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잡담 [기억 저편에 머무는 잉피] 젊은 느티나무
421 4
2025.03.21 20:41
421 4

원글 https://theqoo.net/infinite/280797848

 

<젊은 느티나무>

 

- 지은이 : 강신재

 

 

 

1

 

 

 

그에게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YWGqV

 

 

 

 

 

아니, 그렇지는 않다. 언제 나라고는 할 수 없다.

그가 학교에서 돌아와 욕실로 뛰어가서 물을 뒤집어쓰고 나오는 때면 비누 냄새가 난다. 나는 책상 앞에 돌아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더라도 그가 가까이 오는 것을―그의 표정이나 기분까지라도 넉넉히 미리 알아차릴 수 있다.


티이샤쓰로 갈아입은 그는 성큼성큼 내 방으로 걸어 들어와 아무렇게나 안락의자에 주저앉든가, 창가에 팔꿈치를 집고 서면서 나에게 빙긋 웃어 보인다.

 

 

 

 

 

nlaGJ

 

 

 


[무얼 해?]

대개 이런 소리를 던진다.

그런 때에 그에게서 비누 냄새가 난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가장 슬프고 괴로운 시간이 다가온 것을 깨닫는다. 엷은 비누의 향료와 함께 가슴속으로 저릿한 것이 퍼져 나간다―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뭘해?]

하고, 한 마디를 던져 놓고는 그는 으레 눈을 좀더 커다랗게 뜨면서 내 얼굴을 건너다본다.

그 눈동자는 내 표정을 살피려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그보다도, 나에게 쾌활하게 웃고 떠들라고 권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또 어쩌면 단순히 그 자신의 명랑한 기분을 나타내고 있는 것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

.

.

 

 

 

[인제 오우?]

나는 이렇게 묻는다.

그가 원한 듯이 아주 쾌활한 어투로, 이 경우에 어색하게 군다는 것이 얼마만한 추태인가를 나는 알고 있다.

 

 

 

 

 

kTsXz

 

 

 


내 목소리를 듣고는 그도 무언지 마음 놓였다는 듯이,

[응, 고단해 죽겠어. 뭐 먹을 거 좀 안 줄래?] 

 

두 다리를 쭈욱 뻗고 기지개를 켜면서 대답을 한다. 

 

[에에, 성화라니깐, 영작 숙제가 막 멋지게 씌어져 나가는 판인데…….] 

 

나는 그렇게 투덜거려 보이면서 책상 앞에서 물러난다.

 

 

 

 

 

.

 

.

 

.

 

 

 

정말 한동안 음전하게 앉아서 쉬었다. 그리고 그는 허리를 굽혀 표주박으로 물을 떴다. 그는 그것을 내 입가에 대어 주었다. 조용한, 낯선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보이는 일이 없는, 자기 혼자만의 얼굴의 하나인 것 같았다.


나는 아주 조금만 마셨다. 그리고 얼굴을 들어 그를 바라다보고 있었다. 그는 나머지를 천천히 자기가 마셨다.

그리고 표주박을 있던 자리에 도로 놓았으나 아주 짧은 사이 어떤 강한 감정의 움직임이 그 얼굴을 휘덮은 것 같았다.

 

그는 내 쪽을 보지 않았다.

 

 

 

 

rfmzL

 

 

 

 

나는 돌연 형언하기 어려운 혼란 속에 빠져들어 갔으나 한 가지의 뚜렷한 감각을 놓쳐 버리지는 않았다. 그것은 기쁨이었다.


나는 라킷을 둘러메고 담장께로 걸어갔다.

<오빠.>

그는 나에게는 그런 명칭을 가진 사람이었다.

 

 

 

 

.

.

.

 

 

 

 

재작년 늦겨울 새하얀 눈과 얼음에 뒤덮여서 서울의 집들이 마치 얼음 사탕처럼 반짝이던 날 므슈 리에게 손목을 끌리다시피 하며 이곳에 도착한 나에게 엄마는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숙희의 오빠얘요. 인사를 해. 이름은 현규라고 하고.]

