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원상현(21)은 지난해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8월 1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을 잊지 못한다. 험난했던 프로 첫 시즌에 어떻게 타자를 상대할지 실마리를 잡은 경기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반전의 계기 중 하나가 투심 패스트볼 장착이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캠프부터 원상현의 투구 폼을 유심히 지켜본 명장의 한 마디가 있었다. 최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원상현은 "2군 갔다가 1군에 처음 올라온 한화전에서 감독님이 갑자기 투심 (패스트볼) 그립을 알려주면서 던져보라고 하셨다. 그전까진 연습한 적도 던져본 적도 없는 그립인데 시범 경기도 아닌 실전에서 어떻게 던지나 솔직히 걱정했다. 하지만 던져보니 회전이 정말 잘 먹혔다. 그 뒤로 피안타율이나 방어율 엄청나게 떨어졌다"고 당황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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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원상현의 팔 각도가 투심 패스트볼의 궤적과 어울렸고 이강철 감독이 이걸 잡아낸 것. 원상현은 "힘이 있을 땐 나름대로 포심 패스트볼에 무브먼트가 있었는데 힘이 떨어질 때는 (무브먼트 없이) 작대기 직구처럼 날아갈 때가 있었다. 그러면 타자 입장에서는 구속은 150㎞가 나와도 가볍게 보인다. 그런데 내 팔 스윙이 마침 투심 패스트볼과 어울린다는 걸 감독님이 간파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행착오를 거친 원상현은 시즌 종료 후 웨이트 트레이닝과 기존의 구종을 가다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보통 고졸 신인들이 그러하듯 원상현도 프로에서 144경기 풀 시즌을 견뎌낼 체력이 부족했다. 특히 살이 잘 빠지는 체질 탓에 전반기에는 시즌 전보다 체중이 10㎏ 이상 빠지기도 했다. 이때의 경험을 교훈으로 현재 KT와 원상현은 장기적인 증량 프로그램을 실행 중이다.
원상현은 "기술적인 부분보단 체력적인 면에 더 신경 쓰고 있다. 선배들이 처음에 시즌 들어가면 살이 많이 빠지니까 많이 먹어두라고 하셨는데 그땐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선발 로테이션 돌 때 정말 10㎏ 이상 빠졌다"며 "내가 원래 살이 찌는 체질이 아니다. 남들이 2그릇 먹을 때 난 4그릇 먹어야 효과가 있다. 먹어도 금방 빠져서 2시간 간격으로 하루에 여러 번 챙겨 먹으며 장기적으로 늘릴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난 시즌 끝날쯤엔 77㎏였는데 지금은 81㎏ 다. 2년 내로 90㎏에 도달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구종은 다시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 위주의 피칭으로 바꿨다. 풀시즌 경험과 충분한 휴식을 통해 다시 힘이 붙자 포심 패스트볼의 무브먼트와 구위가 살아난 덕분이다. 투심 패스트볼은 힘이 떨어졌을 때 요긴하게 써볼 참이다. 원상현은 "일단은 다시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던진다. 마무리 캠프 때 직구 구위가 엄청나게 올라와서 감독님이 직구를 던지라고 하셨다. 연습만 잘하면 힘이 있을 땐 포심 패스트볼, 떨어졌다 싶을 땐 투심 패스트볼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커브도 원래는 시속 126㎞ 정도 나오다가 이젠 135㎞까지 나와서 변화를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커브는 이강철 감독도 인정한 원상현의 위닝샷이다. 원상현은 "커브는 정말 자신이 있다. 이강철 감독님도 '2스트라이크만 잡는다면 (이후) 네 커브를 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하셨다"며 "감독님은 커브가 효과를 보려면 타자들이 빠르게 승부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빠르게 승부하고 마지막에 커브를 떨어트리면 절대 못 칠 거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내가 커맨드(원하는 곳에 스트라이크를 넣는 능력)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내 장점이 상대에게 겁먹지 않고 빠르게 승부하는 것인데 지난해에는 그걸 못했다. 커맨드 능력을 조금 더 키워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타자에게 커브를 던지면 잡아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직구와 비슷한 변화구가 필요해서 슬라이더나 체인지업도 확실하게 만들고 싶지만, 어중간하게 50(직구), 50(커브), 50(슬라이더), 50(체인지업)할 바에는 100(직구), 100(커브)을 먼저 만들고 다른 구종을 키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원쪽이 화이팅 증량도 구종도 잘 다듬어보자 ( و ˃̵ᗝ˂̵ )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