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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포스트시즌 최초 서스펜디드(일시 중단) 게임 논란으로 후폭풍이 거세다. 무엇보다 직접 경기장을 찾아 관전한(직관) 팬들이 최대 피해자가 됐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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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의 발언대로 경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최선이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고려할 부분이 많았다. 일단 이미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경기 개시 시간인 오후 6시 30분까지 최대한 신중하게 끝까지 기상 상황을 지켜봤다. 과거 KBO가 일찌감치 우천 취소 결정을 내렸는데, 정작 경기 시간대에 비가 쏟아지지 않은 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비난의 목소리는 일제히 KBO를 향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정규 시즌 동안 비 예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KBO는 최대한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본 뒤 우천 취소 결정을 내리는 편이다.
다만 이번에는 KBO가 아닌 서스펜디드 게임 결정을 직접 내린 현장 심판진을 향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이날 경기를 아예 시작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이 최상의 '1번 시나리오'는 이미 물 건너간 상황. 이에 경기를 시작했다면, 최대한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경기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6회는 물론, 7회와 8회까지도 심판진이 경기를 끌고 갔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다 마치 지난 2004년 삼성 라이온즈와 현대 유니콘스의 한국시리즈 9차전처럼, 가히 경기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상황에 다다를 때 심판진이 강우 콜드 게임을 선언했다면 어땠을까. 보다 많은 이들이 수긍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도 어렵다면, 최소한 KIA의 6회말 공격까지는 진행한 뒤 강우 콜드 게임을 선언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말 공격이 진행됐기에 일단 승패를 가리는 등 어떤 결과를 내면서 1차전을 매조질 수 있었다. 이 경우, 양 팀 모두 부담을 던 상태에서 2차전에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 1차전 심판진은 삼성의 공격이 진행 중인 6회초에 경기를 일시 중단시켜버렸다. 삼성은 선취 득점을 올리고도 잘 던지고 있던 선발 투수 1명을 소비한 채 어떤 결과도 얻지 못한 셈이 됐다. 삼성 선발 원태인은 이날 단 66구로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해내고 있었다. 이제 사실상 23일 더블헤더를 치러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자는 팬들이다. 이번 서스펜디드 게임은 1차전 티켓 소지자에 한해 다시 입장한 뒤 관전할 수 있다. 그러나 매진을 이뤘던 1만 9300명의 한국시리즈 1차전 티켓 소지자가 이틀 뒤인 23일 오후 4시에 열리는 경기를 다시 찾는 건 쉽지 않다. 이미 1차전 경기장을 찾은 팬 중에서는 휴가를 특별히 내서 온 팬들도 있었고, 서울이나 부산 등 먼 지역에서 광주를 찾은 팬들도 많았다. 이들이 다시 챔피언스필드로 오기 위해서는 휴가를 또 내야 하고, 교통비나 숙박비 등 비용도 다시 들여야 한다. 모두 쉽지 않은 일들이다. 결국 이들은 21일에 제대로 된 경기는 보지도 못하고, 오히려 약 1시간만 더 기다린 끝에 허탈한 발걸음만 돌린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