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전 공식 기자회견(pre-tournament press conference)임에도 불구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시간도 없었다. 사회자가 감독, 주장들을 향해 한 두 개의 질문을 했을 뿐이었다. 류중일 감독과 주장 송성문은 행사 내내 한 마디씩 밖에 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첫 경기 선발투수 발표 역시도 이뤄지지 않았다. KBO 관계자는 "기자회견 직전에 진행된 회의에서 공식 기자회견에서 선발투수를 발표하지 않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고 그렇게 결정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관례에서 크게 벗어난 결정.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기자회견 종료 후 취재진을 따로 만나 첫 경기인 대만전 선발투수로 고영표가 나설 것이라 발표해 관례를 지켰다.
반면 대만 쩡하오쥐 감독은 한국 취재진을 향해 '한국 선발투수를 알려주면 대만 선발투수를 공개하겠다'고 말한 뒤 고영표의 이름을 듣자 '우리 선발투수는 대회 주체측의 공식 발표를 기다리라'고 하고 사라지는 황당한 태도까지 보였다. 그야말로 '주최국의 만행'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회 전 공식 기자회견이었지만 행사의 주인공은 대만의 수많은 '사장님'들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수십명의 대만 내빈들이 참석했다. 내빈 소개에 소요된 시간이 4개국 감독과 선수들의 발언 시간보다 더 길었다. '기자'도 '회견'도 배제된 이날 행사는 빠르게 종료됐고 '사장님'들의 기념촬영이 한동안 이어졌다. 감독, 선수들은 그저 사진 촬영의 배경으로 초대된 듯했다.
2015년 첫 대회 당시 열악한 야구 환경 속에 대회 전체 9위에 그쳤던 대만이다. 2015년 대회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경기가 열린 티엔무 야구장에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하는 등 프로 리그가 존재하는 국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낙후된 모습이었고 대만은 그에 걸맞는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대만은 4만 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타이베이 돔이 개장했고 대표팀의 수준도 올라왔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한국 대표팀을 꺾기도 했다. 하지만 야구 대표팀의 성적이 좋아지자 오히려 대회 진행의 수준은 더 퇴보했다.
류중일호 대표팀은 첫 경기가 열리는 타이베이 돔에 경기 하루 전인 이날에야 처음 입장했다. 지난 8일에 대만에 입국했지만 대만은 한국 대표팀이 타이베이 돔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야구장에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대만의 '홈 텃세'가 여실이 드러난 부분이었다.
어디에나 '홈 어드밴티지'는 존재하지만 지나치게 되면 그저 '본질을 가려버린 편협한 텃세'에 불과할 뿐이다. 프리미어12 3개 대회를 개최했고 지난해 WBC까지 진행한 대만은 국제대회를 계속 개최하는 국가라는 것에 취해 대회 참가국에 대한 예우는 물론 대회 공식 행사의 본질마저 망각한 듯하다.(사진=프리미어12 타이베이 라운드 공식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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