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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리뷰) 악마판사 도스토옙스키의 악령과 악마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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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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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악령> 읽고 왔어!! ㅋㅋㅋㅋ 15화 단관 전에 급하게 리뷰 남겨봐.

<악령> 서문에는 루가의 복음서에서 발췌한 대목이 나와.

예수가 마귀들린 자를 만나 마귀를 내쫓자 마귀들은 풀어 기르는 돼지들 속으로 들어가. 그리고 돼지들은 호수로 달려가서 빠져 죽어.

이 마귀들린 돼지들이 <악령>을 관통하는 비유라고 할 수 있어. 

<악령> 속 인물들은 무언가에 홀려서 죽거나 파멸하는데, 주인공인 스따브로긴도 마찬가지야.

https://gfycat.com/SpecificBonyAfricangoldencat


그는 아름다운 외모, 매력, 카리스마, 육체적 힘, 사회적 지위, 재력 모든 걸 가진 인물이야. (스따브로긴이라는 이름은 그리스 어원으로 십자가라는 뜻이래.)

여자들은 그에게 손쉽게 함락당하고, 남자들은 그를 숭배하고 그가 주입한 사상에 빠져 버려.

그를 이용하려는 인물조차도 스따브로긴 없는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해. 

하지만 스따브로긴 자신은 아무 것도 믿지 않아.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하고 모든 것에 허무함을 느낄 뿐이야. 

그는 그냥 자기가 가진 힘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 충동적으로 행동해.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영향을 받거나 휩쓸려 파멸하는 와중에도 그는 신경쓰지 않아.

악령의 종막에 그는 스위스로 떠날 준비를 모두 마쳐 놓고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말아.

https://gfycat.com/ArcticCandidChimpanzee


요한은 <악령>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요한도 책을 읽으면서, 한번쯤 스따브로긴과 자신을 비교해 보지 않았을까?

모든 걸 가졌지만, 아무 것도 원하는 게 없는 사람.

스따브로긴은 "그냥, 할수 있으니까" 정신나간 절름발이 여자와 결혼을 하기도 하고, 행정관의 귀를 물어뜯는 장난을 쳐 감옥에 갇히기도 해.

요한도 마찬가지야.

https://gfycat.com/VacantCraftyBa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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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S#71 강요한 부장판사실(밤)

강요한: .... 왜 이런 일들을 하냐고?

김가온: 네.

강요한: (잠시 생각하다가 툭 던지듯) 할수 있으니까.

김가온: 네?

강요한: 가능성이란 마약과도 같은 거야.
____________________

그의 세상에서 유일한 선이었던 형을 잃은 요한은 복수를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언제든 죽어버려도 괜찮다는 태도를 보여.

타고 있는 차의 핸들을 틀어버리는 위험한 장난도 그렇지만, 특히 선아에게 납치되었을 때 요한은 선아에게 기회가 있을 때 자신을 죽이라는 조언을 해.

https://img.theqoo.net/iWOeC

_________________
6화 S#16 정선아의 집(밤)

강요한: (묘하게 허무한 미소를 짓는다) 이런 시간 낭비. 그냥 기회 있을 때, 지금 죽이는 게 빠를걸.

정선아: (강요한을 노려보며) 정 그런 식이면.

강요한: 협박 같은 거 의미 없어. 나한텐, (텅 빈 눈빛으로) 아무것도 지킬 게 없거든.
_________________

요한에게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복수하려는 의지가 없어.

일례로 차경희의 아들인 이영민을 요한은 스포츠카로 과속해서 쫓아가 그의 차를 망가뜨리지.

그건 수현이 그를 의심하고 추격하는 계기가 되지만, 요한은 신경쓰지 않아.

그건 그냥 하고 싶어서 한 일에 불과하니까.

요한에게는 힘이 있어. 해야 하는 복수도 있어.

하지만 요한은 그 힘을 하기로 한 복수 외에는 사용하지 않아.

주변의 사람들도 늘 그대로야. 곁에 새로운 사람을 두지도 않고, 엘리야도 오해한 채 비뚤어지게 그냥 거리를 둬.

