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FA 쓴맛을 본 하주석(31)에게 이제는 생존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유격수를 중심으로 한화 내야가 꽉 차 있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FA 계약자를 안 쓸 수 없는 한화로서도 하주석 활용법은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한화 내부에선 하주석을 유격수뿐만 아니라 내야 멀티 백업으로 보고 있다. 3루수, 2루수는 물론 1루수까지 내야 전 포지션 커버를 기대한다. 다만 한화의 내야 자원이 워낙 풍족하다 보니 멀티 백업도 장담할 수 없다.
유격수는 심우준, 이도윤 그리고 6월 중순 상무에서 전역할 ‘퓨처스 홈런왕’ 박정현까지 추가 전력으로 대기하고 있다. 3루수는 주전 노시환에 문현빈이 뒷받침한다. 2루수는 한화에서 가장 넘치는 포지션으로 안치홍, 황영묵, 문현빈에 상무에서 제대한 2021년 1차 지명 유망주 정민규도 있다. 군제대 신분인 정민규는 올겨울 서산에서 신인들과 함께 훈련 중이다. 1루도 채은성, 안치홍이 번갈아 맡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인환, 권광민이 뒤에 있다.
내야 모든 자리가 차고 넘친다. 한화 내야에서 하주석이 주전으로 뛸 자리는 없다. 이에 비해 한화의 취약 포지션인 외야는 중견수 에스테반 플로리얼 외에 정해진 게 없다. 우익수는 지난해 타격 실적을 보인 김태연이 우선권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좌익수는 그야말로 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하주석이 외야수로 변신할 가능성은 없을까. 발 빠르고 어깨가 강한 하주석은 2014~2015년 상무 군복무 시절 종종 중견수를 본 경험도 있다. 1군에선 2017년 시즌 최종전이었던 10월3일 대전 NC전에서 연장 12회초 1이닝을 중견수로 뛴 게 전부. 그것도 벌써 8년 전으로 한참 지난 일이다.
현실적으로 외야 이동은 쉽지 않다. 2019년 개막 5경기 만에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된 하주석은 2020년부터 햄스트링 부상이 잦았다. 지난해에도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았지만 4월초 햄스트링 파열로 두 달을 결장해야 했다. 부상 전보다 운동 능력이 떨어지면서 유격수 수비력이 흔들렸고, 주루 플레이를 하는 데 있어서도 조심스러웠다.
외야수는 내야수보다 뛰는 거리가 훨씬 길다. 중견수는 물론 코너 외야수도 타구 판단 후 스타트부터 전력 질주를 해야 하는 순간이 많다. 가뜩이나 햄스트링이 안 좋은데 부상 리스크를 안고 외야로 이동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한화 내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출장 기회를 늘리기 위한 선수의 의지가 있다면 아예 시도를 못 해볼 것도 아니다.
팀 입장에선 주전 못지않게 든든한 백업들의 존재도 중요하지만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출장 기회다. 어떤 식으로든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수비 포지션이 애매하다면 장점인 타격, 장타력을 극대화한다면 지명타자로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지명타자도 요즘은 고정이 아니라 로테이션으로 쓰는 게 대세라 확실한 타격을 보여주지 않으면 붙박이로 자리잡기 어렵다.
최근 2년간 실전 감각 부재와 부상 여파로 고생한 하주석이지만 폼을 찾으면 안 쓸 수 없다. 2021년 138경기 타율 2할7푼2리(525타수 143안타) 10홈런 68타점 23도루 OPS .738로 커리어 하이 시즌도 보냈다. 벌써 4년 전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오래 된 것도 아니다. 아직 31세, 이대로 주저앉기에는 젊다. 어느 자리가 되든 하주석이 부활하면 한화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