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잡담 다시는 개 키우지 않을거야 절대로
2,130 18
2020.06.30 17:30
2,130 18
제목 보고 혹시 원덬 개가 죽었나 생각했다면 걱정 ㄴㄴ 멀쩡히 살아있음 존나 건강함

그냥, 날도 후덥지근하고, 일은 하기 싫고, 우리집 개랑 인연 얘기나 좀 풀어볼라고.
이러다가 시간 다 되서 퇴근했음 좋겠다


우리 집 개 이름은 땅콩이야 겁나 흔한 이름이지 산책 하다 공원에서 콩아! 라고 부르면 엥? 하는 주인들 두어 명은 볼 수 있을 정도 ㅋㅋ
내가 지은 이름은 아니고 이 개 주인이 지은 이름인데 처음 개를 받았을때 진짜 땅콩처럼 작은 갈색이어서 지어줬대 콩만 하다고

콩이 주인은 나랑 친하게 지내는 언닌데 일하면서 언니 동생 정말 가깝게 지냈어
하튼 이 언니가 좀 이쁘거든? 좀 많이 이뻐서 진짜 남자들이 가만히 두질 않았어
콩이는 그 애정공세 선물 중 하나였어
어느날 밤 언니네 집 벨을 막 눌러서 나갔더니 불쑥 개 한마리를 품에 안겨주고 가더래 술 취한 미친새끼가..

얼떨결에 생애 처음 개를 집에 들인 언니는 첨엔 패닉 상태였대 그렇다고 이 콩만한 걸 버려? 결국 키우기 시작했지ㅋㅋ
온 몸에 진드기와 벼룩이 가득했다는데 나중에 그 놈한테 들어보니 공장에서 데려왔다고 하더래 그 당시 유행하기 시작했던 장모치와와 종이었는데 B급이라 70만원정도 주고 샀다더라 그때 처음 알았어 개를 공장에서 교배 시킨다음에 떼로 낳아 놓고 경매처럼 판다는 걸 그리고 거기서도 급이 나뉜다는 걸.. 어렸던 원덬이 놀래서 입 찢어질뻔(순수)

암튼, 콩이는 언니 보살핌에 무럭무럭 자랐는데 가끔 언니네 놀러가서 같이 놀고 자고 그랬지
진짜 귀여웠어 그 작은 개를 산책 시키겠다고 데리고 나가서 품에 안고 혼자 동네 네 다섯 바퀴를 돌고 그랬었지
난 평생 개를 키워 본 적이 없었고 개를 키워 보고 싶어한 적도 없고 사회생활 하면서 혼자 몸 건사하는 것도 힘들어서 앞으로도 무언가를 키우겠다는 생각 자체를 안하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품에 안겨있는 콩이가 너무너무 소중하고 예뻤어 그땐..ㅋ 
이래서 어른들이 애들은 누워있을때가 제일 예쁘다..애 잠깐 보니까 예쁘지 키워봐라..하셔던 건가? ㅋㅋ철이 없던 나


그렇게 콩이와 알콩달콩 살던 어느 날 언니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해 버렸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설상가상 남편과의 성격 차이로 임신 중 남편이 집을 나가버리는 얼탱이가 하늘로 올라가는 상황이 발생하게 돼 ㅋㅋㅋㅋㅋㅋㅋ

난 걱정은 됐지만 별 생각 없었거든? ㅋㅋㅋㅋ 간간히 애 보고 콩이 케어하는 게 힘들다고 앓는 소리 하는 언니 하소연 들어 주면서 먹을 거 사다주고 통화 자주 하고 가끔 병원 같이 가고 그랬는데 정말 정말 콩이를 데려와야겠다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있었단 말임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ㅋㅋㅋㅋㅋ 콩이를 어느 날 내가 데려 왔어 ㅋㅋㅋ 언니가 힘들다고 울어서 ㅋㅋㅋㅋ
집에 와서 덩그러니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는데 참....난감 하더라고
언니는 자기 출산하고 몸 추스릴때까지만 봐 달랬는데 계산 때려 보니까 짧아도 1년이야 아놔!!!



