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여자/지방 사립대/
어문계열/ 경력 5년 7개월 / 현 직장(중소) 1년 4개월
현재 타지에서 통번역 업무를 하고 있어.
현 직장을 근무한지는 이제 1년 좀 넘겼어.
이전 회사에서 그간 인하우스 통역사 계약직을 전전했었고
이번에 처음 정규직으로 입사하게 되었어.
이 회사 들어가기 전에 업무가 통번역만 하는 것인줄 알고 들어왔는데
들어와보니 통번역+해외지점 창구 PM+기타 잡다 업무 까지 맡게 되더라고.
나는 그간 통번역만 했었지 다른 업무까지 같이 해야하는지는 몰랐거든.
그래도 어렵게 들어온 정규직이고, 다른 일 맡으면 경력에도 도움될테고
통번역만 하는 정규직은 없겠구나 싶어서 일단은 수락하고 했었어.
하지만 업무 중에 실수를 하면 내 직속 상사가 불같이 화를 냈어.
상사는 자타공인 분노조절장애+다혈질+기분파인 사람인데
내가 통역을 잘못 하면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크게 고함을 치고 화를 냈어.
(죄송하지만 말을 천천히 해달라고 미리 양해를 구하고, 중간에 잠시 말을 끊고 통역을 하면
그거대로 또 화를 내는거야...)
번역을 실수하면 내용상에 크게 문제가 없음에도 왜 네 멋대로 의역하냐며
메일로도 화를 막 내더라고.
상사는 평소에도 욕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불만이 있으면 언성을 높이고 고함치고,
상대방에게 상처주는 말도 해서 타 부서 사람들 별로 좋아하지 않아. 사장 직속이어서 거의 뭐 부사장급인 거 같아.
임원들보다 내 상사가 더 임원같더라고. 상사가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인사부 쪽에서도 딱히 제재를 하지 않아. 이런 일이 그간 비일비재했던 거 같아.
다른 회사에서 이런 경험을 해본적이 없던 나는
점점 상사 앞에서 주눅들고 두려워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상사는 나한테 다른 사람들하고 어울리지 않는 네 성격이 문제라느니,
(타 부서의 소수 인원만 친한걸로도 뭐라고 했음.)
회사 공부를 안 한다니 하면서 나를 깎아내리더라고.
상사의 저런 말에 주눅드니까 회사 업무도 자신감을 잃었고.
무엇보다 상사도 여러 일들을 맡으니까 갖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더 화내고 짜증내고 입밖으로 욕을 내뱉는 일이 빈번했고
상사 스스로 회사가 싫다, 이게 회사냐, 회사 그만두고 싶다 이렇게 계속 말을 하니까
듣는 나도 점점 의욕이 꺾이더라고. 이 회사에 계속 남아도 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그리고 내 업무가 통번역+해외지점과의 커뮤니케이션인데
상사가 해외지점의 외국인 직원들하고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어.
서로 업무적으로 스타일이 다르기도 했고, 해외지점하고 여러 트러블이 있었거든
그래서 그거에 대해 조율할 때마다, 통역을 할 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어.
통역 업무 자체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서로 싸우는 이야기를 그대로 통역하려니까
샌드위치가 된 것마냥 지치는거야. 그리고 상사가 통역할 때 직설적으로 무례한 말을
하는데 이걸 그대로 통역할 수 없어서 좀 에둘러 표현하면
상사는 그걸 기가막히게 캐치해서 왜 그대로 통역 안 하냐고 나를 윽박질렀어.
(그대로 통역하면 싸움밖에 되지 않아서 정중하게 말을 한 것임에도)
이렇게 되니까 이제 나도 지쳐가더라.
해외지점에서 뭔가 요청을 하면 상사의 지시 때문에 며칠 동안 계속 요청이 방치되고
해외지점에선 그게 또 불만이고, 상사는 그게 또 마음에 안 들고
이러니까 사이가 좋아질리가 없더라고...
내가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고 상사한테 물어보면
왜 그걸 나한테 물어보냐, 내가 신이냐, 네가 알아서 처리한 후에 나한테 보고해라
하고 말하더라고.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내가 판단해서 업무를 처리하면
넌 왜 네 멋대로 보고하냐,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 못한다, 왜 선임들한테 안 물어보고
네 멋대로 처리하냐 하면서 또 말을 바꾸니까 혼란이 오더라고.
이러다보니 해외지점에서 뭐 문의 요청 올 때마다 괜히 내 심장이 떨려.
이걸 어떻게 또 상사한테 보고해야하나 무서워서.
사람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게 자꾸만 두려워졌어. 트러블이 생길 때마다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보단 회피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커지더라고.
이렇게 1년이 지났는데, 상사는 1년 넘었는데 아직도 일 제대로 못 배웠다,
회사에 대해 공부 좀 해라 하면서 질책을 했어.
나도 입사 초기에 회사 제품에 대해 공부하고 배우려고 노력했었고
통역이 부족하면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어떻게든 메꿔보려고 했는데
자꾸만 움츠려들고 무섭고 회피하게 되니까 더 악순환이 오고.
게다가 내가 회사 기숙사에 사는데 기숙사 룸메이트하고 사이가 최악으로 치닫으면서
점점 심적으로 고립되어갔어. (룸메이트는 나보다 직급이 높고 업무적으로 가끔 부딪혀)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운동도 해보고 자격증 공부도 해보고 놀러도 가보고 했는데
다 소용이 없더라고.
