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야구는 똑같다"고 운을 뗀 추신수는 "내가 마이너리그 생활을 한 게 2001년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이야기"라고 전제하면서도 "생활 방식이 조금은 다른 것 같다"고 한미 선수들의 차이를 거론했다.
추신수가 본 가장 큰 차이는 '하루를 사는 방식'이었다. "미국 같은 경우는 많은 선수들이 하루를 산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내일이 없이 야구한다." 이어 "미국 선수들은 내일 집에 가야 될 수도 있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100% 그 이상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은 하루를 살지 않고,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으며, 100% 이상을 하지도 않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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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가 한국으로 돌아온 건 2021년이다. 당시 막 창단한 SSG 랜더스와 계약하며 KBO 무대를 밟았다. 2024년까지 총 4시즌을 뛰었다. 그사이 경험한 팀은 SSG 한 곳뿐이다. 20년간 떠나 있다가 돌아와서 4년 동안 한 팀에서 뛴 경험. 그 경험을 바탕으로 추신수는 한국 선수들의 느슨함과 절실함 부족을 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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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야구와 한국 야구는 다르다. 미국야구가 한국야구보다 모든 면에서 앞서있고 뛰어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구조적 차이를 빼놓고 선수들의 태도만 논하는 데는 함정이 있다.
전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여드는 리그와 100여개 고교 팀에서 선수를 배출하는 리그. 동네 어딜 가도 야구장이 존재하는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곳과 제대로 된 훈련장 찾기 어려운 나라의 리그.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선수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게 과연 공정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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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 미국 현지 매체와의 대화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MLB 팀 동료들은 실수하고 나쁜 경기를 해도 다음 날이면 잊어버린다. 오늘은 새로운 날이다." 이어서 "내가 처음 여기 왔을 땐 한국식에 익숙했다. 어젯밤 나쁜 경기를 했으면 다음 날에도 계속 신경 쓰였다. 이제는 나아졌고, 미국식으로 느낀다"고 했다.
미국식으로 느낀다. 추신수는 20년을 미국에서 살았다. 미국 문화에 익숙해졌다. 미국 야구를 기준으로 세상을 보게 됐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가 평가하는 대상은 한국 야구다. 한국과 한국 야구는 그에게 일종의 '타자'가 됐다. 한국 출신으로 한국 야구단에서 프런트로 일하는 거물급 인사가 여전히 한국 야구를 외부자의 시선으로 평가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한국 야구에서 몇 년 뛰다가 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 선수들도 이렇게까지는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추신수 딴에는 한국 야구가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발언일 것이다. 후배들이 더 열심히 야구에 전념하길 바라는 마음일 수 있다. 20년 MLB 경험을 가진 레전드가 후배들에게 느슨하지 말고 절실하라고 하는 조언.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방식이 문제다. 한국야구에 대해 말할 때는 더 신중해야 한다. 더 배려하면서 발언해야 한다. 한국보다 미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면 그런 고려가 필요하다. 추신수는 이걸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하다. 과거에도 대표팀과 안우진 관련해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시달리지 않았나.
박찬호나 김병현 같은 다른 위대한 MLB 출신 선수들은 다르다. 그들은 한국야구를 언급할 때 신중을 기한다. 가급적 좋은 점을 보려고 노력한다. 만약 그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면 어땠을까. "미국에서 좋은 점을 많이 느끼고 배웠다. 한국의 환경이 미국과 같을 순 없지만, 좋은 것들을 우리 환경에 맞게 적용해보자"고 하지 않았을까.
환경과 시스템 차이를 태도의 문제로 치환하면 곤란하다. 구조와 인프라, 문화의 차이를 배제한 채 선수들의 정신력만 논하는 건 본질을 놓치는 일이다. 추신수가 한국야구를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그리고 앞으로 한국야구에서 큰 일을 할 생각이라면, 표현 방법부터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