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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내가 바로 개천에서 용난 케이스인 후기(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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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2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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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혼모의 딸로 태어났다.

태어난 자체로 집안의 수치라며 친척들에게 욕을 먹어야했고 엄마는 일을하기 위해 나를 할머니에게 맡겨 키우게 했다.

초등학교때 엄마에게 왜 나는 아빠가 없냐고 물었을때 엄마가 너는 인공수정으로 태어나서 그렇다고 급하게 둘러대는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선생님에게 그대로 말하는 바람에 이상한애 취급을 받고 엄마가 학교에 불려오셨고 그 이후로 나는 그냥 아빠가 돌아가셨다고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남의 집에 세들어 살고 철마다 이사하는게 당연하던 초등학교시절 어느날 우리집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겨울에 보일러를 틀 돈이 없어 가스레인지에 물을 끓여 머리만 겨우 감고 학교를 다녔고,
수급자라는 이유로 눈치를 주는 선생님들 덕분에 급식비용지가 나오는 날이면 괜히 주눅이 들고 친구들에게는 우리집이 사정이 있어서 용지가 따로 나온다고 거짓말을 했다.

나는 늘 내가 왜 태어났을까 고민을 했다. 나처럼 쓸모없는게 왜 태어났을까.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내가 공부를 잘한다는 사실이었다. 공부를 잘하면 수급자여도 선생님들이 무시하지 않았고, 친구들도 나를 좋아해줬다. 그래서 더욱 더 열심히 공부했지만 여전한 자격지심.. 아빠가 있는 아이들에 대한 부러움, 친구들이 내가 수급자라는 사실을 알까봐 두려운 마음. 그래도 죽어라 공부를 했다.. 

고등학교때까지 국가 지원을 받아 다닐수 있었고 대학은 sky중
하나에 들어갔다. 대학에서도 성적이 곧잘 나와서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고 기숙사에 살다가 고시공부를 위해 엄마에게 울며 사정해서 자취방 보증금 500만원을 겨우 받을 수 있었다. 우리 집 사정에 정말 큼 돈이었고 알바를 하며 대학을 다녔지만 월세와 생활비 감당을 못했고 보증금 500을 월세로 다 까고 나와서 서울에 계신 이모네 집에 잠시 신세를 지게됐다. 좋으신 분이었지만 눈치를 안볼수는 없었고 결국 다시 기숙사로 들어갔다. 

대학을 다닐때도 우리집은 수급자였고 대학교에 있을때는 나는 우리집과 별개의 사람으로 흔한 대학생으로 살수 있었다. 그렇지만 명절때 집으로 돌아갈때면 다시금 수렁으로 빠지는 기분이었다. 엄마를 많이 원망하기도 했다. 왜 이런집에 태어나서..왜 엄마는 무능해서.. 이런 못된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사법고시에 붙었고 전문직 여성이 되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런 내 사정을 털어놓을 수 없었고 나는 내가 결혼을 못할거라고 생각했다. 누가 미혼모의 딸과 결혼을 할까 그런 오래된 자격지심.. 기적처럼 지금의 남편을 만나 모든 얘기를 할 수 있었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내가 직장을 가지면서 엄마는 더이상 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었지만 지금은 내 아이를 봐주시기 위해 함께 살고 있다. 어릴때 그렇게도 미웠던 엄마인데 이제는 나를 위해 얼마나 희생하셨는지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다. 우리 할머니는 나를 키우면서 강하게 자라라고 엄마가 미혼모인 사실, 내가 갓난아이일때 친척들에게 더럽다고 뺨을 맞은 사실들을 여과없이 말해주셨는데.. 그래서 할머니를 사랑하면서도 그 상처들때문에 미워하게된다.. 그래도 나를 키워주셨으니 더 품고 사랑해야지 다짐한다.

오늘 문득 남편과 내가 한달에 500만원쯤 세금을 낸다는 사실에 나라가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는데 세금만 떼어가냐 화가 났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라는 나한테 해준게 많았다. 우리 가족이 살아갈수 있었고 내가 학비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내가 낸 세금이 지금 또 어려운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 나는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고
강남에 집 한채를 마련했다(물론 대출을 엄청나게 꼈지만)
내 직장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어서 매일매일 감사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요새는 개천에서 용나기 힘들다고 하지만 내가 바로 그 개천용이어서 끄적거려보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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