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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당시 '전시행정' 논란 빚던 곳들…서울시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잡아
문화와 여가의 중심공간 되며 서울시민 삶의 질 높여주는 일상의 명소
"욕먹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아…비판 감수하고 개척정신 가져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과거 낙후된 동대문운동장이 있던 자리에 건축됐으며 각종 전시와 기획전이 1년 내내 열리고 있다.ⓒ서울시[데일리안 = 김인희 기자] 남산타워와 63빌딩이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였던 시절이 있었다. 80년대 개장한 두 건물은 70년대 '한강의 기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물이다. 우리 국민들에게 "우리도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 준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며 대한민국은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적어도 소득수준으로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다. 하지만 '진짜 선진국'은 단순히 숫자로 말하는 소득수준이 결정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어떤 문화를 누리고 어떻게 여가를 즐기는지 '숫자 밖의 삶'이 진짜 선진국을 결정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런 '숫자 밖의 삶'을 위해 추진한 것이 바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세빛섬이다. 하지만 이 두 장소 모두 한때 '보여주기식 행정', '세금 낭비'라는 비판의 중심에 섰다. 낯선 형태의 건축과 과감한 투자, 기존과 다른 시도는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두 장소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선진적 면모를 충분히 보여주는 랜드마크가 됐다. 각종 전시와 기획전이 끊임없이 열리는 DDP는 세계 각국의 문화를 서울에서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잡았고, 세빛섬은 한강의 야경과 다양한 활동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 여가공간으로 시민들의 일상에 파고들었다.
이들 사례는 하나의 공통된 흐름을 보여준다. 초기에는 비판을 받았던 정책이 시간이 지나 시민의 일상과 도시 이미지 속에 스며들며, 서울의 외관과 수준을 끌어올리는 자산으로 축적됐다는 점이다.

2025년 10월 DDP에서 열린 '서울라이트'를 관람하고 있는 방문객들ⓒ서울시
동대문 한복판, 유선형 곡선으로 뒤덮인 거대한 건축물 DDP는 등장 순간부터 논쟁의 중심이었다. "도심에 왜 이런 건물이 필요하냐"는 비판과 함께 "불시착한 우주선 같다"는 조롱도 이어졌다. 기존과는 다른 낯선 형태의 건축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DDP는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비정형 구조로, 곡선과 흐름을 강조한 그의 건축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공간이다. 4만5000여 장의 서로 다른 알루미늄 패널을 이어 만든 이 건물은 당시로서는 기술적으로도 이례적인 시도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DDP는 개관 이후 샤넬·디올·까르띠에 등 글로벌 브랜드 쇼와 팀 버튼·살바도르 달리 등 세계적 전시를 유치하며 서울을 디자인·문화 도시로 끌어올렸다. 누적 방문객은 1억 명을 넘어섰고, 연간 방문객도 1700만 명 수준에 달한다.
과거 '산업과 기능의 도시' 이미지가 강했던 서울은 DDP를 계기로 '감각과 창의의 도시'로 재인식되기 시작했다. 낯설고 과감했던 건축적 선택이 결국 도시의 이미지를 바꾼 셈이다.

서울 한강 반포지구에 조성된 세빛섬ⓒ서울시
한강 반포지구에 조성된 세빛섬 역시 출발이 순탄치 않았다. 세빛섬은 정치적 논란과 '전시행정' 비판에 시달리며 사업 전반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2011년 준공을 앞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하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감사원 및 서울시 감사가 반복됐고, 이 과정에서 개장이 약 3년 지연됐다. 이 기간 시설은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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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흐름은 달라졌다. 세빛섬은 옥상 전면 개방을 통해 한강 조망을 확대하고,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등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강화하면서 체류형 공간으로 전환됐다. 여기에 야경과 미디어 콘텐츠를 결합한 야간 프로그램이 더해지면서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2023년 연간 방문객은 전년 대비 32%(170만 명 → 225만 명) 증가하며 개장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오랜 기간 적자를 이어오던 운영 실적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흑자로 전환됐다.
세빛섬은 'BOT(Build-Operate-Transfer)' 방식의 민간 투자 사업으로 추진된 시설이다. 민간 사업자가 건설과 운영을 맡고 일정 기간 이후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구조로, 시 재정이 직접 투입되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됐던 '세금 낭비' 논란은 사실과 다르다.
세빛섬은 한때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현재는 한강의 야경과 콘텐츠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서울 수변 공간 변화의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세빛섬에서 바라보는 석양ⓒ서울시
DDP와 세빛섬 같은 개별 사업뿐 아니라, '디자인 서울'과 '한강 르네상스' 등 도시 정책 역시 추진 당시에는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결과적으로 '선진국의 수도'에 어울리는 도시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자인 서울'은 간판과 가판대, 정류장 등 도시의 가장 일상적인 요소까지 정비하면서 외관에만 신경쓰는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그러나 무질서했던 거리 경관이 정돈되고, 도시 전반에 일관된 디자인 질서가 자리 잡으면서 서울의 외관을 바꾸고 도시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정책으로 평가된다.
'한강 르네상스' 역시 추진 당시에는 과도한 개발과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나 도로와 콘크리트 구조물에 가로막혀 있던 한강을 시민의 공간으로 되돌린다는 정책 방향 아래 나들목 확충과 보행로 설치 등 접근성이 개선됐고, 전체 구간의 91.4%(52.2㎞)가 자연형 호안으로 복원되며 수변 생태 기능이 회복됐다.
여의도 물빛광장과 플로팅 스테이지, 반포 '달빛무지개분수', 난지 캠핑장 등 문화·여가 시설이 확충되고, '스프링 페스티벌', '한강 드론라이트쇼', '쉬엄쉬엄 3종 축제' 등 도심 축제와 공연·체험 프로그램이 더해지면서 한강은 사계절 내내 시민과 관광객이 즐기고 머무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수치로 확인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한강은 주말 시간당 평균 20만 명이 찾는 대표 여가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0월 15일 서울디자인위크 개막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서울디자인재단
이 모든 정책의 출발점에는 공통된 선택이 있었다. 비판을 감수하는 결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상을 바꾸는 힘은 욕먹는 데서 나온다. 욕먹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시민이 원하는 것만 하는 행정으로는 도시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없고,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한 발 앞서 길을 여는 개척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철학은 정책 성과로 이어졌다. DDP와 세빛섬은 초기 논란을 딛고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며 국내외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있고, 디자인 서울은 도시 전반의 질서를 재편하며 서울의 외관을 바꿨다. 한강은 시민의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오며 서울을 대표하는 여가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출발은 같았다. "왜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질문은 바뀌었다. 그때 그 선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서울이 가능했겠느냐는 것이다.
오 시장은 "비난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도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처음에는 낯설고 반대가 따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도시의 경쟁력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따라가는 도시가 아니라 앞서가는 도시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논란을 통과한 정책들이 도시를 바꿨고, 그 선택들이 쌓여 지금의 서울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