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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2006년 8월 엘르 인터뷰 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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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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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갱 인터뷰인데 내가 좋아하는 글이라ㅋㅋ 같이 보자고 들고 왔어ㅋㅋ




정경호에겐 대안이 없었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겠어요. 항상 배우가 꿈이었고, 다른 데 눈 돌린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으니까요.”

그건 과대망상이 아니었다.

유명 방송 PD 를 아버지로 둔 그는 배우라는 직업의 속성에 대해 무지하지 않았다.

스타가 아닌 배우를 꿈꿨다고, 중대 연영과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고, 오디션 100 번 안 떨어져본 배우가 어디 있어서 그걸 고생이라 말하겠느냐고, 그는 가식 없는 구어체로 말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의 마마보이 최윤 역할로 스타덤에 오른 뒤, 일일연속극 <어여쁜 당신> 과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까지, 정경호는 출연작마다 호평을 받으며 수직상승하고 있다.

외모도 외모지만,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연기력이 그의 장점으로 평가된다.
대학 시절 연극 무대에서 착실히 기본기를 쌓았다는 건 빈말이 아니었다.

모바일 영화 <다섯 개의 별> 로 데뷔한 이래 3 년 가까이 쉬지 않고 달려 왔지만, 아직 그는 가능성의 반도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껏 정경호는 주로 여자의 남자를 연기했다.
TV 나 스크린 속에서 그가 지어보이는 미소에는 사람을 녹이는 따뜻함이 있었다.

하지만 신작 <폭력써클> 의 스틸컷에서 그는 근육을 드러낸 채 냉소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

“원래는 아주 모범생이었던 아이가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쓰고, 점점 더 거기에 빠져들게 돼요. 결국엔 감옥까지 가게 되죠. 궁금했어요. ‘상호'라는 인물이.”

정경호가 그 드라마틱한 변신을 어떻게 소화해냈을까라는 의문은, 씩씩하게 인사를 건네며 스튜디오에 들어섰던 그가 카메라 앞에 서자마자 모두 풀렸다.

“웃을 때와 안 웃을 때 인상이 완전히 다르네요.”
공치사가 아닌 데도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쑥스러워 한다.

“감독님들이 여러 가지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얼굴이라고 하세요” 라는 자기자랑은 집요한 유도심문 끝에야 얻어낼 수 있었다.


실제 학창시절의 정경호는 모범생에 가까웠다.
10 년 내리 오락부장을 맡았고, 내신 1 등급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탈선이라면… 싸움 정도였죠. 우리 학교가 공부만 하는 모범생 학교로 소문이 나서 주변 학생들이 많이 괴롭혔어요. 우리도 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고 싸움을 했는데 결과는 뭐... ”

그는 궁금하지 않은 것을 궁금한 듯 묻고, 자신이 아닌 것을 자신인 양 답하고, 서로 약간의 과장과 축소와 가식을 허용하는 스타 인터뷰의 보편적인 메커니즘 속으로 좀처럼 휘말려들지 않는다.

일단 배우가 되는 건 이뤘으니 다음 목표는 뭐냐고 물으면 보험사원처럼 확신에 차서 자신의 비전을 브리핑하는 대신 “좋은 사람이 되는 거요” 라고 짧게 답하곤, 다음 말을 기다리는 기자에게 난처한 얼굴로 되묻는다. “저, 말 너무 못 하죠?”


천만에. 다만 그는 추상적인 인터뷰용 질문들 - 당신의 인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누구냐, 당신의 연기에 대해 감독들은 뭐라고 하느냐, 영화는 어떻게 고르느냐 등 - 을 거북해할 뿐이다.
(그의 대답: “어려워요.” “글쎄요.” “사실은 안 궁금하죠?”)


그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면 보다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화두를 꺼내야 한다.
예컨대, 그의 여동생에 대해 얘기할 때다.
지금 고3 이고, 공부를 잘 해서 건축과를 지망하고 있다며, 그는 중년 회사원이 늦둥이 자랑하듯 동생 칭찬을 했다.

“근데, 얼굴은 예뻐요?” 라고 묻자 갑자기 한쪽 가슴에 손을 얹더니, 팔 (八) 자 눈썹을 하고선 “제 눈엔 너 ~ 무 예뻐요”라고 힘 줘 말한다.

한창 떠오르고 있는 청춘스타가, 외국인용 한국어 교본에나 나올 것 같은 똑 부러지는 문장으로 격식과 예의를 갖춰 야망을 피력하는 대신, 생생한 표정으로 툭툭 던지는 일상적인 표현들은 꽤나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내내 뒤늦게 커피숍에 도착한 매니저, 영화 마케팅 담당자, 회사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음료와 간식을 권하고 앉을 자리를 챙긴다.

“경호씨 지금, 자신이 계속 누군가를 챙기고 있는 거 알아요?”
그는 눈 밑에 독특한 세로 주름을 만들며 웃는다.

“에이, 산만한 거죠.”
그건 산만한 게 아니라고 몇 번을 우기자 그도 인정한다.

“누나 있을 것 같다는 말 많이 들어요. 그런데 저를 몇 번 보고 나면 맏이 같다고들 하죠.”


요즘 그는 영화 <허브> 촬영을 위해 춘천에 머물고 있다. 강혜정이 정신지체 3 급 장애인으로, 배종옥과 정경호가 각각 그녀의 엄마와 첫사랑으로 출연한다.

“강혜정씨는 최고예요.”
누가 진심이냐고 추궁할 것도 아닌데, 그는 호소하듯 마디마디에 힘을 싣는다.

“따로 감정을 잡을 필요가 없죠. 보고 있으면 가짜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까. 그냥 그 상황을 믿고 몰입을 하게 돼요.”

영화 얘기가 나오자 말이 조금 빨라진다.
“<폭력써클> 의 상호는 조금 스탠다드한 캐릭터예요. 액션신 때문에 물리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캐릭터에 있어서라면…연구할 게 그리 많지는 않았죠. 그런데 <허브> 의 종범은 정말이지 쉽게 만날 수 없는 역할이에요.”

그의 열성적인 표정은, 요즘 정경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게 뭔지를 웅변해준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가 묻는다.

“그래 , 제가 어떤 사람 같아요?”
“자신에 대해 얘기 듣는 걸 좋아해요?”
“네.”
“멋져요.”
“뭐라고요?”
그는 뭐 그리 싱거운 대답이 다 있냐는 듯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럼 만난지 2시간도 안 된 한참 자라나는 신인배우에게 “당신 정말 균형 잡힌 멋진 청년이고, 태도나 사상도 반듯한 게 딱 맘에 들고, 유머감각도 있고, 연기에 대한 열정도 있어서 훌륭한 배우의 자질이 보인다”고 솔직히 말하랴?
그의 또 다른 미덕인 겸손함을 훼손할 권리가 나에겐 없다.

무엇보다, 그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오늘 본 그 모든 게 연기가 아니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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