그렇게 콩이와의 기묘하고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어

아주 작았던 리틀 베이비 땅콩은 성견이 되어도 크진 않아서 같이 작은 집에서 사는 건 문제가 아니었어 진짜 문제는 성질 머리가!!!!!!!!!!!아주 으마으마으마!!! 하다는 것 ㅋㅋㅋㅋㅋ
예민도 예민도 이런 예민덩어리가 없음 첫 날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 올라오길래 같이 자다가 발가락을 물렸는데 놀란 것도 놀란 거지만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는거야 ㅋㅋㅋㅋ
근데 얜 지가 물어놓고 당황도 안 하고 반성도 없어 눈을 아주 땡그랗게 뜨고 잘때 왜 건드렸냐는 듯 계속 으르렁 하는데 정말.....피 나는 발고락 부여 잡고 얼탱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더라 ㅋㅋㅋㅋ이 미친 놈이 내 소중한 발고락을 물어놓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 외에도 내가 곁에서 같이 있다가도 슬쩍 움직이면 아주 지랄 발광을 하면서 놀라는거야 ㅋㅋㅋㅋ 와 뭐 이런게 다 있지? 개들은 다 이러나? 너 이뿌게 생겼다고 생긴 값 하는 거야 뭐야 진지하게 물어보고 그랬다 대답은 없었지만

나중에 언니한테 깔깔대면서 쟤 왜 저렇게 예민해? 아주 벼룩 가슴이라고 놀렸더니 언니가 그러더라고. 결혼하고 그 남편한테 콩이가 학대를 당했는데 술만 마시고 들어오면 콩이를 쥐잡듯이 잡았다고 언니는 배가 부른 생태에서 몸을 날려 막지도 못하고 하지 말라고 울고불고 말려도 들은 척도 안하고 결혼할때 버리고 오랬는데 자기 말을 무시했다면서 평생 괴롭혀 주겠다고 난리난리 개난리를 쳤었다고

지쟈스....그 날 밤 콩이 안고 많이 울었다 이 쪼끄만걸 때릴때가 어딨다고 ㅠㅠㅠ 시발새끼 나쁜새끼 쳐죽일새끼 ㅠㅠㅠ 엉엉 불쌍한 우리 꽁이 ㅠㅠㅠㅠㅠ

그래서 그 날 이후 사이 좋게 잘 지냈냐구? ㅎㅎㅎㅎ 놉(단호)
우리의 지리멸렬한 소소한 다툼들은 언니가 다시 1년이 지나 데려갈때까지 끝나지 않았어
애가 똑똑하고 눈치도 빨라서 똥 오줌 잘 가리다가도 뭐가 지 맘에 안 들면 이불이며 카페트 화장실 발판 내 옷장 가릴거 없이 갈겨 대고 먹을 거 앞에선 키워주는 사람이고 뭐고 없어 먹던 족발 콩이가 가로채려다 입술 찢어지고ㅋㅋ 사건 사고가 끝이 없었어
나중엔 정말 내 개도 아닌데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같이 사는게 힘든 고비가 오더라
지도 나랑 사는 게 싫었겠지 최선을 다해 보살펴 주지 않으니까 심통 났겠지 언니처럼 케어 안 해주니까 그래도...그래도 그 당시 내 딴엔 최선을 다 한거였는데 망할놈이 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서로 점점 맞춰가고 있었어 너와 나의 연결고리 그건 내 손안의 간식
뭔가..얘가 말 안 통하는 개긴 한데 살아있으니까 서로 존중 배려? 이런 걸 하면서 같이 산다는 느낌? 처음엔 몰랐지 여긴 내 집이고! 넌 개야! 내 말 들어! 이게 아니란 걸 나도 아주 나중에 깨달은거지

그리고 기나긴 날들 끝에 들려온 기쁜 소식! 언니의 출산과 합의 끝에 다시 합치기로 한 부부사이!!
걱정은 됐지만 뭐 어땨 나는 내 삶으로 다시 돌아가고 콩이는 콩이의 삶으로 돌아가는 아주 해피한 엔딩이었지

이어야만 했지. 크흡



결론부터 말하자면 콩이는 지금 우리집에 살아 벌써 9살이 됐네 나 얘 6년 넘게 키웠다ㅋ
키우면서 진짜 개많이 싸웠음 애정보다 애증이 깊은 사이랄까 지금은 우리 서로 안정기야 눈빛만 봐도 통하지
얘가 짖으면 간식을 달라는건지 화장실이 가고 싶다는 건지 물이 마시고 싶다는 건지 산책을 가고 싶다는 건지 거의 맞추는 수준? 훗
아직도 언니한테 콩이 언제 데려가? 죽기 전에 언니 보고 싶어서 눈 못감으면 어떡해? **(언니 애 이름)이는 콩이 안 키우고 싶대? 드립 날리지만
나 보다 우리 집 신랑이 눈에 불을 켜고 안 주려고 할거야 둘이 죽고 못살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안중에도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결혼도 함)

