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되면 기업공개·주주 눈치
창작활동 악영향 받을까 우려
영업益 641억… 전년比 97%↑
자금 여유 있어 필요성 못느껴
美타임지 ‘영향력 100人’ 뽑혀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보유해 금융업계에서 2조 원이 넘는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가 당분간 증시 상장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1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MAP OF THE SOUL : PERSONA) 발매 기념 글로벌 기자회견(사진)에서 만난 빅히트 관계자는 “현재 빅히트의 상장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빅히트는 지난해 매출액 2142억 원, 순이익 502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41억 원으로 전년 대비 97.1% 증가했다. 이는 소위 ‘3대 기획사’인 SM(474억 원), JYP(287억 원), YG(94억 원)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영업이익이 상장 3사 중 현재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JYP(약 1조1000억 원)의 2배 이상인 빅히트가 상장된다면 연예기획사 최초로 시가총액 2조 원이 넘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통상적으로 시가총액 규모를 산정하는 방식인 순이익에 주가수익비율(PER) 30∼40배를 적용해도 빅히트의 기업가치는 2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럼에도 빅히트가 상장을 서두르지 않는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다수 기업이 상장을 통해 운영 자금을 원활하게 융통하려 하는데, 빅히트는 사내 유보금이 타 연예기획사에 비해 월등히 높아 자금 흐름이 좋다. 게다가 기업공개가 되면 내부자료들이 외부에 공개되고, 경영진은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그동안 BTS는 인기에 영합하기보다는 독자적 노선을 구축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생산하며 성공 신화를 써왔는데, 상장된 후에는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니 창작 활동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런 외부적 요인으로부터 자유롭게 BTS 맞춤형 프로젝트를 이어가기 위해 당분간 상장 계획을 유보하는 것으로 경영진과 BTS 멤버들도 이미 중지를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BTS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다. 아티스트 부문 17인에 포함된 BTS는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주연 라미 말렉, 배우 드웨인 존슨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투표에서 1위에 올랐으나 최종 선정 과정에서는 탈락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