가뜩이나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있고 치료 중이었는데 이 일을 시작하면서 점점 더 심해졌어.
그리고 부서원들은 나 빼고 다 남자인데 서로 사이가 좋았어.
여직원인 나는 딱히 어울리지 못했고 타 부서 여직원과 친해지게 되었어.
(이런 것도 상사 눈엔 좀 못마땅 했나봐. 그 여직원이 상사가 싫어하는 부서의 사람이었거든.)
그러다보니 마음의 병이 생겨서 사람들을 기피하게 되고, 식사도 거르게 되고
회사도 지각은 안 하지만 예전엔 의욕 넘치게 아침 일찍 출근했다면
이젠 회사에 가기 싫어서 늦게 출근하고 그랬어. (믈론 근태 때문에 지각은 절대 안했음.)
억지로라도 밝게 웃어보고 했는데도 며칠 가지 않더라. 사무실에서 갑자기 눈물이 막 날 때도 많았어.
상사가 뭐 하나 지시해도 쭈뼛쭈뼛 우물쭈물하게 되고, 실수 하나 하면
쥐잡듯이 나를 잡을까봐 오돌오돌 떠는 날이 계속 되었어.
그러다가 중간에 새 직원이 입사했는데 상사의 이런 강압적이고 고압적인 성격이 맞지 않아서
그 직원이 상사와 대판 싸우고 당일 퇴사를 했어.
상사의 욕설, 상명하복 군대식의 부당한 업무 지시 등등 불만을 다 얘기하고 나가더라고.
그 사건이 나한테 정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때부터 회사를 그만둬야하나보다..하는 마음이 슬슬 들었어.
그러다가 올해 코로나가 터질 무렵에 갑자기 해외출장을 가라고 하는거야.
갑자기 이때 퇴사에 대한 욕구를 참지 못하고 질러버렸어.
아직 1년 되기 전이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퇴사하겠다고 상사에게 통보했어.
이러다가 내가 죽을 거 같겠는거야. 이런 저런 일로 멘탈이 무너지니까 더이상 업무 수행을 하기 벅차더라고.
근데 상사가 이런저런 나를 설득했어. 더 잘해주겠다, 미안하다, 나에게 더 기회를 달라,
우리 앞으로 더 잘해보자, 하면서. 아직 이대로 퇴사하기에 네 경력이 너무 짧다, 아쉽다 하면서.
곰곰이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라 그래서 난 주말 동안 생각을 했어.
그리고 코로나가 막 창궐하고 있어서 직장을 구하기 힘들어질 거라는 생각에 불안해져서
나는 퇴사를 번복했어. (이미 회사엔 소문이 다 퍼져있었지만...)
그리고 앞으로 잘해보겠다고 상사한테 얘기하고 다시 심기일전해서 다녔어.
근데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
일은 의욕이 사라졌지, 기숙사에 들어가도 숨이 막히지, 코로나 때문에 어딜 놀러가지 못하지
너무 미치겠는거야. 사람이.
게다가 최근에 상사 앞에서 업무적인 실수를 했는데
나더러 정신병자냐는둥 그딴 식으로 업무하지 말라는둥 너는 나한테 찍혔다는둥
이런 말 안 하지만 너가 여자지만 때리고 싶다는 둥 폭언을 하는거야.
그게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어. 그 말 듣고 밤새 울었어.
어떤 취미를 해도 즐겁지도 않고, 좋아도 그때 뿐이었고. 점점 내 자신이 무너져갔어.
우울+공황장애+불안장애가 심해져서 신경과 약을 몇 십알씩 들이붓고 일하고
억지로라도 의욕을 불태워보려고 카페인 음료를 마셨는데 부작용 때문에
더 우울하고 불안해져서 죽고 싶어지고, 실제로 회사 다니면서 자살하는 방법에 대해서
수차례 검색하고 시도도 해보다가 실패로 끝났어. 일요일 밤만 되면 어떻게 죽을까 고민하고
월요일 아침에 자살해야지, 이 일만 마치고 죽어야지, 이런 생각을 반복하고
일은 팽개치고 죽을 생각만 하게 되더라고.
그렇다고 퇴사하자니 나는 돈이 없고, 다시 백수 생활로 돌아가는게 무섭고
지금 직장도 겨우, 어렵게, 첫 정규직인데 내 경력 살리려면 또 계약직으로 들어가야하나
무섭고 두렵고...내 고향은 경력 살리기 어려워 타지로 온건데 또 타지 생활을 해야하나
고민이 들더라고. 이도저도 못하니까 더 죽고 싶어지더라고.
가족들은 이런 나를 보면서 일을 그만두고 새 직장 알아보자고 해.
근데 다시 백수가 되는게 두려워. 너무 무서워.
하지만 이대로 가면 나도, 상사에게도 서로에게 민폐일 거 같아.
환승이직을 할까 생각하다가도 코로나 때문인지 일자리도 많이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좀 쉬면서 멘탈 관리 하다가 알아보는게 어떻냐고 하더라고.
.....
말이 길어졌는데 현재 내 상황은 이래.
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 쉬고 새 직장을 알아보는게 좋을까?
통번역 경력을 살리지 말고, 아무 생각 없이 단순 업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되는걸까..? 새 직장 구할 수 있을까? 후회하지 않으려나.
이 회사를 나오는게 정답인걸까....?
다른 회사에서도 적응 못해서 또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너무 불안하고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