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4세, 아마도 KBO리그 캠프 최고령 배팅볼 투수였을지 모른다. 주인공은 올해 두산 사령탑에 취임한 김원형 두산 감독이었다. KBO리그 통산 134승을 기록한 레전드 출신의 투수인 김 감독은 모처럼 실력 발휘를 해볼 참인지 마운드에 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반대로 타자들의 방망이에는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SSG 시절 김 감독과 한솥밥을 먹어 성향을 잘 아는 이진영 타격 코치는 그저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김 감독의 배팅볼은 속사포였다. 다른 요원들에 비해 인터벌이 짧기로 소문난 '배팅볼 투수'인 김 감독은 쉴 새 없이 타자들에게 공을 던졌다. 그냥 치기 좋게 한가운데만 던져준 게 아니었다. 몸쪽으로 던졌다가, 바깥쪽으로 하나를 던지는 등 코스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공을 던져줬다. 캠프를 배팅볼 투수로 준비한 것은 아닐 텐데, 역시 레전드 투수의 클래스는 살아 있었다.
그렇게 20분 이상 공을 계속 던진 김 감독은 결국 팔꿈치를 부여잡고 '강판'해 선수 및 코치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굳이 던지실 거면 인터벌이라도 짧게 하시라"는 주위의 핀잔에 가볍게 웃으며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이후에도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배팅 게이지 뒤에서 직접 지켜보며 전체적인 훈련 과정을 눈에 담았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김 감독이 베테랑 선수보다는 어린 타자들의 차례가 되자 때를 맞춰 마운드에 올라갔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내가 직접 던지면서 이 선수가 어떤 코스에 강하고, 어떤 코스에 약한지 확인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전력 분석 자료나 코치들의 의견이 계속 올라오기는 하지만 또 스스로 직접 그 보고를 확인하며 감을 맞춰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이벤트로 마운드에 올라간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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