저 진보랏빛 양탄자 위에 서서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문리과 대학의 수재란다. 우리 숙희두 시골서는 꽤 재원이라고들 하지만 서울 왔으니까 좀 어리벙벙할 테지. 사이좋게 해 줘요.]

엄마의 목소리는 가벼웠으나 눈에는 두려움이 어려 있는 것 같았다. 엄마는 열심히 청년의 큰 눈을 주시하고 있었다.

V 네크의 다갈색 스웨터를 입고 그보다 엷은 빛깔의 샤쓰 깃을 내 보인 그는, 짙은 눈썹과 미간 언저리에 약간 위압적인 느낌을 갖고 있었으나 큰 두 눈은 서늘해 보였고, 날카로움과 동시에 자신(自信)에서 오는 너그러움, 침착함 같은 것을 갖고 있는 듯해 보였다. 전체의 윤곽이 단정하 면서도 억세고, 강렬한 성격의 사람일 것 같았다. 다만 턱과 목 언저리의 선이 부드럽고 델리킷하여 보였다.

<키도 어깨 폭도 표준형인 듯하고---- 흐응, 우선 수재 비슷해 보이기는 하는걸------>

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채점을 하였다. 물론 겉 보매만으로 사람을 평가할 만큼 나는 어리석은 계집애는 아니었지만.

내 가 그의 눈을 쏘아보자, 그는 눈이 부신 사람 같은 표정을 하면서 입술 한쪽으로 조금 웃었다. 그것은 약간 겸연쩍은 것 같기도 하였지만, 혼자 고소* 하고 있는 것 같이도 보였다. 자기를 재어 보고 있는 내 맘속을 환히 들여다보는 때문일까? 그러자 나는 반대로 날카로운 관찰을 당하고 있는 듯한 긴장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지극히 단순한 태도로,

 

 

 

 

 

VbDIR

 

 


[참 잘 왔어요. 집이 이렇게 너무 쓸쓸해서 아주 좋지 못했는데------]

하고 한 손을 내밀어서 내 손을 잡았다.

 

 

 

.

.

.

 

 

 

잡석을 접은 좁단 층계를 뛰어오르자, 나는 곧장 내 방으로 올라갔다. 지수가 하듯이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어쨌건 기운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었다. 내 팔뚝이나 스커어트에는 아직도 풀과 이슬의 냄새가 묻어 있는 듯했다. 나는 기운차게 반쯤 열린 도어를 밀치고 들어선다.

뜻밖에도 거기에는 현규가 이쪽을 보며 서 있었다. 내가 없을 때에 그렇게 들어오는 일이 없는 그라 해서 놀란 것은 아니었다. 그는 몹시 화를 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너무도 맹렬한 기세에 나는 주춤한 채 어떻게 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어딜 갔다 왔어?]

낮은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한다.

[------]

[편지를 거기 둔 건 나 읽으라는 친절인가?]

 

 

 

 

qkRDj

 

 


그는 한발 한발 다가와서, 내 얼굴이 그 가슴에 닿을 만큼 가까이 섰다.

 

 

.

.

.

 

 

 


다시는 그곳에 돌아가지 않으리라고 결심하였다. 다시는 학교에 다니지도 않으리라고 마음먹었다. 내 삶은 일단 여기서 끝막았다고 그렇게 생각을 가져야만 이 모든 일이 수습될 것 같이 여겨졌다. 그것은 칼로 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이었다. 그러나 다른 무슨 일을 내 머리로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날이면 날마다 나는 뒷산에 올라갔다.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여승들의 절이 있다. 나는 절이라는 곳이 몹시 싫었으나 거기를 좀더 지나가면 맘에 드는 장소가 나타났다. 들장미의 덤불과 젊은 나무들의 초록이 바람을 바로 맞는 등성이였다.

바람을 받으면서 앉아 있곤 하였다. 젊은 느티나무의 그루 사이로 들장미의 엷은 훈향이 흩어지곤 하였다.

터어키즈블루의 원피이스 자락 위에 흰 꽃잎은 찬란한 하늘 밑에서 이내 색이 바래고 초라하게 말려들었다.

