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길냥이들에게 발휘된 츄르의 엄청난 능력을 보고 쓴 글이야.
-실제 지명과 위치 등은 냥치범과 애니멀 킬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밝히지 않음.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바야흐로 2주전이었어.
그때 난 불금을 마치고 서둘러 00동으로 가고 있었지.
근데 그때 걸어서 가고 있었는데, 뭔가 꼬물꼬물 움직이는 게 보였어.
그건 주먹만한 애기 고양이었어.
아주 아주 아주 작은 고양이었어. 내가 본 것 중에서 가장 작은 고양이.
그 고양이는 위태로워 보였고, 도대체 어디서 뿅 나타난 건지 알 수 없었지.
그 애기냥이를 보고 난 심각하게 갈등했어.
어쩌면 이대로 두면 죽을 수 있다.
냥줍해도 될까. 어미가 안 보이는데…
결국 한참을 망설이다가 술을 마시러 갔지.
근데 그 고양이가 자꾸 걸려.
막판에는 나랑 말싸움을 좀 했거든.
그래, 난 고양이만 보면 말을 거는 취미가 있어.
고양이 울음소리로 말이야.
근데 그 애기 고양이가 날 보고 엄청 서럽게 울면서
꺼져, 꺼지란 말이야 같은 식으로 말한 느낌이라서 휙 간 거였거든.
그러다가 결심했지. 냥줍을 하기로.
머리에는 병원비 간식비로 내 돈이 사라지는 걸 모두 감수하겠다고 생각했어.
그 고양이 흰색에 회색으로 머리에 무늬가 있는 게 아주 초 귀여웠거든.
그래서 근처에 있는 가장 가까운 슈퍼에 가서 박스 좀 달라고 하니
박스가 없대.
아니 내가 밖에 박스 있는 걸 보고 왔는데….
그치만 박스 구걸을 하는 처지에 싸울 수 없고 해서 얼른 근처를 배회하다가 박스
하나를 구해왔어. 그래서 헐레벌떡 갔는데, 그 새끼 고양이가 없어진 거야.
혹시라도 차에 치이지 않았나, 누가 데려간 건 아닌가 주변을 찾아봤는데 안 보여.
결국은 포기하고 술집에 갔는데, 자리는 만석이라 퇴짜를 맞았어.
그래서 집으로 향하면서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마시면서 가고 있는데,
그 새끼 고양이 있던 곳에 내가 두고 온 박스를 흰 고양이 한 마리가 살펴보는 거야.
보는 순간 알았지. 그 새끼 고양이의 어미라는 사실을.
그리고 오늘 아침, 난 해장을 필요하다고 외치면서 해장국집을 향해 갔지. 가는 중에
그 고양이를 발견한 곳에 가는데, 흰 고양이 모자가 함께 있었어.
난 사실 그곳에 매일 물을 주곤 했어. 아마도 그 근처에 살 것 같고, 물이 모자를 것
같아서.
그래서 평소처럼 물을 갈아주고 오는데, 고양이를 발견하지 못했지. 너무 가까이 다가가고 마침
젖을 주던 중이라 나한테 이번에는 어미가 꺼지라는 듯 하익 같은 소리를 냈어.
쫄아서 도망갔어.
그리고 해장을 하고 가던 중에, 문득 고양이한테 뭔가를 주고 싶은데,
고양이들이 입맛이 의외로 까다롭다는 게 생각나서 참치캔 대신에 츄르를 샀어.
비싸더라.
암튼 츄르를 사서 원래 고양이가 있던 곳에 놓자, 아니, 날 보고 하악질을 하던 고양이가
얼굴을 내밀더니 헐레벌떡 다가오더라. 그리고 순식간에 다 먹어치움. 그때 처음으로 \
츄르의 효과를 알았어. 뭔가 갑자기 돈다발을 뿌린 것 같은 기분.
점심에 그곳을 또 지나면서 츄르 하나를 또 줄 생각으로 챙겼는데, 길가에서 고양이를
발견했어. 이 녀석은 예전에 본 적이 있는데, 두 마리가 쌍으로 다니는데 암컷 같아.
대충 이동 루트를 알아. 한 자동차 밑을 좋아해.
내가 그곳에 가니까 녀석은 깜짝 놀라서 튈 준비를 하는데, 츄르를 뜯자마자 도망가기는커녕
맹렬히 바라보더라고. 그래서 바닥에 살짝 따라주니까 얼른 먹어치워. 물론 다가오진 않고 최대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거리에서. 그래서 다시 짜주려고 하니까 손으로 츄르 봉지를 탁 치더라고. 버릇없이!
아직 어린 고양이 같은데… 그래서 빈정 상했지만 츄르를 마저 주는데 또 손을 팍 쳤어.
진짜 버릇없네… 그래서 휙 일어나서 떠났지.
근데 점심 먹고 오니까 그 고양이 말고 좀 더 뚱뚱한 고양이가 츄르가 있던 자리를 핥고 있어. 이미
그 고양이 말고 딴 고양이가 다 먹고 떠난 지 한참된 뒤인데 말이야.
아, 츄르의 능력을 알고 나니까 뭔가 놀라워. 앞으로도 좀좀 사야할 것 같아. 그 전에 한 길고양이랑은 장난감으로 친해지는데 거의 한 달 걸렸는데 츄르는 그 시간을 엄청 단축시켜주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