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들 사이에서도 ‘빌보드를 쫓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영미권 음악이 아닌, 케이팝 그 자체로도 글로벌 팬덤을 매혹시킬 수 있다는 것을 지난 몇 년간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몇 아이돌 음악들에서 ‘표절’과 ‘레퍼런스 사용’ 사이 논란이 빚어지는 현상은 케이팝 자체 콘텐츠 제작의 한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지난 6일 발매된 태연의 신곡 ‘위켄드’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도자캣(Doja Cat)의 ‘키스 미 모어’(Kiss Me More)와 ‘세이 소’(Say So)를 합쳐 놓은 듯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창법은 물론, 음악 스타일 특히 뮤직비디오의 아트워크까지도 유사하다고 꼬집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이 곡을 단순히 ‘표절이다’ ‘아니다’라고 말하긴 어렵다. 물론 음악 스타일과 창법, 아트워크 등 어떠한 곡에서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번엔 충분히 논란이 생길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한 면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가요계에서 표절과 레퍼런스 사용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앞서 걸그룹 스테이씨의 경우 데뷔곡 ‘소 배드’(So Bad) 뮤비 일부 장면이 미국 팝가수 마일리 사이러스의 ‘미드나잇 스카이’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제작사는 “철저한 사전조사 없이 진행한 부분에 대해 많은 팬들과 대중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태연과 같은 소속사인 에스파 역시 데뷔곡 ‘블랙 맘바’ 뮤직비디오가 독일의 비주얼 아티스트 티모 헬거트의 작품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작곡가들은 이런 시비가 오가는 것 자체가 현재 케이팝 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중음악 작곡가 A씨는 “표절과 레퍼런스 사용은 과하냐, 과하지 않냐의 차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면서도 “많은 케이팝 가수들이 여전히 빌보드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해외음악을 참고하는 것을 넘어 시비가 불거질 정도로 사용하면서 자체 콘텐츠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작곡가 B씨는 “얼마 전 한 아이돌 기획사로부터 곡 의뢰를 받았다. 빌보드에 있는 한 곡을 콕 집어서 ‘이 곡처럼 만들어 달라’는 식으로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당연히 거절했지만 그런 요청을 여전히 받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케이팝이 글로벌화를 외치고, 해외에서도 케이팝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요청 자체가 케이팝을 깎아먹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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