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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맥도날드 행운버거세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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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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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imgur.com/0upX7h4.jpg


 새벽 3시. 작은 몸은 실은 내 여린 머스타드색의 자전거 또한 맥도날드 매장을 향해 치달리고 있었다. 늦은 저녁에 본 맥도날드 컬리후라이 리뷰에 정신이 팔려 이 늦은 시간에 동네 매장을 향해 페달질하고 있는게 제정신인양 싶었다. 겨울비가 그친지 반나절이 지나지 않은 도로는 지나가는 차량마저 차갑게 감싸고 있거늘 1900원짜리 후라이 하나 먹겠다고 나섰다가 머리통이 얼어버릴것만 같았다. 드문히 지나가는 차량의 후미등을 좇아 달리기를 10분, 희뿌연 안경알에 노란 간판이 채워지기 시작하자 괜시레 몸이 녹는듯 느껴졌다.


 새벽시간의 페스트푸드점. 언제나의 낮과의 이미지를 내쫓기라도 하듯 새로운 이미지가 머릿속 한자리를 채워나갔다. 근처 어느 매장의 사장님과 종업원인듯 특유의 고음으로 꺌꺌거리며 떠들고 있는 중년의 남녀, 포테토후라이가 해장국인양 머릴 쳐박고 연신 먹어대고 있는 회사원, 날이 새어도 출근걱정이 없어 보이는 천진난만한 대학생커플에 낮과는 이질적인 매장속 분위기가 당연하다는듯 눈길조차 보내지않고 아침의 매장준비로 내가 온 줄도 모르고 바삐 손을 놀리는 점원까지. 이곳은 또다른 모습의 느린듯 빠르게 흘러가는 페스트푸드점이었다. 

 낯선 이곳의 이미지가 내 뇌의 한 켠에 다 그려지는 사이 어느새 점원은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고 내게 은연히 재촉하듯 주문할 것을 권했다. 1월 한 달간의 특별행사임을 자랑하듯 큼지막하게 그려진 상부메뉴판을 빠르게 훓어 나가는 중 예상치도 못한 메뉴까지 눈에 들어왔다. 


"음? 행운버거라는 것도 한정메뉴잖아?"


 행운버거와 행운더블버거, 그리고 컬리후라이라는 새로운 한정메뉴. 그 중에서도 두 햄버거의 세트는 포테토후라이가 컬리후라이로 대체되어 판매한다고 적혀있었다. 이 시간에 버거는 좀 무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뇌가 아닌 위가 몸에 반응하듯 시킬것을 재촉하는 소리를 내어왔다.


"행운버거 세트주세요. 음료는 콜라로 주시구요. 매장에서 먹을거에요."

 

음료등의 선택에 주문이 걸릴까 걱정한듯한 점원은 나의 주문에 만족한듯, 친철한 웃음으로 맞아주었다.


"5800원 입니다. 다 되면 불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접이식 자전거를 매장 한 구석에 쟁여두고선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저녁에 본 그 리뷰를 보고 또 보았다. 일반 포테토후라이보다 짜고 생긴것 특성상 서로 뭉칠 우려가 있으니 따뜻할 때 얼른 먹는게 좋다는 그 글에 난 


"어쩜 이런 정보를 먼저 얻어서 나보다 먼저 먹어본거지?"


 라며 부러움에 질투심까지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난 버거까지 먹어보니까 더 낫다고 할 수있지."


 누구하나 봐주지 않는 나의 의기양양함에 어색함을 느낄 무렵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는 점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뷰자의 충고를 되새기며 우선 컬리후라이의 반을 우선 먹어치웠다. 평소와는 다른 모양, 양념. 반을 그냥 먹기에는 확실히 짜다고 느낄만하다. 멍청하게 세트를 시키지 않았다면 콜라로 입안의 짠내를 씻어내는 탄산의 달콤함을, 그 짜릿함을 알지 못 했을거라 생각하니 왠지 오늘은 운수좋은 날의 김첨지라도 된 것 마냥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다. 


"자 입안도 마음도 새롭게 다잡았으니 햄버거를 먹어볼까?"


 햄버거의 내용물은 지극히 단순했다. 기다란 빵 사이에 양파, 양상추, 패티, 그리고 두가지 맛의 소스. 이것을 감싸고 있던 황금색 포장지가 괜히 돋보일것만 같았지만 특이한 모양의 패티에 미치지는 못 하였다. 어떤 맛일까? 황금색으로 포장할만한 그런 특별한 것이 있을까? 라는 의문을 끝내기도 전에 난 입을 쩍하니 벌리고 있었다. 


"그래. 어서 먹기나 하자. 생각이 필요할리 없지."


크게 한 입! 그리고 머리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뭔가 낯설지 않은 이 맛. 불고기 버거를 떠올리면서 난 기대감이라는 멍청함에, 그래도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맛이라는 안도감에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뭐야. 좀 소스맛이 다른 불고기 버거잖아. 근데 양상추 좋다"


 오랜만에 먹는 양상추가 아삭하게 입에서 자지러지자 그 사이를 파고드는 시큼한 사워소스가 만족감을 더해주었다. 양상추에는 사워소스를, 소고기 패티에는 갈릭소스를 더하고 거기에 양파를 곁들이니 달고 짜며 신 맛들의 구성이 기름진 햄버거의 거북함을 우물우물 씻어내고 있었다. 행운이 터질것만 같다고 할 순 없지만 요즘 세상에 실망하지 않은게 어디냐며 끄덕이면서 남은 컬리후라이와 콜라에도 손을 바삐 움직이며 뱃속을 작은 안도감과 행복함으로 채워나갔다. 


"다음에는 좀 더 행운 가득한 메뉴를 찾았으면 좋겠다.나쁘진 않은데 말고 진짜 럭키한 메뉴"

 매장밖 도로에서 여전히 차량의 후미등을 좇으며 축축한 겨울공기를 제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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