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6/0000132732?sid=001
최기홍 전 KBS 영상기자 SNS 통해 “기록과 홍보 구분해야” 대통령실 사진 비판
“과도한 하이·로우 앵글은 왜곡, 눈높이에 시선 둬야”…“누가 대통령인지 흐려진 사진, 언론이 비평해야”
권위적 모습 탈피, 긍정적 평가도 많아…오바마 전속 사진가 피트수자 알려지며 탈권위적 모습 익숙하기도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부터 대통령실의 사진이 주목을 받았다. 언론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얼굴이 나오지 않거나 일부 가려져 있는 사진까지 공개하는 것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6월17일 <[단독] 대통령 '얼굴' 안보인다…탱고사진 찍듯 李 찍는 사진사>에서 대통령실 전속 사진가로 채용된 위성환 작가를 소개하면서 "위 작가는 최대한 플래시를 쓰지 않고, 드라이브 모드(빠른 연속촬영)도 사용하지 않는데 대통령 행사를 방해한다는 이유"라며 "플래시 대신 자연광을 주로 쓰다 보니 색감이 더 자연스럽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보도했다. MBC는 6월18일 <"대통령 얼굴보다 중요한 건"‥'확 바뀐' 공식사진 봤더니>에서 "통상적인 정치 사진의 문법을 깨는 파격이 더 진정성 있게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기존 관행을 깨고 대통령이란 권력자를 중심에 두지 않는 구도, 이러한 파격적인 실험을 허용한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대해 자율성을 존중하고 민주적인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이러한 사진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대통령실의 사진은 권력에 대한 감시기능이 있는 언론보도 사진의 근간이 되는 것을 넘어 국가적 기록인데 기록보다는 홍보에 치중했다는 이유에서다.
최기홍 전 KBS 영상기자는 지난 10일 통화에서 "기록은 홍보물이 아니라 역사"라며 "지금 대통령실 사진가는 주저 앉아서 (대통령을) 아래에서 위로 찍기도 하는데 어떤 면에서 왜곡이 발생한다. 기록은 대통령과 (카메라가) 같은 눈높이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 기자는 지난 2001~2002년 한국영상기자협회장(당시 한국TV카메라기자회장)을 지냈고 다수 대학이나 방송사에서 강의를 진행한 원로 영상기자다.

최 전 기자는 최근 SNS에 대통령실 사진에 대해 아쉬운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주에 방문해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장면에 대해 그는 "최근 이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만났던 사진을 보면 백악관의 사진은 (두 정상) 옆에 분위기를 다 나타내주는데 (대통령실 사진은) 그렇지 않고 구도도 안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예로는 지난 7월 이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에 대해 국가 책임을 인정하며 사과하는 장면을 담은 대통령실 사진을 언급했다. 최 전 기자는 "촬영은 순간 포착이 핵심"이라며 "대통령의 얼굴이 보이고 절하는 모습이 함께 담기는 순간이 중요한데 이 사진은 그 결정적 순간을 놓쳤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사진을 제대로 비평하지 않는 언론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최 전 기자는 "(언론이) 대통령이 '누구인지'조차 흐려지는 사진을 문제 삼지 않는다"며 "기록사진에서는 '누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기사에서 이를 문제로 보지 않고 '새로운 시도'라고 포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 기록 사진은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멋져 보이게'만 찍는 구도가 아니라 어떤 상황인지 맥락이 다 드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과장된 하이 앵글(카메라가 위에서 아래에 있는 피사체를 찍는 구도)이나 로우 앵글(카메라가 밑에서 위에 있는 피사체를 찍는 구도)은 기록성을 훼손하기 때문에 국민이 현장에 있다면 보게 될 시선으로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우 앵글은 위압감, 권위, 과장, 비현실성을 강조하는 연출 기법으로 특정 감정을 유도할 때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가장 편안한 구도는 아이레벨(eye level), 즉 피사체와 눈높이에서 촬영해야 안정적이고 자연스럽게 보인다"고 했다.
이러한 최 전 기자 주장이 호응을 얻고 있지만 대통령실 사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대통령과 현장 상황, 대통령을 만난 시민들의 표정이나 분위기를 담는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에 때론 대통령이 주변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는 평이다. 이는 정치권의 권위주의 문화와 무관할 수 없다. 정치권에선 정치인을 중심으로 놓고 해당 정치인이 용인하지 않는 사진이나 영상, 메시지가 나갈 수 없는 권위적인 분위기가 존재했는데 사진가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모습 자체가 민주적인 조직문화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7월에 보도된 대통령실 사진 관련 기사와 연결된다. 이데일리(7월17일자)는 <李대통령 머리 잘린 파격 사진에..."尹 얼굴 잘려 유감" 대통령실 발언 재조명>에서 대통령실이 7월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찾아 신입 사무관들과 식사하는 사진을 공개했는데 대통령 얼굴이 잘리거나 국그릇 등으로 가려진 사진이 있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 얼굴 일부가 잘린 사진을 경향신문이 사용했는데 대통령실이 신문사에 연락해 유감표명을 했다는 일화를 함께 거론했다.

경남 남해군청에서 군수 사진을 찍는 하철환 사진가는 대통령실 사진 중 지난 6월10일 이 대통령이 대통령실 구내식당 급식노동자들을 만난 사진을 인상적이라고 꼽았다. 자신도 군수 일정을 동행하면서 시민들의 반응을 함께 보는데 이렇게 노동자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연출할 수도 없고 보기 드문 장면이라고 전했다.
하 사진가는 과거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전속 사진가였던 피트 수자의 사진을 좋아한다고 했다. 피트 수자는 8년간 오바마 전 대통령 사진을 찍어 200만장 이상이 공개됐고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청소노동자와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모습을 비롯해 영화를 보거나 파티에 참석해 다수 시민들과 함께하는 모습 등은 국가적 기록인 동시에 소탈한 이미지의 오바마를 만든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대통령 사진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대통령의 더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용산 대통령실 출입구 인근에는 대통령실 사진들을 보여주는 큰 모니터가 있는데 다양한 부서 직원들이나 출입기자들이 짬을 내서 사진을 지켜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대체로 기존 관행과 다른 구도의 사진이 새로운 정보를 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대통령실 사진을 두고 긍정적 평가와 비판이 공존하는데 언론보도용으로 건조하게 찍은 사진이 공개되고 여러 각도에서 찍은 다양한 모습도 올라오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전속 사진과 영상도 있지만 KTV를 통해 대통령 모습이 생중계되고 거기에 사진과 영상 출입기자까지 있어 일방적 홍보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러한 다양한 평가를 고려해 전속 사진가의 사진 중에서 상대적으로 건조한 사진을 대통령실 공식 홈페이지에 올리고 좀 더 가볍고 '새로운 시도'를 한 사진은 SNS에 구분해 올리고 있다.