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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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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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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위를 가늠할 수 없는 도시 한 복판의 높은 빌딩에서 소리 없는 낙하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한국에서 손에 꼽을 만한 중견기업에서 한 여성 직원이 대리석 바닥에 큰 소리와 함께 뭉개졌다. 사방의 피와 살점은 차에 치여 고깃덩어리가 된 길고양이와 비둘기와 다름이 없었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는 한 낮이라서 오히려 더 비극적으로 보였다. 한동안 길목은 막혔고 경찰들과 구급차들이 지나다녔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원래 미영이라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다.







바닥에 남은 혈흔 찌꺼기만이 그녀의 인생의 조각이었다. 그녀는 이제 가족들과 친한 친지 몇 명만의 기억 속에서 종종 환상이 되어 거닐 것이다.







그녀의 죽음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진 것은 기우라는 조그마한 신문사 기자였다. 메이저 언론사와 경찰들은 중견기업의 돈에 놀아난 지 오래였기 때문이었다.







기우는 단순한 궁금증과 다른 이가 다루지 않을 기사에 눈독이 갔을 뿐 미영에 대한 연민 따위를 가진 것이 아니었다. 죽어서까지 도구로 전락한 그녀가 많이 불쌍해 보인다.







그는 그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 회사 앞을 전전하며 한명씩 붙잡아 미영이 도대체 회사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처음에는 경비의 방해로 인해 땅바닥에 패대기도 쳐졌으나, 기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궁금증이 오기로 변하는 데 그의 성격은 촉발제가 되었으니깐. 그런 그를 보고 말하기 좋아하는 몇 명의 사람들이 접근했다.







그녀에 대해 처음 입을 연 것은 긴 생머리의 신입사원이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얼굴에는 윤기가 흘렀으며, 사원증은 조선시대 호패마냥 자랑스럽게 목에 걸고 있었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도 절대 내려놓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 선배 회사에서 대단했죠. 업무 실적도 매번 상위권을 달렸고요. 후배들한테도 잘 해줬고, 상사들한테도 이쁨 받았어요. 얼마나 대단했냐면 우리 철강팀이 하청업체하고 문제가 생겼는데, 아무도 해결을 못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미영 선배가 딱 나타나더니 저건 저렇고, 이건 이렇고 이야기를 하니 금방 해결되더라고요. 저는 뭐라고 하는지 몰라서 옆에서 가만히 있다가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갑작스럽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변하는 걸 보고 꼭 저 분처럼 되어야 겠다 하고 다짐했어요.”







그녀는 그때 그 상황을 회상하면서 문득 지금은 없는 미영이 생각났는지 입을 닫았다.







“그렇게 잘 나가는 사람이 자살을 했을까요? 회사에서 문제가 있었을 거잖아요.”







“음.. 그건, 잘 모르겠어요. 남자문제? 같은 게 있었나 봐요. 회사 안에 있는 이 남자 저 남자 건드리고 다녔다나 뭐라나. 하여튼, 중간 중간 그런 소문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신입사원은 자신의 앞에 놓인 유리잔을 들고 목이 말랐는지 허겁지겁 들이켰다. 그리고 자신의 휴대폰을 보더니 벌떡 일어났다.







“기자님, 제가 아는 건 여기까지예요. 음료 잘 먹었고요. 하여튼, 전 잘 몰라요. 그럼 전 가볼게요.”







다음으로 만난 사람은 미영의 직장 동료였다. 그녀는 양옆으로 날카롭게 째진 눈을 가졌으며, 자신을 무시했다가는 가만있지 않겠다는 기세를 가진 여자였다. 검정색 단발머리는 날카로운 눈매와 어울렸다. 스트레이트 줄무니의 하늘색 와이셔츠를 입은 그녀는 무척 사무적이었다. 하지만 남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서는 빠지지 않을 것 같았다.







“미영이, 솔직히 죽은 애한테 이런 말하기에는 뭐 한데. 걔 진짜 문제 많았어요. 내가 한 업무를 자기가 한 것처럼 꾸며서 윗사람들한테 자랑을 하지 않나. 그리고 귀찮은 일 있으면 무조건 저한테 다 떠넘기는 거 있죠. 완전 여우에요, 여우.”







눈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립스틱을 붉게 바른 그녀의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커피와 담배를 연이어 마시고 피워 댔는지, 역한 냄새가 났다. 단정한 매무새에 맡기 싫은 냄새를 가진 그녀는 참으로 역설적이었다.







기우는 얼른 그녀의 말을 듣고 떠나보내기로 결심했다.







“그건 그쪽이 생각하는 거 아닌가요? 다른 사람들한테 들은 이야기로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그는 고작 한명과 대화를 해봤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해야지 좀 더 이야기가 생길 거라 생각했다.







“좋은 사람이긴. 업무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도 먹고 살아야하니깐. 나를 이겨먹어야 승진할 거 아냐. 그런데 걔는 사생활에도 문제가 많아 보이더라고요. 선배들 중에 수지하고 찬주라는 선배들이 있는데, 그 두 남편 다 우리 회사 다니거든. 그런데 미영이 걔가 둘 다하고 바람을 폈다지 뭐에요? 자기 인사고과 잘 해 달라고 별 짓을 다하는 애라고요. 무섭지 않아요?”







“소문 아닌가요?”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소문이면 떨어져 죽었겠어요?”







기우는 손바닥만 한 수첩에 두 글자 적었다.







[바람]







역한 냄새를 풍기던 그녀를 떠나보냈다. 그 다음으로 만난 여자는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여성이었다. 안경을 끼고, 융통성이라고는 있어 보이지 않았다. 전에 보았던 여자가 말했던 수지라는 사람이었다.







“그년은 죽어도 싸지. 내 남편하고 붙어먹더니, 소문 쫙 퍼지니깐. 부끄러워서 죽은 거잖아. 죽어도 곱게 죽지 끝까지 사람한테 민폐를 끼치고 죽는다니깐.”







“직접 보신 겁니까?”







“소문이 다 났는데 내 눈으로 꼭 봐야합니까? 촉이 있지. 여자의 촉 말이야.”







자신의 남편과 바람을 피웠다는 또 다른 여자. 찬주도 수지와 같은 말을 했다. 보지 못 했단다. 들었지만 그 말이 사실이었다고 확신했다.







미영은 대단한 따돌림을 당했던 것이 분명했다. 소리 없는 소문은 소리 없는 죽음으로 보답했다.







직원들은 그녀가 죽고 나서도 여전히 그녀를 가십거리로 삼았다. 바람뿐만 아니라 몸도 팔았다느니, 시골에서 독하게 공부해서 서울 오더니 신세계를 맛보았다니. 배울 만큼 배웠고, 고귀한 척 하는 어느 중견기업을 다니는 사람들은 고립되고 폐쇄된 가부장적인 시골마을의 주민들과 다름없었다.







확인조차 안 된 일을 크게 부풀려 한 사람을 죽게 하는 것은 쉬웠다. 다음 날 메이저 신문사 기사 하단에는 짧은 제목을 한 기사가 찌라시처럼 경박스럽게 매달려 있었다.







[모 중견기업 자살한 여직원 원인은 바람으로 밝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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