지금은 애 준비하면서 마음을 다 잡고 있는 중이야
언니가 애를 낳고 콩이가 애 옆에만 있으면 너무 불안해서 자꾸 콩이를 내쳤었대 (애가 워낙 예민덩어리라 갑자기 확 물거든. 실제로 두 어번 손가락 물어서 언니 개빡쳤었음)
그런 불안함 솔직히 나도 갖고는 있는데 현명하게 잘 대처해 보려고.
적당한 무관심과 적당한 관심 그리고 개를 내 새끼라고 여기지 않고 완벽히 말이 안 통하는, 통제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키우고 있기때문에 잘 되지 않을까? 나 존나 긍정적 ㅋㅋㅋㅋ
무한한 애정을 안 받는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걱정 ㄴㄴ 해
신랑이 질투날만큼 물고빠니까 그리고 가끔 나도 애정 폭발할때가 있음

어쨌거나 저쨌거나 처음 주인이었던 언니도 애랑 잘 살고 있고,
나도 콩이랑 잘 살고 있지만 제목처럼 다신 개를 키우고 싶진 않아 살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거든 아주 소소해서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밤 새서 말할 수도 있는 그런 것들 ㅋㅋㅋㅋㅋ
바람이 있다면 콩이가 아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았으면 해. 그래서 내가 낳은 아이와 서로 배려하고 잘 지내다가 행복하게 무지개를 다리를 건넜으면 좋겠어
의사쌤 말로는 앞으로 10년은 거뜬하다는데 그 말 듣는데 왜 안도의 미소와 한숨이 동시에 나오는 건지..ㅋ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마지막으로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는 덬들이 꼭 이건 알아줬음 좋겠어
얘네 잘 케어해주면 생각보다 되게 오래 살아 그러니까, 20년쯤 같이 산다고 생각하고 신중하게 또 신중하게 입양을 생각해 줬음 좋겠어
진짜 안녕!




애기애기했던 진짜 애기ㅠ
https://img.theqoo.net/LrzRD

https://img.theqoo.net/JBiqC


날카로운 눈매의 영감탱

https://img.theqoo.net/OtUdu
목록 스크랩 (0)
댓글 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려 x 더쿠] 머리숱 부자 고윤정처럼, 촘촘 정수리♥ 여자를 위한 <려 루트젠 여성 탈모샴푸> 체험 이벤트 225 00:05 6,819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586,38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340,61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737,785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856,622
공지 정보/나눔 식물방 분리 오픈 안내 02.02 2,661
공지 정보/나눔 ★ 강아지 FAQ 모음: 질문 전 필독 ★ 15 19.11.12 24,803
공지 후기 동식물방 인스타그램 등 SNS 공개 관련으로 신고 문의 넣었고 왕덬 답변 받았는데 알려달라길래 올려 11 18.02.09 27,480
공지 정보/나눔 동식물방 오픈 알림 (dongsik) 59 16.04.13 20,172
모든 공지 확인하기()
43287 잡담 우리집 똥개라고 사람들이 너무 무시해ㅡㅡ 10:30 13
43286 잡담 산책갔다가 아침부터 싸우고 돌아왔어 2 08:11 81
43285 잡담 고양이랑 이별준비 하는 트윗 링크아는덬있니 2 04:50 89
43284 잡담 고구마가 소화에 도움이 되나? 2 05.10 92
43283 잡담 할무니 약 드셔야하는데 코골고 잔다ㅜㅜ 05.10 46
43282 잡담 강쥐 간식추천좀 해줘 1 05.10 34
43281 사진/자랑 우리애 속눈썹 예쁘지 않니 4 05.10 213
43280 잡담 우리집 냥이 왜이럴까 10 05.10 212
43279 잡담 아직 접종 다 완료못해서 산책 못나가는데 7 05.10 156
43278 잡담 🐱 너무 작아 15 05.10 254
43277 사진/자랑 조이는 졸리다,,, 2 05.10 176
43276 잡담 혹시 리모델링 해본 냥집사 있니 4 05.10 167
43275 잡담 로얄 캐닌을 안 먹네 하….. 1 05.10 136
43274 잡담 우리나라 개 분류 가끔 이상하다고 느껴 12 05.10 298
43273 잡담 원래 강아지가 이렇게 상체근육이 발달...하는건가? 15 05.09 470
43272 잡담 우리집 애기하고 똑같이 생긴친구 포인핸드에서 봤는데 마음이 안좋다 1 05.09 204
43271 사진/자랑 예전에 키웠던 물고기들 4 05.09 163
43270 잡담 방금 두 눈 다 뜬 새끼고양인데 분유 주사기에 넣어주는데 안먹어 8 05.09 254
43269 사진/자랑 소쿠리냥 5 05.09 291
43268 사진/자랑 너무 귀엽지않니... 7 05.09 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