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사례는 원년 MVP였던 OB 박철순이었다. 이 해 박철순은 36경기에 등판, 24승 4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1.84로 리그를 지배했다. 여기에 원년 우승까지 이끈 박철순은 기자단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MVP로 선정됐다. 그렇지만 골든 글러브는 팀 후배였던 황태환에게 돌아갔다. 이유는 당시 골든글러브는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의 골드글러브처럼 순수하게 수비 실력으로 수상자를 선정했다. 수비 실력에 대한 기준은 수비율. 결국 박철순은 골든글러브를 단 한 차례도 수상하지 못하고 은퇴했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건 1998년 정규시즌 MVP와 골든글러브다. 외국인선수 도입 원년이었던 1998년은 OB의 장타자 타이론 우즈의 한 해였다. 우즈는 이때 42홈런을 기록, '불가침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장종훈의 41홈런을 6년 만에 경신하는 데 성공했다. 시즌 중반까지 홈런 레이스서 치고나갔던 삼성 이승엽은 막판 페이스가 떨어지며 최종 38홈런에 그쳤다. 결국 MVP 투표에서 이승엽은 단 한 표도 얻지 못한 반면 우즈는 LG 김용수와 결선 투표까지 간 끝에 트로피에 키스했다.
하지만 정작 골든글러브 1루수부문 투표에선 이승엽이 132표로 99표에 그친 우즈를 누르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를 두고 '외국인선수 차별'이라든지 '투표인단의 전문성 결여'와 같은 지적이 일기도 했다. 이승엽의 그 해 성적은 타율 3할 6리 38홈런 102타점 OPS 1.077이었다. 그리고 우즈는 타율 3할 5리 42홈런 103타점 OPS 1.014를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은 우즈가 앞서지만 타율과 OPS는 이승엽이 근소하게 앞섰다. 과연 이승엽이 1998년 골든글러브로 선정된 것이 잘못된 일이었을까.
이에 대해 KBO 이진형 홍보팀장은 "MVP와 골든글러브 투표인단은 다르다. MVP는 취재기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하지만 골든글러브는 거기에 방송국 PD, 해설자, 아나운서 등 좀 더 폭넓은 투표인단이 참여한다. 거기에서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면서 "또한 두 상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MVP는 오로지 성적만 두고 뽑지만 골든글러브는 공격, 수비, 인지도 등 세 가지 측면이 선정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팀장은 "MVP 시상은 10월에 하지만 골든글러브는 12월이다. 당시엔 외국인 선수들이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있는 12월엔 고국으로 돌아 가버렸다. 그것도 투표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공격에서는 우즈에 뒤졌지만 수비는 앞섰다. 그 해 이승엽은 3개의 실책만을 기록해 수비율 9할9푼8리로 모든 1루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수비를 자랑했다. 우즈는 6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9할9푼4리를 기록하며 이승엽에 약간 뒤졌다. 그렇지만 골든글러브 향방을 바꿔 놓을만큼 큰 차이는 아니었다. 결국 결정적인 부분은 '인지도'였다. 당시 이승엽은 본격적으로 홈런포를 가동하며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하던 시기였다. 아무래도 인지도 부문에서는 우즈보다 가산점을 받을 여지가 많았다.
이승엽은 이후 2003년까지 매년 황금장갑을 차지하며 1997년부터 7년 연속 수상에 성공했다. 이는 지금까지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고 있는 기록이다. 그리고 아쉽게 골든글러브 수상에 실패했던 우즈는 2000년 지명타자로 자리를 옮겨 결국 골든글러브 수상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