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시작 전 한 일본 구단 직원에게서 이런 연락이 왔다.
"KT 위즈의 워터 페스티벌 스케줄을 알고 싶습니다."
해당 구단 홈구장은 돔아닌 야외구장이다.
관중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KT의 워터 페스티벌을 시찰하고 싶었다는 설명.
워터 페스티벌은 KT가 2015년부터 시작한 여름철 팬 이벤트 중 하나다. 1루 관중석에 설치된 워터 캐논 등으로부터 KT선수의 안타와 홈런, 득점 시나 응원타임에 물이 강력하게 분사된다. 해당 구역에 앉은 팬들은 흠뻑 젖으면서 야구 관람과 응원을 즐긴다. 최근에는 타 구단도 비슷한 형태의 행사를 할 정도로 더운 여름 한국 야구장의 이색 풍경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8년에 라쿠텐 이글스가 KT구단의 협조를 받아 워터 캐논 등의 장비를 빌리면서 워터 페스티벌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당시 라쿠텐 구단 담당자는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는데 어떤지 모르겠다면서 한 번 해봐야 안다고 실시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라쿠텐에서 올해 6년 만에 다시 워터 페스티벌을 실시했다.
라쿠텐 워터 페스티벌은 '스플래시 시트' 라는 한정된 좌석 만의 이벤트로 진행됐다.
KT의 경우 1루 지정석의 넓은 구역에 물이 분사되는 반면, 라쿠텐의 경우 평상시에는 외야 잔디지정석으로 판매되는 작은 공간에서만 했다. 그 잔디석은 원래 인플레이 중 자리에서 일어나 응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분사 이벤트시 스플래시 시트로 운영할 때만 서서 야구를 봐도 되는 등 평소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허용된다.
라쿠텐의 홈구장인 라쿠텐 모바일 파크 미야기는 외야 좌익쪽 후방에 공원이 있고 관람차도 있다. 다른 일본의 야구장 보다 친환경적인 스타일이다. 외야 잔디석은 다른 좌석과 격리돼 있고 살수 이벤트를 하기 쉬운 여건이다.
라쿠텐의 스플래시 시트는 7월26일부터 31일의 사이 5경기 동안 운영됐다. 가격대는 평일 2000엔(약 1만8300원), 토,일요일은 2500엔(약 2만2875원). 일본 야구장의 평균 좌석 값에 비하면 싼 편이다.
수원KT위즈파크의 워터 페스티벌 처럼 라쿠텐에서도 탈의실을 마련했다.
KT의 워터 페스티벌은 워터 캐논 16대, 인공 강수기까지 설치된 엄청난 규모다. 이에 비해 라쿠텐의 스플래시 시트는 크지는 않지만 즐긴 팬들의 반응은 "재미있었다"는 호평이 대부분이었다.
일본은 보수적인 야구팬이 적지 않아 워터 페스티벌 같은 이벤트를 "야구를 보고 있지 않다"면서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제 KT의 워터 페스티벌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팬들은 KT의 수비 시 자리를 떠나는 경우는 있어도, 공격 때는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구단 입장에서 봤을 때 1년의 70경기를 넘는 홈경기 중 다채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워터 페스티벌은 직접 물에 젖지 않아도 멀리서 바라만 봐도 시원하다. 또 그 광경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매력도 있다. 워터 페스티벌은 뜨거웠던 올 여름 만큼 뜨겁게 달아올랐던 한국의 열정적 여름 관중문화가 만든 히트 상품중 하나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