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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안기부와 정권 실세들은 무능하면서 비열하게 묘사됐고 간첩 역시 대체로 인정사정없는 인물들로 그려졌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인 남파간첩 임수호(정해인)와 안기부 직원인 이강무(장승조)가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해 손을 잡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것처럼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내용은 없었다.
본보는 ‘설강화’ 1회 방송 뒤 보충 취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지도 않고 재단하는 대중과 그에 동조한 일부 정치인,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한 대다수 매체들은 ‘설강화’를 민주화 폄훼 드라마로 낙인찍었다. 드라마의 OST를 부른 가수는 드라마를 옹호했다가 뭇매를 맞았고 한국학을 연구하는 일부 국내외 지식인들이 드라마가 역사왜곡 우려를 자아낸다며 방영권을 구매한 글로벌 OTT 디즈니 플러스에 서한을 보내기까지 했다. 과연 무엇이 국제적 망신일까.
1987년 대선을 앞둔 ‘설강화’에서는 안기부와 정권이 진실을 보도하는 취재진의 입을 막는 장면이 전파를 탄다.
대선을 앞두고 시청자 주권을 앞세운 검열이 콘텐츠의 진의를 왜곡하고 나아가 상영금지 압박을 하는 2022년의 모습이 드라마 속 상황과 묘한 동질감을 일으킨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