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등번호의 역사.
현대에 와서 스포츠에서 등번호는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됐는데...
사실 스포츠에 등번호라는게 생긴건 그렇게까지 오래된건 아니야.
1930년대에 처음 생겼는데 엄청 오래된거 같지만 메이저리그가 탄생한게 1876년이라는걸 감안하면 엄청 오랜기간 야구선수들은 유니폼에 등번호 없이 뛰었다는거지.
물론 다른 스포츠에도 등번호 문화같은건 없었어.
최초로 등번호를 사용한건 잉글랜드 축구팀이라고 하는데... 그건 공식적인것도 아니었고 모든 팀들이 다 사용한것도 아니었지.
야구에서 등번호를 처음 사용한건 지금도 가장 유명한 야구팀인 뉴욕 양키스인데... 당시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최강팀이자 압도적인 최고 인기팀이었거든?
그래서 항상 구름같은 관중을 몰고 다녔어.
근데 경기장에 온 사람들 입장에서 죄다 똑같은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까 누가 누구인지를 모르겠다는거야.
그래서 생각하기를 팬들이 알아보기 쉽게 유니폼 등 뒤에 번호를 붙이자!! 그럼 알아보기 쉬울거 아냐???
해서 탄생한 등번호는 처음에는 매우 단순한 방식이었어.
걍 개막전 선발 라인업 타순대로 번호를 붙인거지.ㅎㅎㅎ
그래서 3번 타자였던 베이브 루스는 3번. 4번 타자였던 루 게릭은 4번을 달고 뛰게 된거야.
그리고 이게 반응이 좋자 1년도 안돼서 메이저리그의 다른 팀들도 죄다 등번호를 사용하게 되면서... 미국 메이저리그는 최초로 등번호를 사용하는 리그가 되었어.
2. 등번호의 의미
처음 등번호를 사용한 양키스는 걍 개막전 타순대로 정했다고 했지?
그렇다고 그 이후 등번호를 사용한 다른 팀들도 다 그 방식을 따라간건 아냐.
가장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방법은 야구 기록에서 사용하는 포지션 번호를 그대로 등번호로 사용하는 방법이었어.
6-4-3으로 이어지는 더블 플레이. 이런 말 들어봤지?
여기서 6, 4, 3 이 바로 포지션 번호야.
1번은 투수, 2번은 포수, 3번은 1루수, 4번은 2루수, 5번은 3루수, 6번은 유격수, 7번은 좌익수, 8번은 중견수, 9번은 우익수를 나타내는 번호지.
그리고 이 번호를 그대로 등번호로 사용하는거야.
이건 축구나 농구에서도 비슷하게 많이 사용되는데... 포지션 번호를 처음 사용한건 야구야. 애초에 선수의 위치를 번호로 나타내는거 자체가 야구에서 처음 시작... 그건 무려 18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지.ㅎㅎ
현대에 와서는 일본 고교야구를 제외하면 이 포지션 번호를 엄격하게 지키면서 등번호를 정하는 경우는 사라지다시피 했는데... 일본 고교야구의 경우는 지금도 여전히 이 방식을 고수하는 팀들이 많아.
그래서 일본 고교야구를 무대로 한 만화 같은걸 보면 선수들 등번호를 나눠주는 장면이 매우 중요한 장면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지.
1~9번 안에 들어가야 주전이라는 이야기고 특히 1번을 다는건 "네가 이 팀의 에이스 투수다!!" 라는 의미니까 이게 엄청 중요한거야.ㅎㅎ
3. 특정 유명선수들의 영향으로 상징적인 번호가 된 등번호.
포지션별 번호를 사용하는건 지금에 와서는 의미가 많이 사라졌지만 특정 포지션의 전설적인 선수들의 등번호를 다음 세대 선수들이 그 선수를 닮고 싶다는 의미로 선호하는 경우는 한미일을 막론하고 지금도 엄청 많아.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인 번호가 7번, 10번, 18번, 47번이 있는데...
7번이 유격수를 상징하는 번호가 된건 70~80년대 우리나라 최고의 야구선수였던 김재박의 영향이야.
지금이야 DTD를 상징하는 옛날 감독. 정도로 그 이름이 빛이 바랬지만 70년대의 김재박은 우리나라에선 걍 야구의 신같은 존재였거든.
그 당시 다른 선수들과는 걍 차원이 다른 수비와 주루플레이를 보여주던 완벽한 유격수로 실업야구 시절엔 무려 타격 전관왕을 차지한 적도 있는 선수였고 그만큼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어.
그 당시 김재박을 보고 자란 야구소년들은 다들 등번호 7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유격수가 되고 싶어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이종범이었지.
그리고 그 이종범이 프로에 와서 7번을 달고 어마어마한 활약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등번호 7번은 유격수를 상징하는 등번호로 완전히 굳어졌어.
10번은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좌타 외야수를 상징하는 번호인데... 10번의 원조 주인공은 재일교포 타격왕 장훈이야.
일본 프로야구에서 7번이나 탸격왕을 차지하고 무려 3085안타를 쳤던 여전히 한국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전설적인 타격왕.
