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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사하면서 '다저스 천억 원 가시죠!' 했는데, 진짜로 성사돼서 기분 좋았죠."
김혜성의 LA 다저스 입단은 키움의 절친한 동생 이주형에게도 특별하다. 새해를 맞아 김혜성에게 인사 겸 건넨 이주형의 농담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오타니 선수랑 같이 야구한다는 거 자체가 부럽고 멋있습니다. LA 다저스 모자는 이미 구매했어요. 유니폼은 미국 전지훈련 가서 살 거예요. 다저스 유니폼에다가 키움 히어로즈 마킹지 사서 붙여도 되잖아요, 제 커스텀으로. 그거 입고 셀카 찍어서 혜성이 형한테 보내주면 재밌지 않을까요?"
지난 2023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키움에 둥지를 튼 이주형은 곧바로 자기 잠재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전체 시즌의 절반가량을 1군에서 보내며 타율 0.326, 6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이제는 메이저리거가 된 이정후, 김혜성과 보낸 시간은 유망주 이주형에게 큰 성장 동력이 됐다.
"정후 형, 혜성이 형처럼 같이 운동했던 사람들이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게 좋았죠. '저런 선수가 되려면 저 정도 노력은 해야 하는구나'라는 가르침을 공유하는 팀 분위기가 많이 와닿았습니다."
2025년, 데뷔 5년 차 시즌을 맞은 이주형은 기대주 딱지를 떼고,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하기 위한 분기점에 서 있다.
관건은 몸 관리. 이주형은 첫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지난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타율이 0.266으로 떨어졌다. 목표였던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13개) 달성도 이주형에겐 큰 위로가 되지 못했다.
"첫 번째 목표가 '아프지만 말자' 입니다. 작년에 크게 욕심부렸다가 실망도 많이 하고 다치기도 했기 때문에 올해는 좀 더 여유를 갖고 경기에 나서고 싶어요."
기술적으로도 '장타 욕심' 대신, 자신의 장점인 '정확한 타격 능력'을 살리기 위해 스윙을 가다듬고 있다.
"욕심을 부린다고 장타가 나오고 홈런이 나오는 게 아니더라고요. 올해는 외국인 타자(야시엘 푸이그, 루벤 카디네스)도 두 명이나 있고, 최주환 선배, 송성문 형도 있기 때문에 많이 출루하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작년에 당겨치는 타구가 많았는데, 올해는 다양한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는 스윙을 만들고 있어요."
이정후에 이어 김혜성까지 팀의 기둥 역할을 하던 형들이 모두 떠난 올 시즌, 이주형은 키움을 이끌 새 핵심 타자로 주목받고 있다.
책임감이 크지만, 이제는 형들 뒤가 아닌 팀의 간판으로서 펼칠 '이주형만의 야구'를 향한 설렘은 그보다 더 크다.
"각자 자기만의 색깔이란 게 있잖아요. 지금까지 저는 누군가를 따라하는 데 바빴던 거 같아요. 이제는 제 방향과 루틴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좀 더 성장하지 않으면, 저희 팀도 더 강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혜성이 형의 자리를 제가 완벽하게 메울 순 없겠지만 작년보다 더 잘해서 키움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