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일본 가고시마 캠프에서 열린 SSG 유망주 집중 육성 캠프 당시 내야수들의 수비 훈련을 지켜보던 이숭용 SSG 감독은 한 코치를 보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내야수의 짝이 맞지 않아 코치 하나는 선수와 같이 캐치볼을 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오히려 코치의 어깨가 더 좋았다. 공은 레이저처럼 뻗어 나갔다. 이를 바라보던 코치들은 "기가 막히다"며 농담을 건넸다. 그 농담을 듣는 주인공은 수줍은 웃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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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은 했지만, 끝내 플레잉코치 제안을 승낙했다. 지난 가고시마 캠프는 코치로서의 데뷔전이기도 했다. 김 코치는 "현타가 오더라"고 첫 감상을 재치 있게 드러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선수의 루틴으로 모든 캠프 일정을 소화하던 김 코치는, 이제 코치로서의 삶을 받아들이고 또 배우는 과정에 있다. 갑작스레 모든 것에 적응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제는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선에서 선수단을 바라보고 있다.
김 코치는 팀 내야수들의 '우상'이자, '롤모델'이다. SSG 후배들은 "가장 수비를 잘하는 선수"에 대한 질문에 망설임없이 "김성현 선배님이 가장 수비를 잘하신다"고 말할 정도다. 후배들의 신망이 두텁기에 코치로서도 대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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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캠프에서도 마치 현역과 같은 몸놀림으로 살아있는 '교본'이 됐다. 공을 빼는 속도, 공을 던지는 속도, 그리고 공을 잡아내는 감각까지 현역을 방불케하는 실력으로 후배들과 동료 코치들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이번 캠프에서 함께 수비 파트를 이끈 조동찬 코치가 농담을 조금 보태 "적어도 수비는 가장 낫다. 시즌 때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웃을 정도다. 수비 코치로 수많은 경력을 쌓은 조 코치는 "펑고도 잘 친다"면서 후배 코치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김 코치는 프로 1군 통산 1622경기에 나간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하지만 항상 영광의 시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화려했던 순간도 있지만 좌절했던 순간도 있었고, 한때는 '수비에서 기본적인 실수가 많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 코치의 경력은 그런 압박감을 이겨내는 과정의 관통으로 봐도 틀리지 않다. 마냥 성공만 한 지도자는 아니기에 오히려 더 중요한 실패했을 때의 노하루를 잘 아는 지도자다. 이는 어린 선수들에게 큰 조언으로 다가갈 수 있다.
한편으로 2006년 팀에서 데뷔한 뒤 올해까지 20년을 한 팀에서 뛰었다. 후배들의 기량과 성향을 훤히 꿰뚫고 있다. 이번 캠프에서 내야수들에 대한 평가도 제법 냉정했다. 그러나 가능성이 큰 선수들이 많다면서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선수로까지 준비는 어려울 것 같다"고 손사레를 치는 김 코치가 자신의 뒤를 이을 미래의 SSG 내야수들을 키워내는 과정도 흥미를 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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