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FA를 생각할 만큼 여유있는 시즌이 아니었다. FA보다 팀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FA에 대한 감흥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분명 스트레스는 엄청 심했다.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지난 시즌이 제일 심했다. 내 야구 인생에서 그토록 정신적으로 힘들 수가 있을까 싶은 한 해였다. 팀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어 시즌 중에는 FA를 떠올리지 못했다.”
2025시즌 KIA는 8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202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팀이 이듬해 하위권으로 주저앉는 바람에 선수들도 팬들도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난 무조건 KIA가 또 우승할 거라고 믿었다. 그런 기대를 갖고 있는데 성적이 곤두박질치니까 정신이 없더라. 시즌 마지막 경기 마치고 감독님, 코치님들이랑 인사를 나누는데 눈물이 났다. 마치 내가 이 팀을 떠날 것처럼 말이다. 그때 조금은 예상을 했던 것 같다.”
박찬호는 자신이 FA 시장에 나간다고 해도 KIA와 계약을 맺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에이전트를 통해 전해 듣는 협상 내용과 구단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한다.
“내가 좀 지나치게 현실적인 사람인데 아무리 고민을 해도 내가 다른 팀으로 가게 될 것 같더라. 가고 싶진 않은데 현실적인 조건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고, 그래서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것 같다.”
박찬호는 KIA와의 FA 협상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이 컸다고 말한다. 오히려 심재학 단장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는 말도 덧붙인다.
“FA 계약의 주체는 구단이다. 단장님이 아무리 나를 잡고 싶어도 위에서 허락해주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그걸 알기 때문에 협상을 마치고 단장님께 더 이상 애쓰지 마시라고, 지금까지 애써주신 것 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단장님이 어렵게 협상안을 갖고 오신 걸 보고 그걸로 지난 12년간 단 한 번도 내 몸 아끼지 않고 뛰었던 데 대한 시간을 보상 받은 듯 했다.”
올 시즌 박찬호는 KIA를 상대 팀으로 만나게 된다. 그래서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을 타석에서 만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냐고 물었다. 박찬호는 “뭉클할 것 같다”고 대답한다.
“(양)현종이 형도 선수 생활할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 나도 나이를 먹지만 현종이 형이 벌써 서른아홉 이란 사실을 떠올리면 기분이 이상해지고,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