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투수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이숭용 감독에게 김광현의 의사를 전했지만, 이 감독은 “등판은 무리”라며 강하게 만류했다고 한다. 이 감독이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나서도 “광현이는 중간에 쓸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일종의 ‘못박기’의 맥락도 있었다고.
하지만 경기 시작 약 30분 전 김광현이 다시 코칭 스태프에게 등판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고 한다. SSG 관계자는 “김광현의 말을 종합하면 올 시즌 부진했던 자신이 결정적인 순간에 팀을 위해 희생, 헌신하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김광현은 팀의 베테랑이자 에이스라고 하기엔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올해 31경기 등판해 12승 10패. 9승8패를 한 지난 시즌보다 나아보이지만 내용은 그렇지가 않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4.93으로 프로 데뷔 후 가장 나쁜 지표를 보였다.
가을야구를 위해 SSG가 총력전을 벌인 지난 9월에 호투하며 4승 1패를 기록했지만, 시즌 초반인 3월과 전반기 막바지 6월 외에는 대체로 부진한 투구가 계속됐다. SSG 관계자는 “원래 연승하며 총력전을 벌일 때가 투수들이 체력도 딸리고 팀이 전체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라며 “김광현도 이런 걸 잘 알고 있었고 불펜에 좌완 자원이 부족한 것도 다 감안해 등판을 강하게 자원했다”고 설명했다.
김광현이 거듭해서 강한 등판 의지를 보이자 코칭스태프가 다시 이숭용 감독을 찾았고, 이 감독은 다시 코칭스태프들에게 김광현 등판 여부를 상의했다고 한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숭용 감독이 이미 취재진에게 김광현 등판은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기 때문에 김광현의 강한 등판 의사에 조금은 당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SSG 관계자는 “이숭용 감독은 의사 결정을 독단적으로 하지 않고 늘 주변 의견을 물어 소통해서 정하는 합리적인 스타일”이라며 “결국 코칭스태프와 상의한 끝에 김광현을 다시 불러 개인 면담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 면담에서 이 감독은 김광현에게 ‘정말 괜찮겠냐’고 재차 의사를 물었고, 김광현은 거듭 등판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이에 결국 이숭용 감독은 ‘동점 상황에서는 등판 못시키고,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1이닝 정도 소화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리고 3-1로 앞선 8회말, 올 시즌 홀드왕 노경은이 선두타자 심우준에게 안타를 허용하자 이숭용 감독은 김광현 카드를 꺼냈다. 왜 8회말이었을까. SSG 측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교체였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선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와 선수가 모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당시 김광현 등판은 여러가지를 감안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KT의 상위 타선이 대체로 좌타자인데다가 KT의 외인 타자 로하스를 상대로 김광현이 10타수 무안타의 압도적 우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한 교체였다는 것.
SSG 관계자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로하스가 홈런을 쳤고, 그래서 새삼 야구가 어렵다는 걸 재차 통감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야구는 결국 결과다. 그래서 결과를 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김광현이 등판한 건 개인의 욕심이 아닌 팀을 위한 헌신과 희생이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보니 선수를 생각하면 (여러 비난 때문에)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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