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은 이 회사 창립멤버고 나도 10년 가까이 다녀서 얘 초등학교 때부터 봤고 여기 나보다 고인물들도 많아서 삼일장 치를 때 주말 끼긴 했는데 다들 개인 연차 하나씩 써서 삼일 내내 장례식장 지키고 있었단 말이야(이거는 사장님이 나중에 다 공가처리해줌)
부장님이 진짜 감정 동요 같은 거 없고 단단한 아름드리 나무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빈소에서 몸도 못 가눠서 입관도 휠체어 타고 들어가시고 손님맞이도 나랑 후임이 했을 정도야
당연히.. 나이가 많아도 자식의 죽음은 부모가 감당할 수 없을 건데 이제 군대 전역한 어린 애가 그렇게 됐으니..
그 이후로 생전 실수 안 하시던 분이 자꾸 멍하니 계시고 자잘한 실수도 많아지고 그랬는데 다들 이해하고 서로 크로스체크 해가면서 업무 문제 없게 진행중이었는데 더는 안 되겠는지 3개월만 무급휴직 하겠다고 하셨어
사장님이 우리 어차피 복지비랑 이런것도 있고 부장님이 개국공신인데다 자식상이니까.. 사장님 사비 절반에 복지비 해서 월급 보전해줄테니 유급휴직 하라고 하셔서 2월부터 4월까지 쉬기로 했고 금요일날 휴직계 올리고 막출하고 가셨거든?
근데 우리가 본사라고 해야하나? 본사 지사 관계는 아닌데 약간 애매한? 본사가 있고 관리자급 휴직은 거기다가도 보고해야해서 내가 휴직계를 본사제출했는데 회송이 뜬거야
확인해봤더니 '사유가 구체적이지 않아서 회송하니 상세사유서 본사로 직접 방문제출' 이렇게 써있어서 개어이없어서 담당자한테 전화했더니 자식 사망 이렇게만 쓰면 어떡하냐 그러면 앞으로 자식상당하면 다 3개월 유급휴직줄거냐 이러면서 그 부장한테 상세사유서 써서 본사로 직접 방문제출하라고 하세요 이러는거;;
본사돈 나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 자체적으로 쓰는 예산이랑 사장님 개인돈 나가는 거고 우리는 휴직에 대한 건만 올린거다 그럼 그냥 수신처리하면 되지 않냐 그러니까 안된대
본사 저 담당자 그전에도 싸가지없고 싸이코같기로 유명하고 본사 대표가 ㅇㅋ해도 지 성에 안 차면 계속 빠꾸먹여서 대표 일가친척인가 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걍 도라이새끼라고 본사 사람들도 학을 떼거든
근데 하다하다 자식상으로 휴직이고 본사기준은 무급휴직인거라 걍 수신만 하면 되는 건데 저지랄이라 내일 우리 사장님이 본사 가기로 했는데 하 진짜 깝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