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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루토크 내일 출근 앞두고 뜬금 없는 책 추천 (음슴체/스크롤 주의)
2,021 15
2019.11.24 19:41
2,021 15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에크하르트 톨레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데이비드 앨런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

각각 의지철학, 마음챙김 명상, GTD 방법론에 대한 유명한 책들인데 그 기저에 깔린 사상에 공통점이 놀랍도록 많다는 걸 최근에서야 깨달았음.

나덬은 이제 직장생활 10년차로 접어드는 공대덬인데, 작년 이맘때쯤부터 직장생활이 너무나도 힘들게 느껴졌음. 업무가 바뀌고, 상사가 바뀌고, 운 좋게 조기진급을 했지만 그만큼 주변의 기대가 높아지고 실적 압박이 거세어지는 등 변화가 많았던 때였음.

일을 하다보면 잘 될 때도 있고, 잘 되지 않을 때도 있기 마련임. 그런데 일이 잘 안 됐을 때는 밤 늦게까지 실험실 구석에 혼자 몇 시간이고 쪼그리고 앉아 울면서 '나는 왜 이럴까, 왜 살까, 확 죽어버릴까'라는 생각에 빠져 허우적댔음. 집에 와서도 똑같은 생각에 빠져 무력하게 처져있기 일쑤라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아 몸도 마음도 항상 힘들기만 했음.

반 년 만에 체중이 10kg 넘게 줄고, 10년 이상 잘 조절되던 천식도 악화되고, 너무 힘들다보니 회사 소속의 상담심리사님과 상담도 꽤 장기간하고, 상담심리사님 조언을 받아 정신건강의학과우울증 약도 처방 받아 먹었지만 하루종일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기만 할 뿐 근본적인 개선에는 큰 도움이 안 됐음.

그러다 예전에 철학에 흥미있을 때 읽었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우연히 다시 펴보게 됨. 그리고 큰 깨달음을 얻음.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세계는 단지 감각된 재료를 이성이 시간과 공간, 인과율에 근거해서 재구성한 표상일 뿐이며, 다른 측면에서는 맹목적이며 절대 만족을 모르는 의지의 현상일 뿐이라고 설명함.

우리의 삶 역시 예외가 아님. 잠시 의지가 충족되어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의지는 절대로 영원히 충족될 수 없는 것이라, 의지에 따라 살다보면 이내 불만과 좌절을 느낄 수 밖에 없음.

그러므로 의지에서 한 걸음 물러나 다양한 의지들의 끊임 없는 투쟁이 사실은 헛되다는 것, 나를 포함한 모든 세계가 충족되지 않는 의지 때문에 하나 같이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의지를 부정(또는 극복)할 수 있다고 함. 그렇게 해서 초연하고 자비롭고 명랑한 마음으로 주어진 순간을 살아갈 수 있게 됨.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는 마음챙김 명상 입문서로서 추천 받은 책인데, 똑같지는 않지만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서술하는 '하나의 사상'과 유사한 면이 있음.

우리를 괴롭히는 생각들은 이미 지나간 과거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것임. 그런데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도 아님. 그런데도 '그때 왜 그랬을까', '내일 출근하면 어떡하지' 같은 후회와 걱정으로 정작 지금 이 순간을 단지 고통 받는 시간으로 만들어버리곤 함. (이 지점에서 쇼펜하우어의 '의지의 현상'이 톨레의 '생각'으로 나타남.)

지금 일요일 오후 7시를 조금 넘은 이 순간도, 회사 밖에서 충분히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현재이지만 내일 출근 걱정에 잡생각에 빠져있거나, 의미 없이 인터넷을 뒤적이고 있는 식임. 그럴 시간에 하다못해 스쿼트 하나라도 더 하거나, 영어 섀도잉 한 문장이라도 해본다거나, 하다못해 내일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계획을 짜보는 게 낫다는 것임.

근데 이런 과정은 머리로 이해한다고 되는 게 아님.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살펴보고, 알아차린 생각에 대해 아무런 가치판단 없이 그저 바라보는 과정, 즉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스스로 깨닫는 수 밖에 없음.

나덬이 마음챙김 명상을 한 지는 1년이 좀 넘었음.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도 하고, 회사 점심시간에도 하고, 임원 보고 들어가기 전에도 하고, 여튼 짬날 때마다 길든 짧든 자주 하고 있음.

처음에는 생각을 멈추는 게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내가 걱정, 후회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그런 생각이 딱 멈추고 머릿속이 고요해짐. 항우울제를 먹었을 때처럼 멍한 느낌이 아니라 맑고 차가운 밤 달빛에 빛나는 바다를 볼 때처럼 상쾌하고 개운한 느낌임. 신기하게도 마치 전등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생각이 딱 멈춰버림.

그만큼 삶의 질도 개선됨. 항우울제도 점점 줄여가다 안 먹어도 된다는 진단을 받았고, 천식도 좋아지고, 체중도 적어도 더 줄지는 않고 있음.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짜증이 줄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감정 섞지 않고 말할 수 있게 되어 대인관계에서의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음. 집에서는 회사 걱정에 빠져 있는 대신 자기계발과 가족과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됨.

그럼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은 뭐냐면, 이 책 역시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는 내용인데 위 책들보다 좀 더 실용적인 업무 방법론임. 예를 들면, 한 달 뒤에 예정된 임원 보고에 대해 걱정하는데 마음 쓰는 대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고 그 중에서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해서 해치우라는 것임.

이 방법의 장점은 미래에 닥칠 일들에 대한 걱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음. '다음달 임원 보고 어떡하지', '다음주에 중간보고 하라고 했는데' 같은 걱정에 집중력을 낭비하는 대신, 장 볼 때 체크리스트 지워나가는 것처럼 최소 단위로 쪼개놓은 일 하나 하나에만 집중헤서 해치워버리는 거임. 때문에 업무 집중력이 높아지고 확실히 예전보다 업무 결과물이 잘 정리되어 나옴.

이 방법을 실행하려면 몇 가지 준비해야 할 것과 구축해야 하는 체계가 있는데 자세한 건 책을 읽어봐도 되고, 인터넷에 'Getting things done'으로 검색해보면 결과가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오니 참고해도 됨.

책 세 권 모두 내 삶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던 책들임. 글을 써놓고 보니 분량이 너무 많아서 책 세 권의 공통점에 대해 쓴 부분을 대부분 지웠는데 결국은 아주 거칠게 요약하면 책 세 권 모두 기저에는 '지금 이 순간 만이 유일하게 중요하니 쓸데 없는 근심걱정은 ㄴㄴ'라는 사상이 깔려있고, 이건 누가 설명해줘서 되는 게 아니라 각자가 스스로 깨달을 수 밖에 없음.

아무쪼록 남은 주말 잘 마무리하고 내일도 기분 좋게 출근해서 자신감 있게 또 행복하게 사는 덬들 되기를 바람.

덧) 나덬은 공대 출신이라 사실 인문학 잘 모름. 혹시 내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으면 인문학 배운 덬이 알려주기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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