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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동시에 SSG의 2024년 신인드래프트 지명 순번은 최하위, 10번으로 결정됐다. 한국시리즈 우승이야 기쁘지만 드래프트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고민이 많아졌다. 앞 순번을 가지고 있으면 사실 상위 라운드에서 고민할 게 그렇게 많지 않지만, 10번째 순번이니 더 많은 선수들을 폭넓게 보고 앞 순위 팀들의 지명에 따른 전략도 여러 가지를 대비해야 했다.
SSG는 1라운드에서 고졸 야수 최대어라고 평가받은 세광고 내야수 박지환을 선택한 것에 이어 총 10명의 지명을 마무리했다. 아무래도 10번째 순번인 만큼 박지환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타 팀의 상위 라운더들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던 게 사실이었다. 특히 유독 '투수 세상'이라고 평가됐던 2024년 신인드래프트였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지난 3월 대만 퓨처스팀(2군) 캠프에서 만난 손시헌 SSG 퓨처스팀(2군) 감독은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 대해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 손 감독은 "10번째 순번이라고 하지만 우리 스카우트 팀이 정말 좋은 선수들을 많이 뽑아줬다. 잘 뽑았다. 만족한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팀이 필요한 지점에 요소요소 선수들이 들어왔고, 그 선수들이 각자의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훈련도 열심히 한다는 게 손 감독의 흐뭇한 시선이었다.
그런 손 감독의 평가는 단순한 립서비스이거나 과장이 아니라는 게 올 시즌 초반에 잘 드러나고 있다.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이 1·2군 모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군에서 좋은 활약을 한 선수도 있고, 벌써 1군에 올라와 선을 보인 선수도 있으며, 앞으로의 잠재력이 호평을 받는 선수도 있다. 순번은 뒤였지만, 1군 데뷔는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1순위 지명자인 박지환은 1·2군 코칭스태프의 호평 속에 일찌감치 1군 데뷔를 했다. 사실 투수보다 야수들의 준비 기간이 더 긴 게 사실인데 박지환은 고졸 신인답지 않은 공·수의 완성도와 당돌한 멘탈로 많은 이들을 감탄케 했다. 박지환은 시즌 11경기에서 타율 0.308, 출루율 0.400, 그리고 기대 이상의 안정적인 수비와 모두를 놀라게 한 침착성까지 보여주며 눈도장을 받았다. 한창 주전으로 나서고 있었던 4월 30일 대전 한화전에서 손에 공을 맞아 미세골절 판정을 받은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부상 전 보여준 게 있는 만큼 복귀 후에 1군에서 쓰임새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5라운드 지명을 받은 강릉고-동국대(얼리드래프트) 출신 내야수 정준재는 캠프 당시부터 "대주자·대수비 요원으로 연내 1군 데뷔가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자신의 확실한 장점을 뽐냈다. 퓨처스리그 18경기에서 타율 0.288, 4도루를 기록하며 장점을 발전시켰고, 최근 1군에 데뷔해 실험을 거치고 있다. 7일 잠실 LG전에서 첫 선발로 출전해 2루타 하나와 타점 하나, 그리고 부드러운 수비까지 선보이며 당초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2루 자리의 주인이 확실히 없는 만큼 정준재에게도 하나의 기회가 열린 셈이다.
아직 1군 데뷔를 하지는 못했지만 캠프 당시부터 1군 코칭스태프에 좋은 인상을 남긴 동산고-부산과학기술대 출신 4라운더 우완 최현석도 7일 1군에 합류해 데뷔전을 기다리고 있다. 파이어볼러는 아니지만 안정적인 제구력과 수준급 구종 구사력을 가지고 있고,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어 현재 선발 자리가 펑크난 SSG 1군에서 활용도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6라운더인 덕수고-인하대 출신 외야수 정현승은 야구 센스가 타고 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테랑들이 많은 SSG 외야에서 아직 1군 데뷔를 하지는 못했으나 퓨처스리그 26경기에서 타율 0.312, 15타점, 2도루에 세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수비력까지 호평을 받으며 1군 대기 타석에 들어섰다.
휘문고-사이버한국외국어대(얼리드래프트) 출신인 7라운더 박성빈 또한 기대 이상의 페이스다. 당초 캠프 때까지만 해도 크게 언급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퓨처스리그 11경기에서 2승7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1.76을 기록하며 단번에 퓨처스팀 마무리 투수 자리를 꿰찼다. 공이 빠르지는 않지만 매력 있는 공을 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1군 메이저 투어에 올라왔을 당시 배영수 투수코치 역시 "독특한 공을 던진다"고 흥미를 드러낸 바 있다.
손시헌 감독은 그 외에도 상·하위 라운드를 가리지 않고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재능을 가지고 있고, 이 재능을 발전시킨다면 이번 드래프트가 SSG의 리모델링에 도움이 될 최적의 선택이라고 믿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신인들이 보여주는 잠재력은 1군 코칭스태프의 장기 구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