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제자 수빈이에게.
수빈아. 유 감독이다. 경찰야구단 전역 직후 KS라는 큰 무대에 나섰는데도 긴장감 없이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모습 보니 내가 다 뿌듯하더라. 네가 전역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 내가 “너는 KS의 사나이 아니냐. 네가 전역하면 두산에서 널 등록하고 경기에 내보낼텐데 단단히 준비하고 나가자”고 말했는데 그 이후 네가 기술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준비했던 것이 1차전 맹활약의 원천이 됐다고 생각한다. 두산에도 경찰야구단 출신 선수들이 여럿 뛰고 있는데 선배들의 뒤를 이어 네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나로선 자랑스러움이 앞선다.
네가 처음 경찰야구단에 들어왔을 때가 기억난다. 그 당시 너는 야구에 지쳐있는 상태였고 모든 것이 뜻대로 안되는 상황에서 많은 고민을 안고 들어왔었지. 네가 입대 전 프로 무대에서 좋은 커리어를 쌓았던 선수였으니 메커니즘을 바꾸기보다 강한 멘탈을 만들기 위해 많은 얘기를 나눴던 것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구나.
입단 후 1년 동안 나는 너를 그냥 지켜봤다. 너는 끊임없이 연구를 했고, 또 끊임없이 도전을 했지. 타격폼도 여러번 바꿨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딜레마에 빠지는 것도 지켜봤다. 난 그래도 그런 과정을 통해 네가 스스로 이겨내고 더 발전할 것이라고 믿었다. 2년차에 내가 해준 말 기억나니? 타격, 수비에서 야구에 대한 철학을 정립하라고 했던 말. 똑똑한 너는 그 때부터 너만의 야구를 했지. 정석대로 짧고 정확하게 스윙하자는 모토로 타격폼을 바꿔나가는 걸 보면서 두산에 돌아가서도 분명 네 몫을 잘 해낼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네가 경찰야구단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야구를 즐기는 상태로 프로에 돌아갔다는 거라고 생각한다. 야구에 대한 흥미를 잃은 채 들어왔지만 야구에 재미를 붙이고 나가면 선수를 가르친 스승으로선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네가 나에게 또 한 번 가르치는 보람을 선물해줬으니 내가 고맙다.
수빈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순간도 있고 잘하지 못할 때도 있다. 나는 네가 여러 상황으로 인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오랜 시간 선수생활을 할텐데 한 번의 실수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축되지 말고 그 다음 플레이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는 따라오게 돼 있다. KS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활약 기대하마.
이 말 한마디는 꼭 기억하자. ‘심장을 강하게 키우자!’
진짜 좋아하는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