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원래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웃음). 꽤 재미도 있고 너무 밝아서 좀 걱정이란 분도 계세요. 초긍정 마인드?(웃음). 사실 타환이 나랑 잘 맞을까란 생각은 했어요. 원나라 황제역할이라는데. 그런데 대본을 보니 정말 재밌는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죠. 우선 배우인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정말 많을 것 같았어요. 그게 정말 흥미를 당기게 했죠. 우선 변화가 아주 많은 캐릭터잖아요.”
그의 말처럼 타환은 극 전체를 통해 가장 감정 변화가 심한 인물이다. 유약한 황태제에서 겁 많은 황제 그리고, 각성을 통해 진정한 군주로 거듭나는 황제, 마지막에는 정신분열로 인해 자아가 붕괴되는 모습까지. 한 인물을 통해 이처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도 드물다. 아니 배우라면 이런 배역이 자신에게 온 것을 감사해야 할 정도다. 지창욱 역시 “정말 운이 좋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고 웃었다.
방송이 끝난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타환’은 지창욱이 아니면 다른 배우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타환’에는 한 톱스타의 출연이 거론됐다. 우여곡절 끝에 지창욱에게 이 배역이 돌아갔다. 지창욱은 ‘대타’라는 단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배우로서 자신에게 의문을 품는 것에는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고.
“감독님 작가님 동료 배우들이 ‘과연 잘할까’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혼자 상상했나 봐요. 사실 걱정 많이 하셨겠죠. 제가 지금까지 해온 배역들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니깐. 제가 생각해도 그런데요 뭘.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캐릭터 분석을 하고 다른 배우들과의 연기 합에도 신경을 더 쓴 거 같아요. ‘대타?’ 전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제가 완벽하게 소화하면 그게 제 것이 되잖아요. 하지만 저도 배우인데 저한테 의문을 품는 것에는 솔직히 자존심 상하죠.”
“정말 많은 대화를 했어요. 조금도 뒤지기 싫었죠. 우선 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어떤 톤으로 이끌어가야 할지 감독님과도 선배 하지원 주진모와도 대화를 했어요. 결국 나온 답은 ‘비극’이었어요. 승냥이도 왕유도 타환도 그렇게 사랑을 원했지만 결국 세 사람 모두 아무도 그 사랑을 얻지 못하잖아요. 글쎄요. 내 사랑을 위해 남을 죽이고 얻은 그 사랑이 진짜일까. 제가 실제 타환이라면, 전 정말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대화를 하고 연구하고 분석하고, 지창욱은 ‘기황후’의 대본이 유독 어려웠다고 혀를 내둘렀다. 회를 거듭할수록 음모와 배신, 그리고 수없이 변하는 감정의 결을 쫒아가기에 정말 너무도 힘이 들었다고. 공교롭게도 현장에서 지창욱을 든든하게 받쳐 준 인물이 극중에선 철천지 원수로 등장한 ‘연철’역의 중견배우 전국환이었다. 이미 지창욱과는 ‘무사 백동수’과 ‘다섯 손가락’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기황후’를 통해 지창욱은 분명 달라졌다. 아니 많은 부분이 달라질 것이다. 대중들의 시선이 달라질 것이고, 그를 바라보는 방송가 혹은 충무로 영화계 관계자들의 시선도 이미 달라졌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대본과 시나리오가 지창욱에게 향하고 있다. 지창욱은 “다 헛소문”이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이미 지창욱은 ‘대세’ 그 자체다.
지창욱은 ‘타환’과 작별을 하게 됐으니 이제 ‘기황후’도 자신에게 또 다른 좋은 추억이라고 전한다. 그냥 씩 하고 웃는 지창욱의 모습이 참 색달랐다. 이 배우, 분명 다른 연예인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지창욱, 그의 말처럼 그는 앞으로도 계속 ‘연예인 지창욱’이 아닌 ‘배우 지창욱’으로만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