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보증서줬는데 회사 부도내고 나른 친구를 용서한 법대 교수
5,928 24
2022.07.04 15:40
5,928 24

 사업가친구의 보증을 서 준 법대교수가 있었다.

사업가는 역시 부도를 내고 필리핀으로 도망을 갔다. 보증을 선 교수는 아파트를 날리고 부모한테서 물려받은 농토가 경매되고 이십년 가까이 월급이 압류되어 반밖에 받지 못했다. 마지막에는 몇 억 원을 추가로 만들어 주고 간신히 보증채무를 면제받았다. 26년 만에 부도를 내고 해외로 도주했던 친구가 국내로 잡혀왔다. 늙고 빈털터리가 되어 있었다. 그와 대학동창인 나는 무료변호를 맡았다.

그는 가족한테서도 버려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내도 아들도 변호사인 내게 전화 한번 하지 않았다. 평생 가족들을 고생만 시킨 아버지에 대한 원망인지도 모른다. 동생도 형에 대해 냉냉했다. 그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늙은 엄마는 치매로 정부에서 나오는 돈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검사는 그에게 징역 11년을 구형했다. 나머지 인생을 감옥에서 살다가 죽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였다. 그의 보증을 서주고 평생 고통을 받았던 교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역시 대학친구였다.


“구치소에서 그 친구 만나 면회를 하고 나오는 길이야. 안 됐더라구.”

나는 깜짝 놀랐다. 그가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그에게서 동정의 말이 쉽게 나올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어조에는 진심이 배어 있었다.

“보증을 서 줬다가 평생 고생했으면서도 그런 말이 나와?”

내가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그렇지 뭐”

그는 인생의 고통을 한마디로 압축하고 끝냈다. 그는 재판장에게 탄원서까지 냈다. 살인죄도 공소시효가 지나면 봐주는데 도망자 생활 26년의 고통이면 됐지 않느냐고 했다. 법대교수다운 논리였다. 나는 그의 진면목을 발견한 것 같았다. 그는 성인이 틀림없었다. 세상 사람들 모두들 자기만 아프다고 울고불고 징징거린다. 자기만이 고민을 가지고 가장 불행한 운명의 주인공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속에서 진짜 아픈 사람들은 말이 없다. 인내하며 침묵 속에서 인생 순례길을 걷는다.

엄상익 변호사


https://m.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258322

실화임.... 여러모로 대단한 분이긴 한듯

목록 스크랩 (0)
댓글 2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구달 X 더쿠💛] 순수비타민 함유량 27% 구달 청귤 비타C 27 잡티케어 앰플 체험 이벤트 238 00:06 7,094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586,38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341,90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738,557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857,72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5 21.08.23 3,575,30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427,56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58 20.05.17 3,140,74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4 20.04.30 3,705,92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스퀘어 저격판 사용 무통보 차단 주의) 1236 18.08.31 8,089,12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06855 이슈 철거를 앞둔 달동네에서 K-낭만을 알아버린 외국인 1 11:16 720
2406854 기사/뉴스 '졸업' 첫 방송 D-DAY...모두가 기다린 정려원X위하준 표 '현실 멜로' 1 11:14 99
2406853 정보 에스파 지젤의 플리 2 11:09 885
2406852 유머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를 고양이가 걸어 다닙니다’ 밈을 들은 티파니 반응 7 11:07 760
2406851 유머 요즘 애들은 백신도 한자로 못 쓰더라 30 11:00 4,482
2406850 유머 엄마! 푸랑 같이 자쟈 (feat. 불꽃효녀) 5 10:59 1,212
2406849 유머 루이에게 아이바오 깨워달라고 부탁하는 송바오 13 10:57 2,362
2406848 기사/뉴스 [속보]현직 검사장, 부정청탁·조세포탈 의혹으로 조사 24 10:49 2,255
2406847 유머 꽁꽁 얼어붙은 웅덩이 위로 고양이가 🐱 4 10:46 864
2406846 이슈 끝도 없이 들어오는 트리플에스 출근길 6 10:44 1,328
2406845 이슈 4000년전 고바빌로니아의 호로자식들이 보낸 편지들 17 10:43 2,123
2406844 기사/뉴스 日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 설치법 국회 통과…미군과 조율 담당 24 10:41 862
2406843 유머 집주인이 공유기 쓰지 말라고하는데.. 18 10:40 6,764
2406842 이슈 외국팬들 화내고 난리나서 한국 사람들만 당황 중인 도경수 관련 트윗...twt 67 10:39 11,221
2406841 유머 일본인 연하 남친이 질투하면??? [feat.토모토모] 9 10:39 1,575
2406840 유머 과외 애기한테 황당한 말 들음 48 10:37 4,406
2406839 이슈 미국 어느 피트니스 센터에서 촬영된 4억달러짜리 사진 79 10:35 11,552
2406838 기사/뉴스 소프트뱅크, 일본 정부 믿고 라인 헐값 매입 노리나... "지분 10% 매입에 2조" 15 10:34 1,278
2406837 유머 [핑계고] 핑계고 시작 전 '???: 봐라? 유재석도 잘 안된다?' 이런 얘기도 있었어요. 37 10:33 4,210
2406836 기사/뉴스 이찬원, 본업 모멘트…新기록 세운 ‘bright;燦’ 2 10:32 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