 1위 가능성이 사라진 뒤 처음 치르는 경기였다. 이날 한화는 주전 선수 대부분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상대 KT의 5위 싸움도 걸린 경기라 더욱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라인업에서 빠지지 않은 주전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바로 노시환이었다. 노시환은 지난해 전경기에 출전하면서 143경기에 3루수로 선발 출전했고, 거의 모든 경기를 교체 없이 전부 뛰었다. 그 결과가 1262⅓이닝 수비였다. 한화의 1290⅓이닝 가운데 단 28이닝만 빠졌다.
순위 싸움이 끝난 가운데에서도 노시환을 빼지 않은 김경문 감독. 그는 "끝날 때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게 하려고 한다"며 "수비까지 그렇게 오래 해준다는 게, 이게 젊었을 때나 가능하지 가면 갈수록 힘든 장면이다. 그런 걸 하고 나면 또(얻는 게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돌발 발언'이 이어졌다. 김경문 감독은 "시환이는 팀에서 다년계약도 할 친구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누군가는 무리한 기용이라고 할 수 있는 선택을, 그만큼 멀리 내다보고 내린 결정이라는 의미였다.
김경문 감독의 다년계약 언급은 그러나 기사화되지는 않았다. 구단의 비보도 요청이 있었다.
구단 입장에서는 아직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관문이 남아있는 가운데 특정 선수의 비FA 다년계약이 주목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마침 팀이 1위를 놓치기도 한 상황이라 선수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김경문 감독의 '돌발 발언'은 취재 에피소드로만 남았다.
한화가 아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합류해 있는 노시환은 잔류 계약을 맺기로 한 뒤 김경문 감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노시환은 23일 인터뷰에서 "계약할 때 감독님이 자리에 안 오셔서 따로 연락을 드려야 할 것 같았다. 감독님께 진짜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지난 시즌 초반 (경기력이) 안 좋았는데도 감독님께서 해주시는 말이 많이 힘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늘 '너는 팀의 4번 타자다. 기죽지 마라. 타석에 나가서 삼진당해도 괜찮으니 항상 자신 있게 방망이 돌려라'라고 하셨다. 자신감을 채울 수 있는 말을 많이 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 어떻게 보면 내게는 가장 감사한 분이다. 제일 먼저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미 지난해 노시환의 다년계약을 예견했던 김경문 감독의 반응은? 이번에는 더 큰 목표를 줬다. 김경문 감독은 "노시환은 본인 말대로 한화의 영구 결번이 될 정도의 좋은 선수"라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