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은 날고기를 좋아하잖아, 그치?"
'뱀은 날고기를 좋아하지만, 난 아니거든!'
"먹어. 배고프잖아."
'고기는 익혀 먹어야 하거든.'
"네가 배고파하면 내가 속상해지잖아."
'무엄하다!'
"안 먹으면 또 뽀뽀한다."
'알았어. 먹을게, 먹으면 되잖아.'
ㅡ 움직이지 마세요. 피를 많이 흘렸잖아요. 괜찮아요?
ㅡ 심각하지 않으니 너무 걱정 마요.
ㅡ 내 이름은 안 궁금해요?
ㅡ 깜빡했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ㅡ 야화예요.
ㅡ 손바닥에 써줄 수 있어요?
ㅡ 날고기는 안 먹었겠죠...
ㅡ 날고기는 못 먹어요. 먹으면 배가 아프거든요.
그런데 전에 키우던 흑뱀은 날고기를 엄청 좋아했어요. 매일 날고기를 먹이느라 키우기 힘들었죠.
ㅡ ...그렇게 힘들었어요?
ㅡ 뱀 안 길러봤죠?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데요. 제가 키우던 흑뱀은 정말 까다로웠어요.
잠도 제 옆에서 재우고 혹여 추울까봐 솜이불도 덮어줬었죠.
ㅡ 소소, 뱀은 침대에서 안 자도 돼요. 이불도 필요 없고요.
ㅡ 그러면 그 흑뱀이 특이해서 그랬나봐요. 나중에 큰 흑룡으로 변해서 하늘로 날아가더니 안 돌아왔어요.
됐어요. 그 무정한 뱀 얘기는 그만하죠.
ㅡ 정말 보답하고 싶으면 차라리 내 짝이 돼줄래요?
ㅡ 좋아요, 당신 짝이 돼줄게요.
"나 야화는 동황대택에서 사해팔황의 신들께 맹세합니다.
오늘부터 소소와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진심으로 대하고
어떤 상황이 오든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사해팔황의 신들께 맹세합니다.
야화와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진심으로 대하고
어떤 상황이 오든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소소, 눈 감아봐요."
ㅡ 다시 한 번 말해줘요.
ㅡ 언제 어디서든 당신만 날 저버리지 않는다면,
나도 영원히 당신을 따를게요.
ㅡ 소소, 가봐야 해요.
ㅡ 또 간다고요? 이번엔 얼마나 걸리는데요?
ㅡ 1년.. 2년이 걸릴 수도 있고... 미안해요.
ㅡ 야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마요. 자꾸 혼자 내버려 두면 나 진짜 화낼지 몰라요.
이러다 또 피투성이가 돼서 나타나면 내 마음이 어떻겠어요.
ㅡ 소소, 내가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어도... 나와 함께 해줄 건가요?
ㅡ 원래 당신이 가진 거라곤 벽에 걸린 저 검뿐이었잖아요.
그래도 내가 언제 싫다고 한 적 있던가요?
ㅡ 없어요... 눈 감아봐요. ...다녀올게요.
"복사꽃 향기 맡고 싶다."
ㅡ 1년 내내 복사꽃이 피는 곳을 알고 있는데...
ㅡ 거기가 어딘데요?
"눈을 감으면 데려다 줄게요."
"그럼 이 십리도화림도 오늘이 마지막이겠네요."
"나중에 내가 만들어줄게요."
"그럼 나도 십리로 할래요."
ㅡ 축하해요. 곧 아버지가 되시겠네요.
ㅡ 당신도 축하해요, 곧 어머니가 되겠네요.
ㅡ 네 아내의 목숨을 구하고 싶거든, 너부터 살아야 해. 네가 죽으면 그 여자도 죽게 돼.
ㅡ ...살아있어요?
ㅡ 그래. 네 핏줄을 가졌으니 걱정할 필요 없어. 며칠만 더 요양하고 천궁으로 돌아가자.
ㅡ 천군께 들켜버렸으니 우리는 이제 함께할 수 없게 됐어요.
이제 그녀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그녀가 제게 하찮은 존재일 뿐이라고 천군이 믿게 하는 길 뿐입니다.
"당신은 소금을 밀지 않았어요, 소금이 혼자 뛰어내렸죠.
하지만 그 때문에 소금이 두 눈을 잃었어요.
당신의 목숨을 살릴 유일한 방법은... 당신의 눈을 소금에게 주는 거예요."
"왜... 대체 왜... 야화, 날 믿는 거 아니였어요?"
"소소, 내 탓이에요. 당신을 지킬 힘이 없네요.
난 반드시 당신과 혼인할 거예요.
앞으로, 내가 당신의 눈이 돼줄게요."
"야화, 난 떠나려고요. 날 찾지 마요."
"난 혼자 잘 지낼 수 있으니 아리를 부탁해요."
"그런 상상을 했어요, 아리의 손을 잡고
달과 별 그리고 구름바다를 보러 가는 상상이요."
"한데 난 할 수 없는 일이 돼버렸네요."
"아리에겐 비밀로 해줘요.
제 어미가 평범한 인간이었기에,
천계의 신선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으니까요"
"소소, 어디에요? 내가 갈게요."
"난 주선대에 있어요. 소금이 말해줬어요.
주선대에서 뛰어내리면, 원래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요."
"야화, 날 놔줘요. 나도 당신을 놓을 테니.
이제 서로에게 미안한 거 없는 거예요."
ㅡ 어디 있었던 거야?
ㅡ 절안... 그런 약이 있지? 마시면 잊고 싶은 것들을 잊게 해주는 약.
'야화는 동황대택에서 사해팔황의 신들께 맹세합니다...'
"약왕에게 기억을 잊는 망정단을 얻어왔다.
이거 먹고 소소를 잊어, 그만 천족의 태자로 돌아와다오."
"야화, 당신과 내가 이렇게 깊은 인연이 있는 줄 몰랐네요.
다만... 악연이란 게 안타까울 뿐."
"저는 잊고 싶지 않습니다."
"이 시간부로 동황 준질산의 소소는 없어요.
꿈에서 깨면 꿈은 잊히기 마련이니까..."
-
생이 수없이 반복되고,
억겁의 시간이 흐른다 해도
너와 함께한 세 번의 생이
복숭아꽃 같기를...
삼생삼세십리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