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28·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대기만성'이라는 말을 현실로 증명했다.
약 4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던 승리 추가. 이상규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이상규는 "육성선수로 전환된 적이 있어 한화에서도 실패할 거라는 생각이 컸다. '이제 나도 잘리는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걸 극복하고 여기까지 온 거 같다"라며 "LG에서 40인 보호선수에서 벗어나서 한화로 와서 많이 슬펐다. 막상 여기 오고 나서 좋은 분들 또 만나서 다시 시작하니 기분이 괜찮았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올 시즌 이상규는 21경기에서 32이닝을 던졌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상규에게는 가장 많이 던진 시즌이기도 하다.
출발선에 놓인 가운데 시즌을 마친 뒤에는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 교육리그로 향했다. 유망주 선수가 대부분 포함된 가운데 이상규에게는 그동안 부족했던 실전 경험을 더 쌓을 수 있게 하는 소중한 자리였다.
2군이기는 하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일본 타자를 상대로 압도적인 피칭을 펼쳤다. 5경기에 나와 9⅔이닝을 던져 한 점도 주지 않았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0.72에 그칠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이상규는 첫 승 순간 "앞으로도 마운드에 올라가면 씩씩하게 던지고 싶다. 항상 생각하는 게 지속성과 꾸준함이다. 오늘만 이렇게 되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리그는 이상규에게 자신감을 더욱 심어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 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