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다가오니까 아겜 때 생각나서 썰 풀고가

대만에 살았을 때 얘기야!

때는 작년 10월..

여기가 스포츠에 진심(특히 야구에 진심)인 나라라 국제경기하면

체육관에 다들 모여서 큰 스크린으로 보는 단체응원행사 같은 걸 하거든

근데 수도인 타이베이위주로 하지 당연히 내가 사는 곳은 안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지역 내 제일 큰 체육관에서

아겜 야구 결승전 단체응원을 한다고 하는거야

이건 가야지 하고 나왔지

근데 룸메가 필리핀 사람이었거든 걔는 야구룰도 모르는데

뭐임? 재밌어보인다 이러면서 본인도 따라가겠다는거야

그래서 ㅇㅋㅇㅋ 하면서 둘이 같이 체육관 갔어

왔더니 입장할 때 뭔 응원봉 같은 걸 줘

공짜로 주는 거에요? 했는데 ㅇㅇ 공짜임 이러면서 가져가래

나는 사실 들어갈 때 한국 응원하냐 

심문할까봐 걱정했는데 온화하게

다 가지는 거에요~ 하고 나눠주셔서 ㄳ하고 들어갔지

 

 

그러고 나서 들어갔더니 치어리더도 있고 북치는 사람도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유니폼이랑 모자 쓰고 응원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나는 일단 자리 잘 보이는데 껴서 친구한테 신신당부했어

결승전 팀이 한국 vs 대만이잖아

근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대만을 응원하지 한국을 응원하는 사람

나밖에 없을 거 아냐 (지역이 한국인 자체도 거의 없었어)

우리가 여기서 한국을 응원하는 걸 절대 들키면 안된다

근데 우리가 발음이 어색해서 누가 추궁할 수 있으니

그러면 우리는 일본인이라고 하자

(근데 우리도 일본어 못함 ㅋ)

그래서 친구가 ㅇㅋㅇㅋ 하고 일본어도 연습함

곤니치와 아리가또 등등 (왜 그랬지..)

그리고 대충 간단하게 친구한테 야구룰 알려줬는데

친구는 나중에 솔직히 이해 못했지만

내가 우승을 보고 즐거워해서 좋았대

그러고 이닝이 시작하는데 김혜성이 나오는데

나는 김혜성을 너무 찍고 싶은거야

근데 솔직히 대만 팬이 김혜성 찍는거도 웃기잖아 ㅋㅋㅋ

그래가지고 나 선발투수 응원하는 척 하면서

짝짝짝~ 산ㅈ..(차마 삼진이라고는 말 못함)

짝짝짝~ 산ㅈ..

이러면서 찰칵 찰칵 찍었어 

그때 찍은 소중한 메승이 사진

다들 선발투수를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대만 공격 때는 어쨌든 대만을 응원해야하니까

그냥 나눠준 방망이 치면서 대충 치는데

나중에 찍은 영상 보니까 진짜 똥씹은 표정 하고 있더라..

누가 보면 집에 우환이 있나 싶을 정도로..

 

그러고 중간에 동주선수가 ㄹㅇ 간지나게 포효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나는 너무 멋있어서 같이 소리라도 치고 싶은데

다들 숙연한 분위기라 진짜 뭐 환호성 칠수도 없더라

모든 사람들이 대만을 응원하고 있는데 

그 나라에서 혼자 다른 나라를 응원하는 심정이 묘하더라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 그..우승하는! 순간이 왔는데

1루쪽으로 타구가 가면서 다들 와!!! 하면서 환호하는데

(처음엔 안타인 줄 알았거든)

메승이가 주자 터치하고 끝내자마자 그냥 한순간에 주위가 확 조용해지고

분위기가 진짜 정적.. 모든 관중들이 조용해지면서 끝났거든 

근데 거기서 나는 너무 신나는데 뭐 춤을 출수도 없고

너무 놀라서 입은 틀어막고 있고 너무 좋은거야 ㅋㅋㅋㅋㅋ

앞에서 치어리더들은 고생한 선수들에게 박수~~ 이러는데

나는 박수는 무슨 대한민국이 금메달~ 내적환호 펼쳤지

친구한테 나는 역사적인 순간을 본거라고 자랑도 하고

결국 마지막까지 한국 사람인거 안 들키고 

실망한 대만 팬들과 함께 안전하게 돌아왔어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숨길 필요도 없었을 거 같은데 ㅋㅋ

약간 그때는 적진 안에 있는 스파이 같은 느낌이고

이걸 들키면 맞아죽을지 모른다고 혼자 생각해서

엄청 조심 조심해서 갔었던 거 같아

나중에 보니 대만 야구팬들 중에 한국 야구 보는 야친놈들도 많더라 ㅋㅋ

그렇게까지 긴장할 필요도 없었는데 그때는 몰랐어

 

그래도 해외에서 보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더라

타지생활에서 외로울 때마다 그 영상 펼쳐볼정도로 

나한테는 빛이었고 진짜 너무 행복했어

해외에서 있을 때 국가대표라는 의미가 진짜 남다르더라고

그냥 다들 대만을 외치는 곳에서 혼자 한국을 응원하는데

그걸 진짜로 보답해준 우리 선수들이 고마웠어

그래서 괜히 지금도 해외 경기 보면

그때 친구랑 둘이서 몰래 응원하던 내가 생각나서

타국에서 응원하는 재외국민 분들 응원하게 돼 

다들 자기 나라 팀 응원할 때

혼자 꿋꿋히 한국 응원하는

그 나라 속의 작은 재외국민 덬들..

파이팅 (🍀و ˃̵ᗝ˂̵ )و✧

프리미어 시즌이라 이제 해외에서 사는 덬들도 응원가고 그럴 텐데

다들 지나고 보면 행복한 추억이 되니까 그 순간을 즐겼으면 좋겠어

그 시기 그 장소에만 느낄 수 있는 이색추억인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