요한의 허무는, 복수를 해도 형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일까.

형이, 그리고 형의 죽음이 요한에게 어떤 방향을 제시해서 어떻게든 끌어왔지만,


요한의 삶은 그 외에는, 아무 것도.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의 탓이라는 짧은 유서 말고는 남길 게 없었던 스따브로긴처럼.

아마 요한은 <악령>을 읽으면서 스따브로긴의 허무에 공감하지 않았을까?

아무 것도 찾지 못한 채 끝나버린 스따브로긴의 생과 그 결말에.

하지만 요한에게는 그를 이해하지는 못했어도 빛을 비춰주고 올바른 방향을 가르쳐준 형이 있어서.

요한은 제 허무를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려서, 마귀 들린 돼지들을 이끌고 호수로 가겠다 마음 먹었겠지.


https://gfycat.com/LargeSameGoldfish


그런데 어느 순간, 요한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생겼다는 걸 알게 돼.

그 사람이 자신을 배신하고 반대편에 서도 상관없이, 아끼는 사람.

자신을 사정없이 흔들고, 몰랐던 행복을 느끼게 하는 사람.

그래서 거칠게 비바람 몰아치는 밤, 제 안의 나약함이 찾아올 것 같은 밤, 요한은 다시 책을 펼쳐 봐.

스따브로긴은 왜 구원을 얻지 못했는지, 다른 결말은 없는 건지 궁금해져서?


아니면, 마귀들린 돼지들을 이끌고 호수로 가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되새기기 위해서?


분명한 건, 요한이 이전만큼 스따브로긴의 허무에 공감하지는 못했을 거라는 거야.


그리고 그 밤, 무엇에 씌인 것 같은 한 사람이 찾아 와.

___________

15화 S#39. 강요한의 저택, 서재(밤)

밖에서 쿠르릉 쾅쾅, 천둥소리가 들린다.

강요한, 서가 앞에 서서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을 읽다가, 거칠게 서재 문이 열리는 소리에 시선을 돌린다.

그런데, 전에 본 적 없던 김가온의 모습.

뭔가에 씌기라도 한 듯 광기와 분노로 눈이 희번덕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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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theqoo.net/hqRar

https://img.theqoo.net/Zrpuy

그 사람이 자신에게 칼을 찌를 때, 요한은 그 칼을 잡으면서 책을 떨어뜨려.

요한은 그 순간 분명히 알았을 거야.

자신이 그 사람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는 걸.

그래서 그 무엇도 진심으로 소중히할 수 없어 끝내 혼자 생을 마감해 버린 스따브로긴과는 다른 길을 갈수밖에 없다는 걸.

그 순간, 요한에게 씌인 악령도 떨어진 거야.

칼에 찔린 상처를 성흔에 비유하는 리뷰도 있던데 이런 면에서도 들어맞는 것 같아.


그 밤은 분명 비극이었지만,


요한은 가온의 칼날 앞에서 제 마음이 그를 위해 기꺼이 죽어줄 수 있을 정도로 깊은 것임을 알았고,


가온 같은 이가 악령에 들리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제가 정한 길에 마침표를 찍어야겠다 마음 먹었겠지.


그날은 분명 악령에 고통받은 밤이었지만, 벼락처럼 모든 진실이 끌려나와 밝혀지는 정화의 밤이기도 했던 것 같아.  


너무 길어졌는데, 15화 전에 악령을 읽었다면 16화의 해피엔딩을 조금은 예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요한이 덕에 오랜만에 나름 열심히 독서했다...........ㅋㅋㅋㅋ

+

https://gfycat.com/ThoughtfulDecimalIslandcanary

보너스로 판사직 사임 후,

대통령 후보로 지지율 나오는 뉴스 보는 장면 요한이 감정 잘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계획이 틀어진 상황에서도 자신의 힘을 느끼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

어떻게 되더라도 돼지들을 이끌고 호수로 갈 수 있다는 자신이, 요한이에게 있었던 거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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