그래서 그 장훈을 보고 자란 야구선수들 특히 왼손잡이들은 너도나도 10번을 달고 싶어했고... 그 중에는 장효조도 있었지.ㅎ
그리고 그 장효조가 우리 프로야구에서 어마어마한 타격을 선보이고, 장효조의 대구상고 직속 후배인 좌타 외야수 이정훈, 양준혁도 10번을 달고 맹활약 하면서 그 다음세대에도 등번호 10번은 좌타 외야수 타격왕을 상징하는 등번호가 되었지.
18번은 에이스 투수의 번호인데... 우리나라에서 18번이 에이스 넘버가 된건 불세출의 최고투수 선동열의 영향이야.
하지만 오리지날은 일본인데... 일본 프로야구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9년 연속 우승을 하던 시절에 에이스였던 호리우치 츠네오라는 투수의 등번호가 18번이었고, 이게 18번을 좋아하는 문화와 연결되면서 일본이고 우리나라고 다들 선호하는 번호가 된건데...
사실 우리는 18이 욕으로도 인식되기 때문에 일본만큼 선호도가 높았던건 아니었지.
하지만 선동열이 18번을 달고 우리 프로리그를 초토화 시키면서 18번은 모든 투수들이 선망하는 최고의 에이스 넘버가 된거야.
47번은 왼손투수들이 선호하는 번호인데... 이건 야생마 이상훈의 영향.
이상훈이 학창시절에 미국 메이저 리그에는 톰 글래빈이라는 좌완투수가 있었고, 일본에는 쿠도 키미야스라는 좌완투수가 있었는데... 각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투수였던 이 두사람의 등번호가 47번이었어.
이상훈도 이들을 닮고 싶다는 맘에 47번을 달았는데... 그 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른 의미가 없던 번호였던 47번은 이상훈이 프로에 와서 엄청난 인상을 심어주면서 다음 세대 선수들에게 선망의 번호가 되고 지금에 와서는 왼손에이스를 상징하는 번호가 되었지.
메이저리그의 경우 야구 역사상 가장 완벽한 선수였다는 윌리 메이스의 24번이 많은 선수들이 특별히 선망하는 번호고 특히 흑인 외야수들은 24번을 달거나 그를 기리는 의미에서 한끝 모자란 25번을 다는 경우가 많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중남미 출신 선수이자 위대한 인격자이며 비극적 최후로 유명한 로베르토 클레멘테의 21번도 중남미 출신들한텐 매우 특별한 의미를 주는 번호야.
그 외에도 박찬호의 61번이라든가... 이치로의 51번이라든가... 여러 번호들이 있지만 특정 선수의 번호가 특정 포지션 자체를 상징하게 된건 이정도가 아닐까...
4. 영구결번.
지금은 많은 스포츠에서 일반화 된 영구결번이라는 제도가 처음 생긴것도 역시 야구인데...
이것도 앞서 처음 등번호를 사용한 팀이라고 이야기한 뉴욕 양키스에서 시작된거야.
당시 양키스의 4번타자이자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역사상 최고의 1루수로 불리는 루 게릭이라는 선수가 있었는데 야구를 몰라도 루 게릭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아... 하는 덕도 있을거라 생각해.
이 루 게릭이라는 사람은 야구만 잘한게 아니라 사생활이나 인성면에서도 흠잡을데가 하나없는 정말로 훌륭한 사람이었고, 또 당시 스포츠 환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2130경기 연속출장을 기록하면서 철마(The Iron Horse)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야구계 뿐만 아니라 전미국의 사랑과 존경을 받던 사람인데...
선수생활 만년이던 1939년에 갑자기 몸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했어.
그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제대로 배트를 휘두르지도 못하고 평범한 내야땅볼도 힘겹게 겨우겨우 처리하는거야.
자기가 나이가 들어 인제 한계가 왔나... 생각한 게릭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평소보다 더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했는데도 상태는 계속 나빠지기만 했지.
시즌이 시작되고 나서도 이런 상태가 계속되자 결국 감독에게 통보하고 스스로 라인업에서 빠지면서 연속경기 출장도 끝났어.
그리고 의사에게 진단을 받았는데...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불치병에 걸린게 밝혀졌지.
루 게릭에게 남은 삶이 길어야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도...
바로 지금은 루 게릭 병이라고 불리는 그 병이었어.
그래서 양키스 구단은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게 된 팀의 레전드이자 뉴욕의 영웅에게 무엇으로 보답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고...
그의 등번호 4번을 앞으로 아무도 달 수 없도록 박제함으로써 양키스가 사라지지 않는 한 루 게릭이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했어.
스포츠에서 영구결번은 이렇게 시작된거고... 지금은 수많은 종목에서 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될만한 선수들을 기념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지.
걍 최강야구 보고 뉴비 유입이 많아 기쁜 맘에 이것저것 주절거려 봤는데... 쓰다보니 뉴비를 위한건 아닌거 같기도 하고... 뭐 걍 알쓸신잡이라 생각해.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