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별난 선수다. 아주 재밌는 친구”라며 웃은 이강철 감독은 “어제는 4회인가 5회인가 이닝이 끝나고 와서 자기 옆을 스쳐서 2루수 땅볼이 됐던 타구가 있었는데 자기 글러브에 스쳤다고 보여주더라. 어차피 아웃이 된 타구인데 왜 그런 것을 어필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자기가 와인드업이 안되는 것 같아서 세트 포지션으로 던진다고 나에게 막 보여줬다. 참 솔직한 친구다”라고 즐겁게 이야기했다.
이강철 감독과 KT 선수들을 가장 당황하게 만든 순간은 지난 경기에서 원상현이 직접 포수 장성우에게 마운드에 올라오라고 요구한 장면이다. 장성우는 처음에는 공 교체를 바라는 줄 알고 새로운 공을 주려고 하다가 원상현이 계속 손짓을 해서 그제서야 마운드에 올라갔다. 이강철 감독은 “어제는 본인이 직접 장성우를 불러서 자기가 직구가 안좋으니까 체인지업 비율을 높여야 된다고 말했다더라.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로 승부를 하겠다고 해서 장성우는 그냥 알았다고 했단다. 덕아웃은 난리가 나고 다들 쓰러졌다”라며 웃었다.
장성우는 2008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베테랑 포수다. 고졸 신인투수가 프로입단연차가 16년이나 차이나는 선배 포수를 마운드로 부르는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다. 이강철 감독은 “야구를 하면서 그런 투수는 처음봤다”라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야기하는 원상현의 에피소드는 끝나지 않았다. 원상현은 땅볼 타구를 잡을 때 먼저 모자를 벗고 타구를 잡으러 가는 습관이 있다. 이강철 감독은 “타구가 가면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모자가 헐렁거려서 그렇다고 하더라. 그래서 모자를 바꿔줘도 무조건 모자를 던지고 타구를 잡으러 간다. 나 같으면 모자 던질 시간에 한 발이라도 더 가겠다”라면서 “원상현이 던지고 있는 것을 보면 시간이 정말 금방 간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정말 재밌는 투수다”라고 원상현의 독특한 캐릭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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