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밤샘에 휴일 근무…생명까지 위협받아
지난 4월, 충남 천안에서 30대 여성 공무원 A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10년 차 공무원이자 부서 막내로, 평소 업무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A 씨는 업무가 버겁다며, 주변에 자주 어려움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숨지기 전날에는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초과 근무를 하는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보다 두 달 전인 2월에는 서울 강서구에서 한 주민센터 직원이 갑자기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30대 여성인 이 공무원은 폭설로 인한 비상 대기로 36시간을 연속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운동을 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중태에 빠졌다.
중앙 부처가 몰려있는 정부 세종청사도 과로로 인한 공무원들의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에는 행정안전부 정보자원관리원 소속 공무원이 청사 인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해당 공무원은 당시 ‘국가 전산망 마비’라는 초대형 사고 발생 이후, 사고 수습과 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연일 밤샘 작업과 함께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몇 년 전, 세 자녀의 엄마였던 30대 보건복지부 사무관이 복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청사에서 과로로 쓰러져 숨진 뒤, 일부 부처에서는 한동안 주말 근무 금지 지침이 내려지기도 했지만 금세 흐지부지됐다. 부처 공무원들은 여전히 밤샘 근무를 하고 여전히 주말 근무를 한다.
그러면 실제 ‘일이 많은’ 공무원들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당사자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정부 경제부처에서 일하는 사무관 B씨. B씨는 중동전쟁 발발 이후 집에 제 시간에 가본 기억이 별로 없다. 원래도 바빴지만 전쟁 이후의 삶은 그야말로 ‘녹초’다. 야근은 기본. 바쁜 날은 밤이 아닌 오전 7시에 퇴근해서, 오전 9시에 다시 출근한 적도 있었다. 주말도 고스란히 다 반납했다. 물론 퇴근해 집에 가서도 일을 한다. 사실 말이 퇴근이지 장소만 바뀌었을 뿐 24시간 하루 종일 업무가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긴 시간 일을 하고, B사무관은 얼마의 보상을 받았을까? 답은 의외였다. 200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했지만, 수당은 100시간 분밖에 받지 못했다. 단단하게 그어진 ‘상한선’ 때문이다. 그마저도 원래는 57시간 분 밖에 못받는 걸, 특수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100시간으로 늘려준 결과라고 한다.
현재 직업 공무원은 초과 근무 수당에 ‘상한선’이 그어져 있다. 규정상 하루 4시간, 한 달 57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돼 있다.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그 이상의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57시간 이상 일을 안 하느냐? 그건 아니다. 한 달 200시간을 일한 A사무관의 경우 100시간 넘는 시간이 말 그대로 ‘공짜 노동’이다.
그런데 A사무관의 마지막 말이 더 뜻밖이었다. “저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저보다 직급이 한 단계 높은 서기관들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