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이미 (이)대호형인데…나이를 먹으면 더 많이 움직여야한다. 녹슬면 안되니까."
올해 나이 37세. 프로 데뷔 18년차 베테랑이 마무리캠프에 나타났다.
마무리캠프는 저연차 신예들, 또는 부상 후 재활중이거나 퓨처스에서 주로 뛰었던 선수들이 함께 하는 무대다. 주요 선수들은 캠프 초반에만 참여하거나, 아예 개인훈련에 전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훈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기왕이면 팀과 함께 훈련하면 더 좋지 않나. 프로 무대는 결과(기록)가 선후배다. 올해 내 기록이 좋은 것도 아니고…"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정훈 하면 자기객관화가 확실한 남자 아닌가. MZ들 트렌드도 알아놔야하고"라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도 여전했다.
선발 출전이라는 자체가 공격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사령탑의 인정을 받은 인증이다. 정훈은 "여러 포지션에서 뛰는게 쉽진 않다. 그게 내가 1군에서 살아남는 경쟁력"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나이 많다고 1군에 있는 시대 아니지 않나. 만족하면 안된다. 항상 아쉬워야한다. 나 자신이 부족하니까. 예전에 정신 못차리고 한번 만족했다가…"라며 웃었다.
"'1루는 당연하고 2루, 3루 다 됩니다. 좌익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써주십시오' 어필하는 거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는 효과도 있겠지. 두고봐라. 내년에도 누구 하나 삐끗하는 순간 그 포지션 연습 중인 나를 볼 수 있을 테니까. 나도 살아야하니까. 간절하다."
어린 선수들과 세대 차이는 없을까. 정훈은 "레드팬스티벌 하면서 '요즘 선수들은 다르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며 껄껄 웃었다. 시즌을 마무리하는 팬미팅 행사를 사직구장을 무대로 크게 치른 올해, 정훈은 바다팀 주장을 맡아 전준우의 동백팀과 대결을 펼쳤다.
"사실 조심스러웠다. 이렇게 큰 규모로 하는 것도 처음이고, 그런데 추운 날씨에 팬들이 정말 많이 오셨고, 좋아해주셨다. 난 요즘 노래나 춤은 잘 모르지만, 어린 선수들은 시킨다고 우물쭈물하지 않더라. 배울 점이 있었다. 오디션 프로 애청자로서 진정성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만족하고, 우리팀이 이겼다고 생각한다. 가을야구 기분을 살려서 이런 행사를 하게 되면 더 좋을 것 같다."
가을야구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표정이 진지해졌다. 정훈은 2010년 이후 롯데에서만 15년을 뛰었다. 이른바 '로이스터 르네상스'의 끝물을 체험했고, 이후 12년간 단 1번밖에 오르지 못하는 시간 또한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에 간)강민호형한텐 전화도 안해봤다. 배 아프잖아. 난 한국시리즈도 그렇지만, 가을야구가 너무 하고 싶다. 정말 진심이다. 내년에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