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우, '나의 우상' 손승락을 떠나보내며 부치는 편지
'나의 우상' 손승락 선배님께.
선배님. 저 상우에요.
사실 오늘 낮에도 뵈었는데, 새삼 이렇게 다시 인사하려니까 어색해요.
하지만, 편지니까 인사를 바로 드려야 할 것 같았어요.
선배님! 제게 2015년은 무척 특별한 해였습니다.
풀타임으로 정규시즌을 보냈고 가을야구도 경험했습니다.
또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에 뽑혀 국제 대회도 참가했어요.
한 시즌을 꽉 채웠지만, 이번 겨울은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합니다.
선배님이 롯데로 이적하시기 때문이에요.
선배님을 날마다 볼 수 없게 돼 아쉬워요.
하지만, 더 좋은 조건으로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하셨기에 슬프거나 속상하진 않습니다.
매일 전화하면 되죠, 뭐.
제가 선배님과 룸메이트가 된지 어느덧 1년 반이 됐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선배님과 한 방을 써야 하는 것이 부담됐어요.
선배님은 눈이 크고 눈빛도 강렬하시잖아요.
웃지 않고 계시면 카리스마 때문에 무서웠어요.
또 선배님은 늘 바르세요. 허튼 행동을 하지 않으시고, 자기 관리도 철저하십니다.
너무 완벽해서 저 같은 꼬마 선수가 가까이하기에는 어려운 분이셨어요.
막상 한방을 쓰고나니 그런 걱정, 근심이 한번에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선배님이 무섭지 않아요.
제게는 의지할 수 있는 큰 언덕이세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저를 토닥여 주시고 감싸주셨죠.
제가 어쩌다가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할 때는 자제도 시켜주시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이따금 따끔하게 야단도 치시고요.
그런 날에는 저를 따로 불러서 다시 보듬어 주셨습니다.
제게는 선배님이 큰 언덕을 넘어서 작은 아빠 같은 분이 되셨어요.
아버지와 큰아버지는 이미 계시기에 승락 선배님은 제게 작은 아빠세요.
한 가족이라는 뜻입니다.
제가 가까이에서 뵌 승락 선배님은 천사처럼 마음이 넓고 다정하신 분이세요.
감수성도 무척 풍부하시고요.
저는 선배님이 보이는 것과 달리 여린 마음을 가진 분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일까요. 야구장에서 선배님을 보면 자꾸만 등 뒤에 대롱대롱 매달리고 싶고, 장난도 치고싶고 그래요.
이따금 제가 선배님 어깨에 덥석 업히면 주변에서 '네 몸무게를 생각해라.
얼마나 무겁겠나'라고 말해서 떨어질 때도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제가 무겁기는 하잖아요.
그래도 선배님이 늘 웃으면서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배님께서 늘 말씀하셨죠.
사람은 변하면 안 된다고요.
야구를 잘해서 부와 명예를 얻었든 혹은 잘 풀리지 않아서 어려운 처지에 몰렸든 사람은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요.
선배님 말씀을 듣고 늘 꾸준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선배님께 자주 연락하고 찾아가고 뵈었듯 앞으로도 그렇게 할게요.
그러니까 선배님도 귀찮다고 안 받아주시면 안돼요.
지난번에 제게 '고민이 있으면 늦은 밤이라도 전화하고 연락해. 꼭 받을게'라고 하셨죠? 꼭 지킬게요. ^-^
선배님이 롯데에 가셔도 지금처럼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게 아픈 것 같아요.
아프거나 다치지 않길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나의 영웅, 우상, 손승락 선배님.
늘 보고 싶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불러볼게요.
형! 작은아빠! 사랑합니다. 아프지 마세요.
잡담 기아) 상우선수가 락코한테 쓴 편지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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