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드디어 와일드 그레이가 첫공을 했지.
내 후기는 호후기에 가깝기 때문에 혹시 불호였던 덬들은 감안해서 봐주면 좋겠어(두근두근).
그냥 공연 좋아해서 볼줄만알고 분석이라던가 비평이라던가 이런건 잘 몰라서 내용도 두리뭉실 허접한 점 이해해줘^^
처음에 이 극이 올라온다고 했을때 정말 걱정이 많았어. 아니 그걸 어떻게 올리려고? 어느 정도까지? 어떤 식으로?
수많은 의문이 가득 차있는데다가 애배가 심지어 보시(ㅠㅠ)
깊은 탄식과 걱정으로 첫공을 봤는데 - 재미있더라구.
조명도 좋았고, 음악도 좋았고, 살로메 관련한 장면, 재판에 관한 언쟁 부분들, 안개낀 거리의 산책, 액자를 이용한 장면 등등
흥미롭게 봤어.
그리고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더 즐겁게 본 것도 있어.
몇몇 장면들에서 뭔가 어설프거나 그러면 더 어색하고 이상할 수도 있는데 잘하더라구(안무라던가 춤이라던가ㅎㅎㅎㅎ)
와일드, 보시, 로스 세 배우들이 서로의 관계속에서 그려내는 이야기들도 다음번에는 더 잘 드러나보일 것 같아서 기대가 되고.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극 런닝타임을 좀 줄여주면 어떨까 싶어.
중후반부터 약간 늘어진다 싶어서 그게 제일 아쉽더라. 그부분을 좀더 타이트하게 하고 극 전반적으로 비슷한 대사들을 조금씩만 줄이면 어떨까하는.
마지막 장면을 보니까 왜 마지막을 그렇게 했는지, 그 장면을 위해 달려왔구나 싶기는 했는데 중후반만 초중반의 텐션으로 가면 좋겠더라.
그리고 휘배우님 헤어스타일을 왜 그렇게 했는지 알 것 같고 처음에 잘 어울려서 좋기는 했는데 -
결정적으로 표정이, 얼굴이 안보여서 조금 변화를 줬으면 좋겠더라.
그리고 트리플 캐스팅 된 배우님들 모두 연기 노래 잘하니까 그 연기에 초점을 맞춰서 봐도 좋을 것 같아.
세 배역의 밸런스도 나쁘지 않고 분량도 적당히 맞춰줘져 있는 것도 좋더라.
벌써 다음주에 잡아둔 다른 캐스팅 배우님들 연기와 해석이 기대된다.
이 극이 현실과 예술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치정극(? 이렇게 말하면 너무 줄여서 말한 것 같기는 한데 아무튼)이라고 할 수 있고,
와일드의 심연으로부터, 도리언그레이, 살로메가 뒤섞인 극임을 알고 가면 왜 내용이 이모양인지 관극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난 사실 생각보다 너무 순한 맛이라서 편하게 봤고, 보시가 미화가 될까봐 우려했는데 순화시켰음에도 -
그럼에도 별로 그렇지 않아서 좋았어.(여기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수도 있겠더라구, 이게 안맞을수도 있고)
극을 보고나면 로스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기는 하더라.
인터뷰에서 왜 극을 보고나면 많은 분들이 로스에게 공감할 것 같다고 했는지 바로 알겠더라ㅎㅎㅎㅎ
첫공이고 프리뷰인데 어떻게 후기를 올려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 창작 초연의 고민이 느껴졌고, 배우분들도 좋아서 즐겁게 관극했다는 말로 마무리할게.
힐링극이라던가 진짜 파멸 마라는 아니지만 - 나름 순한맛 실화를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로 보고 싶으면 한번쯤 봐도 좋을 것 같아.
(막 보라고 추천을 적극적으로 하긴 그런데 - 워낙 취향을 탈 것 같아서 - 망설인다면 한번 봐도 나쁘지 않을거라고 말해주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