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하지만 성악전공자 아니고 노래실력이랄 것도 없이 음정 박자만 맞추는 정도고 사회과학 전공했고 지금은 행사/마케팅 대행업체에서 일함
노래에 있어서 유일한 장점은.. 고등학교 때까지 운동선수였어서 긍가 성량이 좋고 여자치고 목소리가 엄청나게 낮아서 학교다닐때 음악 가창시험 보면 선생님들이 장난으로 성악하라고 하면서 소프라노 알토는 안 되고 바리톤이나 베이스 해야 한다고 했었음
근데 우리가 회식하면 무조건 큰 노래방 가는데 임원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90년대 노래가 최신곡일 지경임ㅠㅠ (근데 이런 일 하는 거 신기하긴 함)
하도 들어서 외운 노래가 칠갑산, 서울의모정, 그리고 사장님이 조용필 좋아해서 단발머리, 친구여, 킬리만자로의 표범 많이 부르는데 재작년 회식때 옆팀 신입이 사장님 조용필 좋아하시는 거 같아서 준비했다고 조용필 바운스 불렀다가 어쩐지 갑분싸돼서 회식이 끝난 적이 있었음
노래 부르는 것도 안 좋아하는데다 새벽 두시쯤 노래방 들어가면 해 떠야 나갈 수 있는데 그때 처음으로 3시쯤 끝나서 그거 노리고 갑분싸를 만들어야겠다 나름대로 생각함
뽕짝 같은 걸로 한껏 분위기 올라왔길래 여기서 템포 느린 성악곡으로 갑분싸 만들고 여기서 회식을 끝내야겠다 싶어서 김동규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를 불렀는데 평소에 운신 잘 안 하는 임원급들이 갑자기 기립박수를 침(?)
한 곡 더 부르래서 아 ㅅㅂ 이게 아닌데 싶었지만 여기서 더 템포를 눌러야겠다 싶어서 양지은 - 아름다운 나라 를 남자키로 부름
사장님 감동해서 그 자리에서 나한테 금일봉 50만원 하사하고 다른 직원들한테도 5만원씩 현금으로 뿌리고 모두가 즐거운 회식이 됨(?)
문제는 여기가 마케팅 하고 행사 같은 거 기획하는 곳이다 보니 사장님도 외부활동을 많이 하는데 2월 말에 이런 업체 대표들끼리 모이는 큰 모임이 있는데 거기서 나보고 성악가 제비 정장을 준비해 줄테니 입고 회식때 불렀던 성악 노래를 부르라고 함(?)
대표들 모이는 모임인데 업계가 그렇다보니 거기서 장기자랑을 하는데(?) 1등하면 상금이 300만원이 걸려있고(?) 직원들 데리고 와서 해도 되는데(?) 자기 한번도 1등 해 본 적이 없어서 자존심이 상했다고(?) 이번에 1등 하면 상금 하나도 안 빼고 다 나 준다고 함(?)
너무 황당한게 다들 만취해서 노래방 에코 끼고 들으니 잘 하는 거처럼 보였던 거고 내 목표는 신나는 뽕짝 분위기 성악으로 누르고 갑분싸 만들어서 빨리 집에 가는 거였는데 대차게 실패했을 뿐인데요..
존나 이게 무슨 일이야 하면서 2월 말 되기 전에 튀고 싶어서 진지하게 이직각 세우고 있는데 퇴사 사유가 회식에서 성악곡 불렀다가 대표한테 간택당해서 라고 하면 많이 어이없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