그리고 있다가 시선을 들었다. 다음 찰나에 나는 나도 모르게 일어서 있었다.

현규였다.

그는 급한 비탈을 올라오고 있었다. 입을 일자로 다물고 언젠가처럼 화를 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아니 일자로 다문 입은 좀 슬퍼 보여서 화를 낸 것 같은 얼굴은 아니었다.

그가 이삼 미터의 거리까지 와서 멈추었을 때 나는 내 몸이 저절로 그 편으로 내달은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XwyTJ

목록 스크랩 (1)
댓글 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캔메이크X더쿠🎀] 40주년 감사의 마음을 담아! 💗무치푸루 틴트 NEW 컬러💗 체험단 524 12.26 61,653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74,008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095,82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15,39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418,566
공지 알림/결과 💛♾️인피니트 독방 잉구조사♾️💛 417 23.08.21 58,467
공지 알림/결과 ゚。·۰•☀ 인피니트 대백과사전(19.03.06) ☀•۰·。 ゚ 15 18.09.08 102,166
공지 알림/결과 🎨 인피니트방 잉덬들 입덕시기 조사 (update.200112) 🎨 911 18.08.25 98,840
공지 알림/결과 ♾️ 2025년 12월 인피니트 스케줄 ♾️ 196 18.02.08 183,529
공지 알림/결과 ゚。·۰•☀ 인피니트방 월드컵 & 총선 ☀•۰·。 ゚ 27 18.02.07 101,718
공지 알림/결과 ▶▶▶ 인피니트(INFINITE) 게시판 독립 메뉴 오픈 안내 219 16.11.09 93,943
모든 공지 확인하기()
695533 스퀘어 김성규 b.stage 공식 홈페이지 이용 가이드 안내 5 12.29 323
695532 스퀘어 🎁 SPECIAL EVENT 2026 LEE SUNG YEOL ASIA FAN MEETING [Asteroid] IN SEOUL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을 위한 스페셜 이벤트! 1 12.29 137
695531 스퀘어 뚀피셜💚 SWAY to a home run⚾️ with #HYEONBIN 1 12.29 101
695530 스퀘어 2026 LEE SUNG YEOL ASIA FAN MEETING IN SEOUL [Asteroid] MD 부스 운영 시간 안내 1 12.29 167
695529 잡담 마피아 게임 후기 올라오는거 봤는데 5 12.29 436
695528 스퀘어 묭홍슈🖤 4 12.29 184
695527 스퀘어 묭홍슈🖤 7 12.28 386
695526 스퀘어 뚀피셜💚 #251228_팬싸인회 함께 알콩달콩 우리 지내봐여 ~̆̈ .~̆̈ 2 12.28 112
695525 스퀘어 묭피셜🖤 [📷] KIM MYUNG SOO “冬日梦境”FANMEETING in BEIJING 2 12.28 243
695524 스퀘어 묭이보🖤 2 12.28 219
695523 잡담 아 진짜 댄저러스 앨범 너무좋네.. 콘 무대 다시 다 돌려보는 중 5 12.28 236
695522 스퀘어 열피셜🩷 20251228 ‘Asteroid’ FANSIGN EVENT📸 3 12.28 146
695521 잡담 여러부우운 ))))) 사랑해여 💕 4 12.28 357
695520 스퀘어 2026 FIRST MUSIC STATION with SUNGKYU 1 12.28 222
695519 잡담 열이 개귀엽다ㅇㅅㅇ 5 12.28 402
695518 잡담 명수 복근 볼 수 있단 생각에 4 12.27 470
695517 잡담 덕질하고 신난 성규 귀여워ㅋㅋ 2 12.27 376
695516 스퀘어 뚀피셜💚 #251227_팬싸인회 이 시간을 또또랑 보낼려고 선택해줘서 고마워 ! 1 12.27 115
695515 스퀘어 열홍슈🩷 1 12.27 201
695514 잡담 비스테 성규 셀카 넘 좋다 5 12.27 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