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타자를 주목하시라. 1점 차에 후반이다. 상위 타선으로 연결된다. 보내기가 일감이다. 홈 팀 벤치에서 사인이 쏟아진다. 타석도 예상 범주다. 번트 모션이다. 단, 음미할 게 있다. 배트의 각도와 머무는 타이밍이다.
류지혁은 일찌감치 방망이를 내린다. 의도가 다분하다. 포수를 불편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무슨 말이냐. 대충 투구 각도와 포수 시야, 그 사이에 배트가 어른거리게 만든다. 그리고 최대한 늦게 뺀다. 이럴 때 (포수가) 시야에서 잠깐 공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흔한 동작이지만, 하필 여러 조합이 맞아 떨어졌다. 마침 볼이 낮게 깔렸고, 블로킹 아닌 미트만 냈다가 사고가 생겼다.
문제의 투구는 141㎞ 직구로 기록됐다. 하지만 구종은 의문이다. 홍건희의 패스트볼이 줄곧 148~149㎞를 찍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배트에 시야가 가리고, 구질 자체도 뭔가 변화가 생긴 것으로 추측된다. 때문에 원활한 블로킹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3루까지 허용할 정도냐. 결코 아니다. 위험성이 큰 주루였다. 실전을 보시라. 공이 빠진다. 1루 주자(김도영)은 바로 스타트하지 못했다. 한 발짝 (1루로) 돌아가다가 뒤늦게 출발했다.
게다가 상대 내야진도 기민했다. 박세혁이 잠시 공의 방향을 잃었다. 그러자 허경민이 망설임 없이 달려든다. 비어 있는 3루는 유격수(안재석)가 커버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없다. 정상적이라면 3루에서 주자를 잡아낼 수 있었다. (실제로 3루 코치는 돌리지 않았다.)
그런데 몇 가지 변수가 생겼다.
첫째는 김도영의 과감성이다. 그리고 폭발적인 주력이다. 알려진 바로 그의 홈→1루 달리기는 3.9초대다. 동성고 김재덕 감독이 “1루까지 4초 안에 끊는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사실이라면 놀라운 스피드다. 이 부문 mlb 최고(2021시즌)는 바이런 벅스턴(MIN)이다. 그의 기록이 평균 4.0초였다.
어제(19일) ‘제2의 이종범’의 질주는 6.6초 걸렸다. 베이스간(27.43m)을 3.3초로 끊었다는 계산이다. 물론 홈→1루와는 다르다. 그러나 곡선 주로, 슬라이딩 등의 요소를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임은 분명하다.
둘째는 허경민의 송구다. 재빨리 따라간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공을 잡으면서 비틀했다. 와중에 던지는 동작에 문제가 생겼다. 때문에 표적에서 꽤 빗나갔다. 아웃/세이프가 갈린 요인이다.
한 가지 더. 사고 지점은 홈 팀 덕아웃 앞이다. 그라운드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안다. 내야와 달리 흙이 조금 무르다. 실전처럼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마침 김도영도 3루수 아닌가. 자신의 수비 영역이다. 평소에 체크된 상황일 수 있다. 물론 지나친 상상력일 지 모른다. 하지만 프로 레벨에서는 가능한 얘기다.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꽤 미세한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플레이한다.
세번째, 결정적인 건 슬라이딩이다. 무작정 들어갔으면 위험한 타이밍이다. 그런데 19살 새내기는 가장 공격적이고, 전략적이었다. 일단 속도가 줄지 않는다. 그 정도로 과감하게 몸을 던졌다. 태그가 어려운 ‘앞슬라이딩’이다. 반대로 통증과 부상 우려가 있다. 그리고 베이스의 가장 오른쪽 구석을 노렸다. 수비의 손에서 가장 먼 곳이다.
극적인 세이프 순간이다. MBC Sports+ 중계팀이 챔피언스 필드의 한 곳을 클로즈업한다. 영구결번이 걸린 자리다. 그 ‘7번’도 그랬다. 남들 보다 한 베이스를 더 갔다. 바람처럼 빠르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