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티비 덕아웃멘터리 첫번째 에피소드 썸네일의 제목인 '주전과 백업 그 사이'는
지금까지의 훈이 야구 인생 그 자체를 함축하는 말이라고 생각해.
그 어떤 시즌도 확고한 주전인 적이 없었던 훈이니까.
그래서 늘 경쟁이고, 그래서 모든 타석이 간절했던.
후배들에게 '놔 버리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라고 생각해.
본인 입으로 정신 차렸다는 2020년 이전의.. 몇 년 간의 개인적인 암흑기.. 그 때 아마 그런 때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2020년 비로소 정신 차.. ㅋㅋ.....
그런데 팬인 나조차도, 그 어떤 해에도 훈이를 슈펴 백업 그 이상으로 생각한 적은 없었어.
잠시 잠깐 주전 2루수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그래봤자 한 2년...?
심지어 훈이를 마음 속에 처음으로 품었던 그 해 훈이에 대한 내 바람은, 은퇴 전 억대 연봉 찍어 보기였어.
생각보다 빠르게 훈이는 그곳에 도달했지만... 곧 부침이 생겼지.
본인의 자만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때 사구 맞고 부상 생기고 그러면서 안 좋았던 수비도 더 안 좋아지고 그랬던 훈이를 기억해.
결국 팀에서는 외국인 2루수를 데려오고.. (처음에는 3유 자원인 줄 알았던 번즈..... ㅎㅎㅎㅎㅎ)
그렇게 입지를 완전히 잃는 줄 알았지.
그래서 그다음 소원은 은퇴 전 FA 자격 얻기가 되었어.
아니 사실 이건 억대 연봉 찍어보기보다도 더 도달하지 못할 목표일 줄 알았었지.
그런데 버텨내고 살아 돌아오더라...
그럼에도 FA 자격을 갖추던 해, 나는 훈이의 타석 하나 하나가 너무 소중했어.
선수로서의 훈이를 보는 마지막 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거든.
하지만 훈이는 3년이라는 어정쩡한 기간의,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FA 도장을 찍었어.
그해 마지막 FA 계약이었지.
그렇게 버텨 주더라.
그 FA의 마지막 해인 올해,
지명타자에는 두번째 FA 도장을 찍은 전캡이,
1루에는 군대를 해결한 팀의 기대주인 나승엽이 들어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였어.
2루로 전환한다지만 1루도 볼 수 있는 고승민에 대한 팀의 기대도 적지 않았고.
그래서 세번째 1루수라고 생각했어...
다행이라면 다행히도 나승엽과 고승민은 좌타이기에, 플래툰이나마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
그러나 플래툰은 희망사항이었고, 그냥 첫번째 우타 대타로 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두번째 FA는 바라지도 않고,
그냥 올해는 어떻게든 버텨서.. 딱 1년만 더 계약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물론 어쩌면 두번째도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아예 안 한 건 아냐.
이제는 벼랑 끝에서 돌아오는 훈이에 대해
팬으로서 믿음이 생기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그냥 1년 더만 소망해.
이런 생각들이 겹치면서... 그래 눈물샘 터짐... ㅎㅎㅎㅎ
그리고 눈물 닦고....
지금까지는 그 '1년 더'를 충분히 해 낼 것 같아.
물론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 무슨 일이 생길런지는 몰라.
그럼에도 늘 주전과 백업 그 사이의 선에 서서,
경쟁을 긍정적으로 컨트롤하는 법에 대한 경험만큼은
가장 많이, 가장 아프게 하고, 끝내 이겨냈던 훈이를 믿어.
훈아, 조금만 더 보자.
언젠가는 끝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조금만 더 오래 보자.
야구장에서만큼은 가장 간절했다던
(비록 야구장 밖에서는 아니었을 수는 있겠지만 ㅋㅋㅋ)
너를 믿는다.
+낡튜바 낡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