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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아니면 드라마가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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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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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법정 드라마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최근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들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러한 법정 드라마 전성시대를 이끌었고, 그건 어떤 문제를 예고하고 있을까.

또 변호사? 드라마 장악한 변호사들

또 변호사야? 아마도 드라마 시청자들이라면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최근 새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들이 변호사나 검사, 판사 같은 법조인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양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는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물어뜯는 독종 변호사 노착희(정려원)가 그와는 달리 서민들 편에서 그들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별종 변호사 좌시백(이규형)과 함께 풀어가는 법정 드라마다. 인물의 성격이나 구도만으로 보면 떠오르는 법정 드라마가 몇 편 있다. 이를테면 2020년 방영됐던 김혜수와 주지훈이 열연한 《하이에나》처럼 독종 여자 변호사와 별종 남자 변호사 구도가 비슷해 보인다. 여자 캐릭터인 노착희는 최근 종영한 《왜 오수재인가》의 오수재(서현진)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같다는 건 아니다. 다만 최근 법정 드라마에도 '독한 여자 변호사' 이야기가 서사의 중요한 동력으로 쓰인다는 점이 비슷하다는 것이고, 그만큼 법정 드라마가 많다는 뜻이다. 심지어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의 노착희 역할을 맡은 배우 정려원은 《마녀의 법정》에서 변호사로, 《검사내전》에서 검사로 연기한 바 있다.

SBS 《천원짜리 변호사》는 단돈 1000원의 수임료를 받고 변호를 해주는 천지훈(남궁민)이라는 괴짜 변호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제목에서 물씬 풍겨나는 것처럼 돈 없고 빽 없는 서민들의 영웅으로서 변호사를 그리는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이 법정 드라마는 소송의 소재나 그 소송을 풀어나가는 방식의 디테일한 리얼리티보다는 '서민 영웅 판타지'에 더 집중하고 있다. 취객을 도와주려다 전과 4범이라는 이유로 소매치기범으로 몰린 의뢰인을 변호하기 위해 이 괴짜 변호사는 법정에서 소매치기를 시연해 보이는 기막힌 변론을 하기도 한다. 이건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지만, 어쨌든 시청자들에게 속 시원한 사이다 판타지를 준다. 즉 법정에서 실제 벌어지는 리얼리티나 개연성을 떠나 돈키호테 같은 비현실적인 변호사를 내세움으로써 보는 즐거움을 주려는 것이 이 법정 드라마의 목적이다.

KBS 《법대로 사랑하라》는 로펌 변호사를 그만두고 마치 '사주카페'처럼 '로(Law) 카페'를 차려 차 한 잔 가격에 법률상담을 해주는 김유리(이세영)라는 변호사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침 그가 세 들어있는 건물 주인인 전직 검사 김정호(이승기)가 김유리를 도와 카페를 찾아오는 의뢰인들의 법적 고민을 풀어준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법정이 등장하지 않는 법정 드라마라는 점이다. 법정에 오기 전에 상담을 통해 법적인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것이 이 법정 드라마가 가진 차별점이기 때문이다. 물론 건물주와 세입자로 만난 김정호와 김유리는 헤어졌던 연인으로 두 사람의 달달한 멜로도 빠지지 않는다.

사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법정 드라마들은 스스로도 너무 많은 법정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저 법 관련 문제들을 드라마로 가져오던 과거의 법정 드라마와는 다른 차별화를 고민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하다. 예를 들어 최근 종영하고 글로벌한 반향까지 일으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작품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박은빈) 변호사를 전면에 내세워 사회적 약자들을 법정에서 대변하는 스토리를 풀어냈다. 소재적으로도, 또 변호사 캐릭터도 색다른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왜 오수재인가》나 《하이에나》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역시 여성 변호사, 특히 성공을 위해 뭐든 하는 독종 변호사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그간 선한 인물(특히 남성 변호사)을 주로 주인공으로 세워왔던 법정 드라마의 틀을 깼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법정 소송 자체보다 서민 영웅 서사에 포커스를 맞춰 현실에는 없는 카타르시스를 주겠다는 방식을 내세웠고, 《법대로 사랑하라》 역시 법정에서의 법적 다툼보다 법정 바깥에서 분쟁과 갈등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색다른 선택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차별화에도 불구하고 양적으로 법조인들이 너무 폭넓게 드라마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 시청자들에게는 식상할 수 있는 일이다. 법정 드라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 종영한 《빅마우스》도 승률 10%의 생계형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였고, 최근 방영을 시작한 JTBC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은 아예 법으로 왕국을 세운 법조인 가족들이 등장한다. 하다못해 스릴러 장르인 tvN 《블라인드》에서도 류성훈(하석진)은 판사이고, 종영한 주말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에서 주인공 이현재(윤시윤)의 직업도 굳이 변호사였다. 이 밖에도 종영한 tvN 《아다마스》의 쌍둥이 동생 송수현(지성)은 검사이고, MBC 《닥터로이어》의 한이한(소지섭)은 의사이면서 변호사다. 이제 드라마에서 발에 툭툭 차이는 직업이 변호사나 검사, 판사 같은 법조인이 됐다는 건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툭 하면 법정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피로감 줄 수도

변호사를 위시해 검사, 판사 같은 법조인들이 이렇게 드라마 주인공으로 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사법 정의의 현실이 서민들에게 그만큼 깊은 갈증을 느끼게 하고 있다는 뜻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이제는 익숙해진 현실이다. 돈 없고 힘없으면 죄가 없어도 무고하게 감옥에 가고 무려 수십 년을 복역할 수 있는 일들을 우리는 아픈 현대사의 굴레 속에서 목도한 바 있다. 《날아라 개천용》 같은 실제 재심 전문 변호사를 모델로 그린 드라마는, 재심으로 최근에야 비로소 무죄 판결을 받은 법률 피해자들의 아픈 이야기들을 전해준 바 있지 않은가.

또 막강한 힘을 가진 로펌을 등에 업은 대기업들은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불법을 저지르고도 법망을 빠져나가는 일도 무시로 벌어진다. 그러니 로펌 속에서 그 힘을 정반대로 이용해 저들의 죄를 밝히는 《왜 오수재인가》 같은 법정 드라마가 힘을 받는다. 또 돈이 없어 변변한 변호도 받지 못한 채 갑질하는 세상 앞에 내던져진 서민들이 엄연히 현실에 존재하기 때문에 《천원짜리 변호사》나 《법대로 사랑하라》 같은 개연성이 별로 없는 법정 드라마에 시청자들의 눈길이 간다. 잠시나마 드라마 속 허구를 통해서라도 내 편이 돼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변호사를 보고 싶은 마음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들어 달라진 드라마 작법도 법정 드라마가 많아진 이유 중 하나다. 최근 드라마들은 전문성을 요구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취재를 기본으로 해서 그 위에 상상력을 더하는 작법을 선택하고 있다. 아무래도 법 관련 사항들이 여러 판례 속에 자세하게 남아있고 소재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작법에 유리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법정 드라마가 많아진 만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차별화된 작품도 등장하긴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피로감을 줄 수 있는 게 사실이다.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소재가 존재하지만, 그 많은 걸 지워버리고 법이라는 한정된 관점으로 주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어서다. 이제 K콘텐츠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까지 위상을 높이고 있는 시기다. K드라마의 소재도 그만큼 넓혀질 필요가 있다. 너무 모두가 걸어가서 이미 훤히 난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은 넓고 가보지 않은 직업도 다양하며 그만큼 쓸 소재도 다양할 테니.
https://n.news.naver.com/article/586/0000045614?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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