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어
산산히 부서져 사라지고 싶었어
내일에 대한 기대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아서
오늘의 내가 견딜 수 없이 한심해서
과거의 일들이 끝없이 발목을 붙잡아서
'내 모습을 사람들이 한심하게 생각하겠지'
'나는 숨만 붙어있는 시체나 다름 없어'
'나는 정말 무가치해'
그런 생각을 하는 날들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지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어
한심하면 어때
혼자서 못하겠으면 도움을 받으면 돼
누구나 타인에게 도움을 받고 살아가는데
정말로 힘들면 지나가는 누구라도 붙잡고
미친척 도와달라고 엉엉 울어라도 봐야지 싶었어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저 쉬고 싶다면
모든 걸 내려놓고 쉬어야 해
나는 설거지도 안하고 한참 씻지도 않고
진짜로 할 마음만 드는 일만 하는 날을 보냈어
한동안 그러고 나면
신기하게 아주 조금, 뭔가를 할 의욕이 생기더라
일단 살아야지, 살고 봐야지
살아야 뭐라도 할 수 있는 건데
죽을만큼 힘든데 무리해서 멀쩡한 척 하면 안되겠더라고
스스로 한심하고 쪽팔리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근데 그 기분이 내가 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아니잖아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듣는 게
내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인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아니니까
살아 숨쉬고 있는 동안에는
반드시 기회가 있어
웃을 수 있는 기회
세상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기회
나와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나
나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기꺼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
모든 가능성이
아직 오지 않은 시간 속에 잠들어 있어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있는 사람들은
죽을만큼 괴로운 시간을 보내본 사람들은 알아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는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도 있어
그건 아무나 할 수 없는 굉장한 일이야
그래서 나는 살기로 했어
도움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진 지금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나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어
마음을 말로 표현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
이런 마음을 표현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이라서
내가 제대로 설명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야
하지만 살아도 돼
그렇게 생각해
내 이야기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두서없이 적어 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