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 나이로 50, 남편은 51세 중년 부부야.
20살에 만나서 서로 한눈에 반해서 10년 연애하고 결혼했음.
당시엔 외모가 너무 취향이라서 성격이 안 맞았음에도 사귀었고,
서로가 첫사랑이었고, 남편이 나를 너무 조용하지만 열렬히 좋아해줘서
2남 1녀중 가장 못난이로 늘 2등의 삶으로 살던 나에게
너도 누군가에겐 1등이 될 수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야.
둘이서 졸업할 때 아나운서가 꿈이었지만 3년 연속 미끄러진 나를 지지해주고 격려해주고
결국 꿈을 못 이룬채로 적당한 회사 들어가 주눅들어있는 나에게
네가 읽어주는 책은 그 어떤 아나운서보다도 더 내 귀에 잘 들리고 너의 발음을 환상적이라고 말해줬어.
사실 외모도 부족했지만 혀가 짧아서 발음이 안좋았던게 가장 큰 이유였는데...
늘 내게 긍정적으로 너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란건 일깨워주고,
내가 힘들 때 마다 세상이 널 버려도 널 사랑하는 내가 옆에 있음을 알아달라고 말해주던 사람...
우리 친정이 힘들어서 당시에 거액을 빌려가고 날렸음에도
정말 단 한순간도 내게 돈얘기를 꺼낸적이 없던 우직한 사람.
힘들어 지칠 때 내가 정신과를 다닐 때도
조용히 모른척 해주며 지갑에 현금으로 돈을 넣어주던 사람...
우리의 사랑의 결실인 아이가 발달에 문제가 있었을 때도
회피하지 않고 힘들어 하던 내 옆에서 꿋꿋이 평온함을 가장하던 사람.
아이가 자폐가 아니란 진단을 받았을 때 밤에 울면서 자기도 너무 힘들어서 죽고싶었다고
그제서야 고백하던 내 남편...
아이를 위해, 그리고 일에서 잘린 나를 위해 몰래몰래 부업을 하면서 잠을 줄이며 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면서
전생에 내가 이룬 모든 업적의 공은
당신을 만나는 데에 다 썼나봐.
가족에게 사랑 받지 못하고 늘 이용만 당했던 나에게
한 사람으로서 사랑받는 느낌을, 그리고 소중한 내 아이를 같이 키우며 내게 따뜻함을 알려준 사람.
남편이 요새 건강이 많이 안 좋아.
그래서 너무 걱정돼.
숨소리가 조금만 이상해도 문득문득 겁이 나서 안정제를 먹게 돼.
하나님 제발 제게 이 사람을 빼앗아 가지 말아주세요.
제가 하루라도 더 이 사람보다 오래 살아서
이 사람이 제게 베풀어준 사랑과 기쁨에 보답할 수 있게 해주세요.
갑자기 좀 슬픈 마음이 들고 걱정되는 마음이 들어서 주저리 써봤어.
내가 좀 더 건강하고 오래 살아야 아이도 남편도 지켜봐줄수 있을텐데
내 건강도 안좋고, 남편도 그렇고 나머지 가족들은 믿음이 안 가고....
그러나 우리 셋은 너무도 행복하다.
이 소소하고 소박한 행복이 오래오래 갈 수 있길....
부자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와 오래오래서로를 위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