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위가 지적한 참사의 첫 번째 고리는 설계 단계다. 실시설계 도면과 시방서에는 외벽 마감재인 루버를 어떻게 고정해야 하는지, 어떤 규격의 부품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담기지 않았다.
여기에 발주 방식이 혼란을 키웠다. '관급자재 납품자 시공형'이라는 복합적인 분리 발주 방식은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현장 관리를 위한 간접노무비나 경비 항목조차 공사비 내역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이는 곧 현장 관리 감독의 소홀로 이어지는 복선이 됐다.
설계가 부실했다면 시공 단계에서라도 바로잡아야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시공 과정에서 설계도에 명시되지 않은 슬롯(구멍)을 화스너(접합 부품)에 임의로 사용했고, 볼트 규격에 맞지도 않는 커다란 와셔를 끼워 넣었다. 특히 진동에 의한 볼트 풀림을 방지하기 위한 특수 부품이 아닌, 일반 평와셔를 사용하는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다.
볼트 외경보다 큰 와셔를 사용하면서 체결력은 급격히 약해졌고, 이 상태에서 외부 바람(빌딩풍)에 의한 진동이 누적되자 구조물은 버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업관리자의 관리·감독 업무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으며, 부실은 그대로 외벽 뒤에 숨겨졌다.
일각에서 제기한 "NC가 유리창을 교체하며 루버를 탈부착한 것이 사고의 직접 원인"이란 주장과도 사조위는 결론을 달리 했다. 당시 유리창 보수를 위해 루버를 잠시 떼어냈다가 다시 붙인 것은 맞지만, 이때 사용된 부품은 애초 시공 때부터 잘못 선택되고 부착된 규격 미달의 '기존 부품'이었다.
박구병 사조위 위원장은 이번 사고를 '누적된 시스템의 실패'로 정의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사고는 특정한 단일 단계의 과실이기보다 루버 체결부의 구조적·기술적 결함뿐 아니라 설계·발주·시공·유지관리 등 모든 단계에서의 관리 미흡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제도 개선과 현장 관리 강화를 강조했다.
사조위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설계 단계부터 마감재 규격을 구체화하고, 시공 시 자재 검증 절차와 체계적인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며, 유지관리 단계에서 점검 항목을 내실화하는 등 전 단계에 걸친 대책을 제안했다.
사조위는 사고 원인 분석만 발표하고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선을 긋지 않았다. 경남경찰청이 기존 조사 내용에 사조위 조사결과를 반영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사조위 결과를 토대로 보완수사 여부를 검토한 후 송치 여부를 최종 판단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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