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첫직장이 물경력이었어. 라이센스 관리하는 회사인데 그냥 가만 있어도 커미션으로 몇십억 버는 회사였어. 직원은 4명. 아무도 그만 안두고 내가 마지막까지 막내였어. 그냥 편하게 일하고 맨날 같은 일 하니깐 일은 잘했어. 파트너회사에서 교육 시켜준다고 해외출장도 많이 보내주고. 그냥 가서 구경하는 출장
근데 파트너사가 다른 회사로 인수되면서 계약 연장안됨.
회사는 망했고 나는 물경력이라 이직을 해야 하는데.. 경력 살릴 방법이 없어서 그냥 평소에 미래를 대비해서 따 놓은 사복 자격증으로 동네 복지 관련 회사 취업했는데
놀고먹던 월급루팡이 박봉에 어마어마한 행정업무에 적응못할(?)줄 알았지만 내가 일머리가 있더라.
입사하자마자 칭찬받고 일을 잘했어 ㅋㅋ.. 칭찬받으니깐 열심히 하고 열심히 하고 무리하니깐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졌어.
간수치가 확 올라가고 수급자 상대하다가 스트레스 받고 박봉에 야근하다가 건강에 이상신호 생겨서 1년 안되서 더는 안되겠다 싶던 시점에
첫회사 파트너사를 인수한 회사에 계열사에 빈자리가 있다고 날 추천한다는 거야.
생각지도 못하게 외국계회사로 스카웃됐는데
너무 좋아.. 완전 교육도 체계적이고 출퇴근도 자유롭고 라이센스 관리하는 건 같은데 굳이 출근할 필요 없으니깐 미팅할 때만 가면 되고
같은 팀원분들은 진짜 유명한 해외대학 출신, 구글 아마존 출신 이런 분들인데 배울 것도 너무 많고, 사람들도 다 너무 좋아.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서로 공유하는 분위기고 모든 일을 협업하고 시스템화해서 하나의 공유지식으로 만들고
일주일에 한번 출근하는데 오랜만에 만난다고 다들 반가워하면서 꼭 저녁까지 먹고 헤어지는데 난 원래 회식 극혐인데 이 사람들 너무 웃겨서 다들 꼭 참석해. 다들 회사생활 오래했는데 이런 분위기 첨이라고 다들 신기해하고
다들 예의 지키면서 선 넘지 않으면서 친해지는 기분이야
워라벨도 좋고 연봉도 사복때 거의 1.8배고, 무엇보다 부모님도 좋아하시고. 사복 일 할 때 내가 여유 없으니깐 가족들한테 짜증도 많이 냈는데 지금 너무 행복하고 여유가 넘쳐
사복하다가 내가 넘 예민해서 10년 사귄 남자친구랑 헤어질 정도였어. 이 친구랑 헤어지고 그냥 내 삶에 남잔 없을 줄 알았는데 요즘 여유가 생기니깐 눈에 들어오는 남자도 있고
이직 두 달 됐는데 일이 재밌으니깐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보다 언어는 부족해서 매일 영어공부하고. 그래도 내가 일머리는 있어서 마지막에 합류했지만 따라가는 것도 그런데로 하고 있는 것 같아. 진짜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어디가서 자랑 못하니깐 여기서 한 번만 하고 업무 공부 해야겠어.
영어는 좀 더 공부해야겠어. 어제 일본 회사에 전화해서 계약관리하는데 말은 통했지만 내 전화영어 처참하더라.
그리고 워라벨이 좋은 회사 다니는 김에 내년에 석사 해보려고.
첫 회사 다니면서 방통대 두번 편입해서 학사만 3개인데 딱히 목적의식은 없지만 또 학사하는 것 보다 이번엔 석사해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